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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기획] ‘2세’부터 ‘ESPN’까지…뜨거웠던 전반기 키워드 TOP10

NC 구창모. 연합뉴스

2020 KBO리그가 반환점을 돌기 시작했다. 비록 올스타 휴식기는 없으나 각 팀이 시즌 절반인 72경기째를 지나며 본격적인 레이스의 후반으로 향한다.

시작만으로도 감사했던 올시즌, 무사히 전반기를 마치는 동안 #영건과 #2세들이 리그를 장식했다.

특히 젊은 투수들의 약진은 올시즌 KBO리그에 가장 반가운 소식이다. 평균자책 1위에 다승, 승률, 탈삼진까지 선두를 다투며 리그의 새 에이스로 떠오른 구창모(23)의 성장은 NC를 선두로 올려놓으며 리그와 국가대표팀에도 새 에이스 탄생을 알리고 있다. 데뷔하자마자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한 LG 이민호(19), KT 소형준(19)이 이끄는 고졸신인들의 활약은 한국 야구의 미래에 청신호를 켜고 있다.

아버지만한 아들이 없다는 편견을 뒤로 하고 아버지만큼 빼어난 떡잎을 보이는 아들들이 한꺼번에 등장했다. 강광회 심판위원의 아들인 강진성(NC)은 시즌 초반 대타로 출발해 주전 자리를 꿰차고 한때 타격 1위를 달리기도 하며 입단 8년 만에 성공 시대를 열었다. 이순철 SBS 해설위원의 아들 이성곤(삼성)도 장타력을 앞세운 3할대 타율로 삼성의 중심타선을 꿰찼고, 정회열 전 KIA 수석코치의 아들 정해영(KIA)은 고졸신인임에도 KIA 불펜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반면 #에이스 집단 부진은 큰 이변이다.

지난 6년간 변함없었던 리그의 압도적 에이스 양현종이 6월 이후 부진하고 LG의 토종 에이스인 차우찬도 2군에 가있다. 지난해 17승 투수인 이영하(두산)도 아직 3승에 머무는 등 토종 에이스들의 집단 부진이 올시즌 기이현상으로 떠올랐다.

삼성 오승환. 연합뉴스

#기록은 올해도 쏟아졌다.

7년 만에 리그에 복귀한 오승환(삼성)은 6월16일 잠실 두산전에서 첫 세이브를 거둬 한·미·일 통산 400세이브를 달성했다. 박병호(키움)는 7월5일 수원 KT전에서 역대 14번째 300홈런을 쳤고, 최정(SK)은 7월24일 대전 한화전에서 통산 352홈런을 때려 이승엽(467개)에 이은 통산 최다 홈런 2위로 올라섰다. 최형우(KIA)는 7월17일 두산전에서 통산 1000득점을 달성해 역대 8번째로 1000타점-1000득점-300홈런을 모두 기록한 대타자 반열에 올라섰다. 한화는 불명예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5월23일 NC전부터 6월12일 두산전까지 18연패에 빠져 1985년 삼미가 기록한 역대 최다연패 기록과 타이를 이룬 뒤 간신히 신기록을 모면했다.

한화의 이 연패 기록은 결국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리그에 일찌감치 #대행의 계절을 불러왔다.

한화는 6월7일 대전 NC전을 마친 뒤 14연패와 함께 한용덕 감독이 물러나 불과 개막 30경기 만에 최원호 감독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3주 뒤인 6월25일에는 염경엽 SK 감독이 문학 두산전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에 후송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팀이 최하위권으로 급추락한 올시즌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염경엽 감독의 장기공백 사태에 박경완 수석코치가 지금도 대신 지휘봉을 잡고 있다.

개막 30경기 만에 조기 퇴진한 한용덕 한화 감독(왼쪽)과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 악화로 자리를 비우고 있는 염경엽 SK 감독. 스포츠경향 DB

코로나19로 인해 전반기 KBO리그에는 전에 없던 #매뉴얼과 #ESPN이 자주 등장했다.

사상 최초로 시범경기를 전면 취소한 뒤 5월에 개막한 프로야구는 단계별로 선수단·구단·언론·응원단까지 철저하게 매뉴얼을 작성해 공유했다. 외국인선수들은 입국 뒤 모두 2주간 자가격리 방침을 철저히 지키느라 훈련 부족에 걱정이 태산이기도 했지만, 결국 그라운드 내 선수단을 제외한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두며 매뉴얼을 철저히 지킨 결과 단 한 명의 확진자 없이 이제는 관중과 함께 후반기를 향한다.

메이저리그도 이 매뉴얼을 공유받으며 KBO리그에 집중 관심을 보냈다. 메이저리그 개막이 넉 달이나 미뤄진 사이 볼거리가 부족했던 미국 야구 팬들에게는 KBO리그가 생중계돼 깜짝 인기를 누렸다. 당초 중계권을 공짜로 가져가려 해 논란을 빚었던 ESPN은 결국 구매했고 KBO리그 각 구단 파워랭킹까지 매기며 국내 선수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보냈다. 나성범, 이정후, 강백호 등 해외 진출을 노리는 유망한 선수들과 함께 KBO리그의 문화인 ‘배트플립’이 크게 주목받았다.

#쉬지 못하는 야구는 코로나19가 만든 또 한가지 풍경이다.

약 40일 늦게 개막했지만 기존의 144경기를 모두 치르기 위해 올시즌에는 더블헤더와 서스펜디드게임, 월요일 경기가 등장했다. 최근 장마 사이에 2주 연속 월요일 경기가 잡혔던 한화는 20일간 쉬지 못하고 야구장에 출근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럼에도 3일까지 총 41경기가 10월 이후로 밀린 상태다. 올시즌 쉬지 못하는 선수단은 겨울에 가을야구를 해야 하는 운명이다.

잠실구장 출입구에 KBO 코로나19 대응 통합 매뉴얼에 따른 안내문이 부착돼있다. 잠실 | 이석우 기자

#심판 수난시대는 올해도 이어졌다

개막 직후 한화 이용규의 작심 인터뷰 이후 해당 심판조 전원이 2군으로 강등되는 이례적인 조치가 있었으나 이후에도 크고 작은 오심으로 심판들은 논란 중심에 섰다. 특히 올해는 무관중의 고요함 속에 심판과 1루 코치도 경기 중 마이크를 착용하게 돼 말 한 마디가 조심스러워졌다. 타구의 바운드 여부를 판정하는 과정에서 포수에게 확인하는 발언이 중계방송을 통해 그대로 노출된 끝에 2군으로 강등된 심판의 사례도 발생했다.

#사과 할 일 역시 많은 석 달이었다.

SK는 선수단 내 음주운전과 무면허 운전에 폭행 사건까지 총 5명의 선수가 연루된 사태를 은폐하다 발각된 뒤 해명마저 형식적으로 내놓는 도덕적 불감증을 보인 끝에 사과했다. 국내복귀를 추진하다 너무 늦게 사과한 강정호는 오히려 이후 더 큰 역풍을 맞아 발걸음을 돌렸다. 유관중 경기 첫날 1루 내야에 관중을 몰아넣고 ‘매뉴얼대로 10%’를 주장하다 정부의 경고까지 받아 리그에 민폐를 끼친 롯데는 전반기 굴욕적 사과의 대미를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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