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가 스포츠 기사의 악성 댓글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다른 종목 선수들도 그 취지에 공감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배구계는 지난달 31일 전 현대건설 고유민의 사망 비보를 접했다. 과거 고유민이 기사와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달리는 악성댓글 때문에 괴롭다고 호소한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배구연맹은 지난 3일 네이버·다음·네이트 등 대형 포털사이트에 스포츠 기사 댓글 기능을 개선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악성댓글 피해에 노출되기는 다른 종목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프로농구 수도권 구단의 한 선수는 “기사 댓글을 가끔씩은 본다. 아내가 보고 말해줄 때도 있다”며 “플레이를 비난하는 글도 있고 외모 비하도 있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고 말했다.
이 선수는 “당사자에게 상처가 된다는 생각을 안 하고 댓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만만한 게 스포츠 선수들인가 싶을 때도 있다”며 “아무 생각 없이 쓰는 댓글이 당사자에겐 비수가 될 수 있다. 댓글 실명제를 도입하고 작성자 얼굴도 공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 프로농구 선수 A씨도 현역 시절 악성댓글에 시달렸다. 그는 “경기를 못한 날은 10명 중 9.5명과 싸우는 기분”이라며 “차라리 실력을 문제 삼으면 인정하겠는데 실력 외적인 것을 비난하는 게 상처가 됐다”고 떠올렸다.
그는 “가족을 욕하고 외모를 비하하고, 여자 선수에겐 성적인 욕설을 많이 한다. ‘제정신으로 쓴 글인가’ 싶을 때도 있다”며 “실명제를 해도 악성댓글 쓸 사람은 쓴다. 댓글을 아예 없애는 게 맞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B구단의 선수는 기사 댓글을 일부러 읽지 않는다. 괜히 댓글에 휘둘리거나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다. 그는 “나에 대한 댓글을 보지 않으려고 한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얘기하는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선수는 “악성댓글이 요즘 문제가 되고 있다. 댓글 기능 폐지도 신중하게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프로야구 C구단 선수도 포털사이트의 스포츠 기사 댓글 폐지에 찬성했다. 이 선수는 “댓글을 쓸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선수 개인 SNS도 있고 야구 커뮤니티도 있는데 굳이 기사에까지 댓글을 달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댓글 기능을 유지한다면 실명제를 도입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축구 지방 구단의 한 선수는 악성댓글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선수는 댓글 때문에 힘을 얻기도 하고 힘이 빠지기도 한다. 악성댓글 하나에 힘들어하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며 “선수들은 악성댓글이 줄어들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