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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귀에 경 읽기’가 현실에, 섬진강 홍수 피해 절 찾아간 소 떼

호우에 잠긴 축사를 탈출해 전남 구례군 문척면 사성암 사찰에 나타난 소들의 모습. 연합뉴스

남부 지역에 최고 450㎜에 달하는 집중호우가 쏟아지자 소 들이 절로 피신했다.

연합뉴스 8일 보도에 따르면 전남 구례군 문척면 사성암에 소 10여 마리가 나타났다. 대웅전 앞에 모인 소들은 앞마당에서 풀을 뜯어 먹거나 휴식을 취했다. 소들은 사찰암에서 울음소리도 내지 않고 얌전한 모습을 보였다.

절 앞에 나타난 소들은 축사가 침수되자 이를 피해 피난 행렬을 이 곳까지 이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구례 서시천 제방이 무너지면서 토지면 송정리가 범람해 곳곳이 물에 잠겼다. 간전면 도로에서는 물에 잠긴 축사를 탈출해 이동하는 소 떼가 주민들에게 포착되기도 했다.

소들이 물에 잠긴 축사를 탈출해 이동하는 모습이 주민들의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연합뉴스

다만 한 차례 목격된 소 떼가 간전면부터 문척면까지 10㎞에 이르는 먼 거리를 피난 온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소들이 비를 피해 정신없이 이동하는 모습은 그대로 카메라에 담겨 온라인 커뮤니티에 확산되기도 했다.

사성암 관계자는 “아랫마을에서 물을 피해 올라온 것 같다”며 “산에 오르려면 도보로 1시간을 족히 걸리는데 소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신기하고 가여웠다”고 말했다.

또한 “소 주인이 다른 주민 연락을 받고 1시간쯤 지나 사성암에 찾아와 소들을 인솔해 데려가기 전까지 정말 얌전히 전에서 쉬다가 떠났다”고 설명했다.

누리꾼들은 “소 귀에 경 읽기가 실제로 벌어진 것이 아니냐”며 재미있는 반응을 보이다가도 전국에서 일어난 비 피해에 안타까움을 보태기도 했다.

한반도 남부 지역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축사가 잠겨 가축들이 집단 폐사하는 참사가 이어지고 있다.

경남 합천 기리마을이 물에 잠기면서 축사에 있던 소 100여 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합천 낙림마을에서는 물 역류로 돼지 3000마리가 떼로 폐사했고 진주에서는 갑작스레 불어난 물에 닭 500여 마리가 떼 죽음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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