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스경X히어로] 생애 첫 끝내기 홈런 이정후 “끝까지 내 공 기다렸다”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가 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연장 10회말 끝내기 솔로홈런을 치고 환호하고 있다. 고척 | 이석우 기자

이틀 연속 연장, 마치 포스트시즌 같은 긴장감을 뿜어냈던 경기를 끝낸 것은 키움의 스타 이정후(22)였다.

키움은 12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와의 시즌 8차전에서 연장 10회말 터진 이정후의 끝내기 홈런으로 한화를 3-2로 꺾었다. 이로써 키움은 전날 연장 12회 끝에 당한 패배를 설욕하는 한편 이날 롯데에 패한 선두 NC에 2.5경기 차로 다가섰다.

이정후는 이날 연장 10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한화 여섯 번째 투수 김종수의 시속 134㎞짜리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끝내기 홈런을 뽑아냈다. 지난 6월17일 고척 롯데전에서 데뷔 첫 끝내기 안타를 쳤던 이정후는 이날 자신의 프로통산 첫 끝내기 홈런의 기쁨을 맛봤다. 시즌 11번째, 통산 330번째 끝내기 홈런이었다.

경기는 한화가 도망가면 키움이 따라가는 형국이었다. 한화는 3회초 최재훈의 우익선상을 타고 가는 2루타로 출루한 후 이용규가 키움 선발 한현희를 상대로 배트를 가볍게 놀려 유격수를 넘기는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그러자 키움이 5회말 박준태의 좌익수 쪽 2루타로 맞불을 놨고, 서건창이 다시 3루수와 좌익선상을 뚫는 2루타로 박준태를 불러들여 동점을 만들었다.

한화는 6회초 다시 도망갔다. 첫 타자 하주석이 한현희의 시속 145㎞ 짜리 직구를 잡아당겨 비거리 110m짜리 시즌 2호 솔로아치를 그려 2-1로 앞섰다. 그러자 키움은 바로 이은 6회말 박병호의 볼넷과 김혜성의 중전안타 그리고 전병우의 희생번트로 만든 1사 2·3루 기회에서 주효상이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박병호를 불러들여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부터는 마치 11일의 데자뷰를 보는 듯한 모습이 이어졌다. 한화는 11일 나온 송윤준, 김진영, 강재민, 정우람이 이어 던졌고, 키움 역시 불펜진을 7회부터 가동해 양현, 이영준, 조상우가 나왔다. 이들은 결국 이날도 9회를 넘기며 이틀 연속 끝장승부의 서막을 올렸다.

한화는 전반적인 전력의 열세를 신예들의 패기로 맞서며 이틀 연속 대등한 경기를 펼쳤지만 막바지 이정후의 활약을 막지 못하고 아쉽게 고개를 떨궜다. 9위 SK와의 승차는 4.5경기로 벌어졌다.

이정후는 “맞는 순간 탄도가 낮아 넘어가지 않을까 생각해 전력질주하기 시작했는데 넘어갔다”며 “첫 끝내기 안타를 칠 때는 무관중이라 흥이 안 났는데 확실히 관중이 있는 상황에서 끝내기를 치니 더욱 기쁨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어제, 오늘 투수들의 공을 쫓느라 내 스윙을 못한 것이 아쉬워서 마지막에는 구미에 맞는 공을 기다렸다”고 홈런의 원인을 분석한 이정후는 “올시즌 여러 부문 골고루 잘 하고 있지만, 로하스(KT) 선수가 잘 하고 있고 함께 경쟁을 한다는 것이 성장에 더 큰 힘이 된다고 여기기 때문에 타격 타이틀에 대한 큰 욕심은 아직 갖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최근 4번으로만 나오던 이정후가 ‘3번이 조금 더 잘 맞는다’는 자체 분석으로 손혁 감독이 3번으로 기용한 날이었다. 키움은 이정후의 해결능력에 노림수까지 맞아들어가 두 배의 기쁨을 맛보게 됐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