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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인터뷰] ‘슈퍼스타의 아들’ 김건형·심종원의 도전…“아버지는 나의 꿈”

김기태 전 KIA 감독이 아들 김건형(오른쪽)과 심정수의 아들 심종원이 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1 신인 드래프트 트라이아웃에 참가 도중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수원 | 박민규 선임기자

야구 잘 하는 슈퍼스타 아버지는 어린 아들에게 미래의 꿈이 되었다. 아버지를 보며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고 대학을 졸업해 어엿하게 성장한 아들은 이제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기 위해 한국에 왔다.

9일 열린 2021 KBO 신인 드래프트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김건형(24)과 심종원(23)은 모두 유년 시절을 한국에서 보내며 아버지가 선수로 뛰는 모습을 보고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김기태 전 KIA 감독의 장남인 김건형은 “한국에서는 야구를 배우지 않았다. 중3때 미국에 가서 그때부터 제대로 시작했다”며 “원래 왼손잡이인데 어릴 때는 몸이 왜소해서 빈 자리가 있으면 어디든 들어가서 뛰기 위해 던지는 것은 우투로 바꿨다”고 소개했다. 그래서 현재 우투좌타다.

학업에 열중하면서도 다양한 스포츠를 경험할 수 있는 미국의 교육 환경에서도 김건형은 오로지 야구만 했지만, 야구선수로 경쟁하고 성공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아버지는 아들에게 야구선수의 길을 추천하지 않았다. 김건형은 “아버지가 그동안 해주신 조언은 ‘야구하지 말라’는 것이었다”고 웃으며 “아무래도 야구선수로는 아버지가 이룬 성과가 있으니 나는 아버지가 가신 길 말고 다른 길을 개척해보라고 하신 말씀 같다”고 말했다. 김기태 전 감독의 눈매를 쏙 빼닮은 김건형은 롤모델로 “김기태 선수”를 꼽았다.

역사적인 50홈런 타자였던 심정수의 아들 심종원도 홈런 타자인 아버지를 보며 꿈을 키웠다. 심종원은 “초등학교 2학년 때 대구에서 야구를 시작했고 12살에 미국에 간 뒤에도 쭉 야구를 했다. 대구 야구장에 많이 갔고 항상 야구보며 자랐기 때문에 그런 꿈을 키웠다”고 소개했다.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원래 오른손 타자였지만 우투좌타로 변신했다. 심종원은 “초등학교 때까지는 오른손으로 쳤는데 코치님이 발이 빠르니 왼손으로 쳐보자고 해서 그때부터 왼손타자가 됐다”며 “좌타자이기 때문에 이승엽 선수도 많이 좋아한다. 멋진 분”이라며 아버지와 동시대 라이벌이었던 좌타 거포 이승엽에 대해서도 스스럼없이 찬사를 보냈다.

김기태 전 KIA 감독이 아들 김건형(왼쪽)과 심정수의 아들 심종원이 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1 신인 드래프트 트라이아웃에 참가해 나란히 스윙하고 있다. 수원 | 박민규 선임기자

심종원 역시 야구선수가 되겠다는 선택은 스스로 했다. 그 이후에는 아버지가 든든한 지원자가 돼주었다. 심종원은 “동생도 야구를 하는데 우리 가족은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야구 이야기를 한다. 아버지도 내가 야구를 선택한 이후로는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다. 배팅볼도 직접 던져주신다”며 “야구가 좋아서 다른 스포츠는 해본 적 없다. 고교 때 발이 빠르니 풋볼팀에서 러닝백을 하자는 권유가 왔는데 그러다 다치면 야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1일 열릴 드래프트에서 지명되기 위해 참가한 트라이아웃이지만 유명한 아버지의 아들이기에 둘은 미리 주목받았다. 지명 여부는 확신할 수 없기에 상당한 부담도 있었지만 꿈을 위해 당당하게 도전장을 냈다. 그래서 둘의 시선은 공통적으로 이정후(키움)에게 향해있다. 처음 등장할 때는 ‘이종범의 아들’이었지만 이제는 이종범을 ‘정후 아빠’로 만들며 당당하게 일어선 ‘야구인 2세’의 모범이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롤모델로 꼽은 김건형은 “주루 능력에 있어서는 이정후 선수를 많이 보고 있다. 특히 야구인 2세 중 스타트를 가장 잘 끊은 것 같다.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날 트라이아웃 무대를 마친 소감에 대해서는 “후회는 없다. 뽑힐 선수가 뽑힐 것이고 혹시 나를 원하는 팀이 있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담백하게 말했다. 늘 ‘최선을 다하되 순리에 따른다’는 김기태 전 감독을 꼭 닮은 대답이었다.

심종원은 꽤 활발하다. 이날 처음 만난 김건형에게 먼저 다가가 마치 원래 친분이 두터웠던 사이처럼 보일 정도로 많은 대화를 주고받았다. 역시나 아버지의 후광에 대한 부담도 담대하게 넘기고 있다.

심종원은 “오늘 타격에서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다 힘이 들어가 조금 아쉽다”며 “아버지 덕에 트라이아웃 전 이름이 알려졌지만 내가 해야 할 훈련을 충분히 했고 자신있었기에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나는 많은 훈련으로 자신감을 얻는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현역 시절 몸을 만들기 위해 계란 한 판씩을 먹으며 엄청나게 훈련했던 아버지를 역시나 쏙 빼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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