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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조권 “‘제이미’는 날 위한 작품, 하이힐은 내 페르소나”

사진 제공 (주)쇼노트

가수 조권이 ‘인생작’을 만나 다시 뮤지컬배우로 돌아왔다.

지난달 4일 막을 올린 뮤지컬 ‘제이미’는 남몰래 드래그 퀸(여장하는 남성 성소수자)을 꿈꾸는 고등학생 제이미의 성장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이다. 17세 성소수자 소년 제이미는 엄마의 응원 속에 드래그 퀸을 꿈꾸지만, 주변인들의 ‘혐오’에 부딪히며 좌절을 겪는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제이미의 모습은 ‘다양성’을 사회적 화두로 던지며 유쾌하면서도 위로가 되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 안에서 조권은 빨간 하이힐을 신고 꿈에 부푼 소년 제이미 그 자체다. 최근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스스로도 “인생작을 만났다”고 애정을 드러넀다.

“살면서 이런 작품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에요. 군 복무 중일 때 오디션 공고가 떴는데, 부대 내 연습할 장소가 마땅치 않았지만 정말 사활을 걸고 준비했어요. ‘제이미’를 하지 못하면 평생 후회하겠다 생각했죠. 저와 제이미의 삶이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저 역시 어려서부터 가수의 꿈을 키웠고, 어머니가 묵묵히 지원해줬고요. 사람들의 편견에 부딪히고 또 그것에 맞서 극복해나가는 모습들도 전부요. ‘그래 나 게이야~’라며 첫 대사부터 세게 치고 나가는 제이미를 보면서, 하이힐을 신고 세상의 편견에 하이킥을 날린다 생각하고 공연에 임하고 있어요.”

사진 제공 (주)쇼노트

그룹 2AM으로 데뷔해 ‘깝권’이라는 캐릭터를 탄생시키며 예능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이어왔다. 그러나 전에 없던 색다른 매력의 캐릭터 설정에 따가운 시선이 따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가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해야하는 ‘제이미’를 제대 후 첫 복귀작으로 택한 것은 “30대는 내 스스로를 위한 새로운 챕터를 열겠다”는 다짐 때문이다.

“군대를 다녀온 분들은 느끼겠지만, 군대에 있으면 생각이 정말 많아져요.(웃음) 지난 날을 돌아 보니 어려서부터 오랜 연습생 기간을 거쳐 꿈을 이뤘고, 행복한 순간도 많았지만 그동안의 나는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많이 썼구나 깨달았어요. 20대 때는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예능 이미지가 까칠하고 기가 세 보이지만, 실제로는 낯도 많이 가리고 평소에는 조용한 편인데 항상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맞춰서 행동했어요. 그래서 예능을 한동안 쉬기도 했고, 뮤지컬을 통해서 이미지를 바꿔보려고도 했죠. 그치만 이젠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걸 알았어요. ‘깝권’이라는 꼬리표도 평생 가져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상황에 맞게 열심히만 하면 예쁘게 봐주실 분들은 예쁘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30대는 ‘나’라는 사람을 위해서 사는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열고 싶어요.”

사진 제공 (주)쇼노트

그럼에도 화려한 드레스에 가발, 짙은 화장을 하고 춤추고 노래하는 드래그퀸 역할은 현역 가수로서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다. 조권은 “20대 때는 중성적인 이미지가 두려웠다”고 솔직하게 전하면서도 “이제는 젠더리스한 시대가 됐고, 조권의 시대”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예전에는 중성적 이미지를 부인했어요. 지금은 좋아요. 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드래그퀸이 있듯이 드래그킹도 있고, 시대가 변해 이제 ‘젠더리스’한 시대에 들어왔죠. 이제는 그 이미지가 제가 롱런할 수 있는 무기인 것 같아요. 제이미와 같이 저의 페르소나도 하이힐이에요. 댄서들과 협업하면서 생긴 힐들을 모으다 보니 집에 20켤레 정도 있어요. 피규어 모으듯이 진열해 놨는데, 보고만 있어도 힘이 나요. 기회가 되면 뮤지컬 어워드 같은 곳에서 레드카펫을 밟을 때 정말 멋진 슈트 차림에 힐을 신고 가고 싶어요.”

조연부터 시작해 원톱 주연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조권은 자신에게 “매번 희열을 안겨준 뮤지컬 무대를 이어가고 싶다”며 “‘제이미’나 ‘킹키부츠’ ‘헤드윅’처럼 젠더리스한 작품들이 나올 때 모든 사람이 바로 떠올리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매번 뮤지컬을 할 때마다 희열을 느끼는데, ‘제이미’는 더 특별해요. ‘제이미’ 공연을 마치고 나면 늘 카타르시스를 느껴요. ‘프리실라’ 무대 때도 물 만난 물고기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제이미’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 더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것 같아요. 제이미의 실제 모델인 제이미 캠벨과 화상통화도 했는데 ‘세상의 모든 제이미들에게 무대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해달라’고 하더라고요. 더 큰 사명감이 생겼죠.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또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자존감 떨어진 분들, 우울했던 분들이 ‘제이미’를 보고 ‘나도 나대로 살겠다’는 후기를 남길 때 정말 뿌듯해요. 제 마음 같아선 전 국민이 다 봤으면 좋겠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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