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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스타트업을 만나다] 사람의 머릿속에 나있는 ‘길’을 찾는 스타트업 - 뉴로핏

9월 21일은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이다. 치매는 인류 역사상 가장 슬픈 질병이다. 평생을 함께 살아온 사람이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만큼 힘든것이 있을까? 함께 해 온 수 많은 시간들이 일순간 부정되는 것 만큼 허무한 것이 또 있을까? 대한민국 65세 고령자 중 10%가 치매를 앓고 있으며, 이러한 치매 원인 중 74.9%가 알츠하이머일 정도로 알츠하이머와 치매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환이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알츠하이머 뿐만 아니라 파킨슨, 뇌졸중, 수전증 같은 퇴행성 뇌질환 환자들도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뇌질환에 대한 치료방법으로 금속전극을 두뇌 깊숙이 삽입해 자극하는 뇌심부자극술과 약물치료 등이 예전부터 있었으나, 머리를 열어 전극을 심어야 한다는 점과 약물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두려움이 있다. 최근에는 두피에서 뇌의 일부를 자기장으로 자극하거나 미세한 직류전기로 자극하는 방법이 각광받고 있는데, 이를 경두개’자기’자극술과 경두개’직류’자극술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비수술적 방법들은 두개골을 열지 않아도 되어 좋긴 하지만, ’치료대상 좌표’에 자기장과 직류전기가 정확히 도달하는지 여부에 대해서 부족함이 있었다.

엄정한 대표 변리사(BLT특허법률사무소)

뉴로핏(대표 빈준길·CTO 김동현)은 환자 맞춤형 뇌자극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인간의 두뇌가 산골짜기처럼 복잡하고 구불구불한 형태를 갖고있기는 하지만, 두뇌의 각 부위별로 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만약 네비게이션처럼 경로를 계산할 수 있다면, 뇌질환 치료가 쉬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광주과학기술원 대학원 멤버들을 모아 창업했다.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등을 사용하여 얻어지는 뇌의 이미지나 영상들은 매우 복잡하고,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사람의 눈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사용하여 보다 효율적으로 분석을 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사용하여 사람의 실제 두뇌와 구조적, 생물학적으로 매우 유사한 뇌 모델을 만들고, 이를 이용하여 뇌질환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수술 계획 및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이 뉴로핏의 핵심 기술이다.

4000명 이상의 뇌 이미지를 딥러닝 방식으로 학습하여 만든 뇌자극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tES LAB’는 2018년에 출시되어 뇌 과학자, 신경과 전문의 등 전문가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았다. 뉴로핏의 소프트웨어는 두피, 두개골, 뇌척수액량과 뇌주름까지도 개개인별로 시뮬레이션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류를 흘렸을 때 만들어지는 전기장을 계산해 자극부위와 강도의 예측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해당 프로그램이 만든 뇌 모델의 두피지점에 전극이 부착되면 각 전극 위치에 따른 전류흐름이 계산되며, 사용자는 치료효과를 높이기 위한 최적의 자극 위치를 결정할 수 있게되는 것이다. 기존의 뇌 MRI 영상을 통한 뇌 분할은 기존 8시간에서 최대 24시간이 소요되어 진료현장에서의 즉시적인 사용이 어려운데 반해 뉴로핏의 ‘tES LAB’은 1분 이내로 뇌 분할이 가능해 뇌영상 촬영 후 짧은시간 안에 분석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한다. tES Lab은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신경과 및 국내외 20여개 이상의 대형병원들에 납품한것 뿐만 아니라, 영국의 브레인박스(BrainBox), 중국의 이린헬스(Yilin Health)와 계약을 맺고, 현재 미국, 유럽 및 중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반 치매 진단 보조 솔루션인 ‘뉴로폴리오(NeuroFolio)’를 식약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화재가 되었다. 뉴로폴리오는 의료영상분석장치소프트웨어 2급으로 허가를 받았는데, tES LAB에 이어서 두번째다. 뉴로폴리오는 복잡한 과정 없이 뇌가 얼마나 위축되었는지,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서 발생하는 백질변성이 얼마나 일어났는지에 대한 부피를 정확히 수치화하여, 치매분야 의사들의 진단의 정확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뉴로핏의 이러한 혁신적인 기술력과 탄탄한 팀웍은 투자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얻게 되었고, 올해 1월경 90억원의 투자유치에도 성공하였다. 치매는 개인차원의 질병이 아니다. 치매는 온 국민이 함께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이고, 이러한 과정에서 탄생하는 뇌과학 스타트업들은 21세기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뉴로핏과 대한민국 뇌과학 스타트업들의 선전을 기원한다.

■엄정한 변리사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화학생물공학부를 졸업한 후 코스닥 기업에서 프로그래밍 및 사업개발을 담당했다.

20대 초반부터 세 번의 창업을 하였으며 현재 약 800개 이상의 스타트업 기업 및 기술창업 기업들을 고객으로 하는 BLT 특허법률사무소의 대표 변리사로 재직 중이다. 20여 회 이상의 엔젤투자를 진행한 활동을 토대로 최근 중소벤처기업부 공인 액셀러레이터인 ‘컴퍼니비’를 창업해 역량있는 스타트업들을 돕고 있다. 현재까지 총 38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저서로 ‘특허로 경영하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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