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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씨네살롱] 감독 구교환을 아십니까

영화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 속 구교환.

※누적관객수 10만 아래의 ‘명작’들만 엄선합니다, 보세요, 두번보세요!(편집자주)

“선배에게 영화란?” (기환)

“숨…. 호흡!” (수염선배)

찬란한 20대, 멋진 꿈 한 번 안 꾼 사람이 있을까. 고꾸라지지 않고 그 고귀한 꿈을 지켜낸 이는 또 얼마나 될까. 한때 영화에 목숨 걸며 치기 어린 시절을 보냈다가 현실과 타협한 사람이라면 이 30분짜리 필름을 주목하라. 배꼽 잡고 공감하다가도 문득 그리움에 휩싸이는 기묘한 감정의 열차에 탑승하게 될 것이다.

영화에 ‘카와이 순지’로 등장한 풋풋한 고보결도 만나볼 수 있다.

독립영화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2013)는 라이징스타인 배우 구교환이 주연은 물론 각본, 제작, 감독까지 해낸 작품이다. 다수의 독립영화에 출연한 32살 배우 ‘기환’이 대부분 감독들로부터 출연작 DVD를 받지 못하자 직접 감독들을 찾아나서며 겪는 요절복통 이야기를 그린다.

숨은 보석이다. 감독 지망생이었거나 그 주변에서 비슷한 꿈을 꾸고 있는 이들의 개똥철학, 귀여운 허세, 열정, 좌절 등을 가감없이 담아내며 웃음보를 자극한다. 극중인물들의 영화과 재학 시절과 사회인이 된 현재를 오가며 꿈과 현실의 괴리를 풍자적으로 그려낸다. 깔깔 웃다가도 마음 한 켠이 쓰린 경험을 맛볼 수 있다.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난 구교환은 “인물 모두 내 모습에서 따와 변주한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한국의 호아킨 피닉스’라고 연기력을 인정받은 구교환은 메가폰으로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 개성있는 캐릭터, 일상적이지만 평범치 않은 이야기로 보는 이의 눈과 귀 모두 사로잡는다. ‘연애 다큐’ ‘거북이들’ ‘오늘영화’ ‘걸스온탑’ 등 그가 메가폰을 잡은 다른 작품에서도 살펴볼 수 있듯 모두가 공감하는 메시지를 독특한 화법으로 전달하는 그의 연출력은 이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배우 아닌 연출자로서 앞으로 행보도 지켜볼 만한 이유다.

이 작품은 많은 대중 앞에 개봉하진 않았지만 제31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시네필어워드 수상, 제13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희극지왕 최우수작품상 수상 등 국내 주요 독립영화제서 상을 받으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유튜브에서도 조회수 11만회나 나오며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관심을 받고 있다.

금요일이 무료하고 웃을 일이 없다면, 당신도 지금 구교환의 프레임 속으로 빠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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