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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초점] 아직도 같이 있네…'도전' 엘롯기의 운명, 또 8월이 답한다

LG 류중일 감독과 KIA 맷 윌리엄스 감독이 지난 5일 경기 전 만나 인사를 주고받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2017년, 엘롯기는 꿈을 키웠다. 시즌 막바지까지 세 팀이 모두 승률 5할 이상을 달려 사상 첫 동반 가을야구의 가능성을 엿봤다. 덕분에 KBO리그는 역대 최다 관중을 기록했다.

그러나 8월이 운명을 갈랐다. 당시 우승 팀 KIA는 시즌 내내 1위를 달렸고 LG와 롯데가 상승과 하락의 흐름을 반복했다. 100경기를 향해가며 7월을 마칠 때 LG가 4위(0.533), 롯데는 7위(0.495)에 있었다. 둘 다 페이스를 유지했다면 사상 첫 엘롯기의 동반 가을야구가 이뤄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8월 한 달, 롯데가 19승8패(0.704)로 달린 반면 LG는 9승1무14패(0.391)에 머물렀다. 결국 20경기 정도를 남겨둔 채 8월을 마칠 때는 롯데가 4위(0.541)로 올라서고 LG는 승률 0.504에도 7위로 떨어졌다. KIA의 우승으로 끝난 그해, 결국 가을야구 티켓은 KIA와 롯데에게만 주어졌다. LG는 승률 0.489로 6위에서 시즌을 마쳤다.

시즌의 반환점을 돌면서도 무려 7개 팀이 승률 5할을 넘기고 있는 2020년, 엘롯기의 도전은 계속된다. 다만 또 운명이 8월에 결정될지도 모른다.

6일 현재 4위 LG가 승률 0.560으로 가장 앞서있고 5위 KIA(0.534)와 7위 롯데(0.514)가 뒤를 잇고 있다. 최하위권의 한화·SK가 워낙 부진해 2위 키움부터 8위 삼성까지 불과 8.5경기 차로 역대급 격렬한 순위싸움이 펼쳐지는 가운데 개막 석 달째에도 엘롯기는 나란히 5강 경쟁의 중심에 있다.

한 달 이상 개막이 늦은 이번 시즌의 8월은 ‘막판 스퍼트’의 의미를 지녔던 예년의 8월과는 사뭇 다르다. 그러나 장마와 무더위가 반복되는 8월은 언제나 최대 승부처가 될 수밖에 없다. 마치 기다렸다는듯 8월에 접어들면서 각 팀의 흐름이 반전을 보이는 가운데 엘롯기의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LG와 롯데는 갑자기 상승세로 돌아섰다. 올시즌 최대 난제였던 불펜과 선발진이 각각 일어서기 시작하면서 타격까지 받쳐주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LG는 김현수를 4번타자로 앉혀 타순을 조정한 데 이어 불펜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눈에 띄게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7월까지 뒷문 불안에 고전했던 LG는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고우석이 마무리로 복귀한 최근 필승계투조의 본모습을 되찾더니 6일까지 10경기에서 7승3패를 거뒀다.

롯데는 ‘8월의 미스터리’를 종종 보여준 팀이다. 올해도 기다렸다는 듯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6일 SK전까지 최근 10경기에서 7승3패를 거뒀다. 박세웅, 노경은, 서준원, 스트레일리가 모두 선발승을 거두면서 4연승을 달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LG와 롯데의 상승 흐름 속에 가장 잘 달리던 KIA가 끼어있다. KIA는 7월31일부터 열린 사직 3연전에서 롯데에 1승2패를 당한 뒤 광주로 돌아가 4일부터 LG 3연전에서도 1승2패를 당했다. 5강 경쟁 상대에게 차례로 ‘루징시리즈’를 당해 상승세를 넘겨주며 3위에서 5위로 밀려났다. 이 와중에 불펜 핵심인 박준표와 톱타자 이창진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올시즌 첫 위기를 맞고 있다.

인기도 많고 암흑기도 길었던 세 팀이 최초로 가을야구에 동반 진출한다면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사건이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순위표상 3강인 NC, 키움, 두산 중 한 팀을 ‘제거’해야 한다. 공교롭게 엘롯기의 8월 일정은 매우 비슷하게 숨가쁘다.

일단 KIA와 LG는 8월에만 맞대결을 5경기 더 치러야 한다. 맞대결 승부는 순위 싸움에서 결정적 비중을 차지한다. 류중일 LG 감독은 상승 흐름을 탄 가운데서도 “KIA와 경기가 많이 남아 8월 일정이 버겁다”고 말했다. LG는 KIA전 외에 키움과 5경기, NC와 3경기, 두산과 2경기를 모두 8월 안에 치른다. ‘천적’ 두산과 대결은 완전히 끝나게 돼 8월만 잘 넘기면 한결 수월해질 수도 있다.

KIA는 LG와 NC를 연속으로 교차해 만나야 한다. 7일부터 NC 3연전을 치른 뒤 11일부터 LG 3연전을 갖는 KIA는 18일부터 다시 LG, NC와 2연전씩을 맞이하게 된다. 그 뒤 키움, 두산이 기다리는 만만치 않은 일정이다.

롯데도 두산과 무려 7경기, 키움과 5경기, NC와 3경기 등 한 달 사이 몰린 상위권 강팀들과 일정을 견뎌내야 또 한 번 기적의 8월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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