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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GS칼텍스 강소휘 “소문난 돌아이 근성으로 연경언니랑 올림픽 함께 갈래요”

2020 여자배구 KOVO컵 MVP GS칼텍스배구단 레프트 강소휘가 지난 17일 경기도 가평 GS칼텍스배구단 전용 훈련체육관에서 인터뷰에 앞서 가진 포토타임때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가평|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여자배구 GS칼텍스의 레프트 강소휘(23)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오전 훈련을 마치고 점심을 먹고나면 보통 선수들은 오후 3시쯤까지 달콤한 휴식을 취하지만, 강소휘는 밀려드는 인터뷰 요청에 자투리 시간이 크게 줄었다.

강소휘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스포츠에서도 큰 재미 중 하나인 ‘언더독의 반란’을 이뤄냈기 때문이었다. 이달 초 제천에서 막을 내린 KOVO 컵대회에서 강소휘가 속한 GS칼텍스는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으로 통했던 최강 흥국생명을 눌렀다. 그것도 세트스코어 3-0, 완승이었다. 5일 열린 결승전 강소휘의 득점은 라이트 메레타 러츠(25점)와 선배 이소영(18점)에 비해 낮은 14점이었지만 48.15%의 고감도 공격성공률로 상대의 허점을 찔렀다. 특히 2, 3세트의 마무리를 직접 해내면서 세트와 함께 우승의 포효와 MVP 역시 강소휘의 몫이 됐다.

강소휘는 “컵대회 전 흥국생명과 연습경기를 할 때면 한 세트에 20점도 힘들게 따냈는데, 그날 만큼은 흥국생명이 실수가 많았다”며 “‘미친개 작전’이라고 부른 두려움 없는 돌진은 역시 단기전에만 강하다. 그 기세를 리그에서 유지하려면 많은 훈련을 해야 한다”고 복기했다.

그래도 컵대회 우승은 분명 좋은 징조임에는 분명하다. GS칼텍스는 지난해 청평호가 보이는 양지바른 언덕에 최신식 훈련장을 짓는 등 투자를 통해 호성적을 냈지만 결국 현대건설에 막판 승점 1점이 뒤졌다. 이후 코로나19로 시즌이 갑자기 종료되는 바람에 당시 순위는 2위가 최종 성적표가 돼버렸다.

강소휘는 “항상 대회에 우승을 하면 눈물이 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눈물이 안 났다”며 “아무래도 정규시즌이 남아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꼭 올시즌 우승을 해서 기쁨의 눈물을 흘리겠다”고 다짐했다.

KOVO컵에서 흥국생명을 꺾은 것은 사기진작에는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콤비에 ‘배구여제’ 김연경까지 가세한 흥국생명이 그대로 머물러 있을 리 없다. GS칼텍스는 정규시즌 절치부심하고 나올 흥국생명과 다시 싸워야 한다. “피 튀기는(?) 시즌이 될 것 같다”고 말한 강소휘는 “흥국생명이 더 무서워질 것 같지만 우리도 지긴 싫다”고 각오를 다졌다.

2020 여자배구 KOVO컵 MVP GS칼텍스배구단 레프트 강소휘가 지난 17일 경기도 가평 GS칼텍스배구단 전용 훈련체육관에서 인터뷰에 앞서 가진 포토타임때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가평|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그가 흥국생명과의 대결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그의 우상 김연경(32) 때문이다. 강소휘는 안산서초등학교에 다니던 2009년 김연경이 제정했던 ‘김연경-일주 유소녀 배구 장학생’으로 뽑혔다. 이후 수원에 살다 김연경의 출신학교라는 이유로 안산 원곡중으로 옮겨 배구를 계속했다. 2016년 리우올림픽 당시 국가대표가 돼 우상을 처음 만났지만 이렇게 같은 리그에서 뛸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강소휘는 MVP 수상보다 김연경이 지나가며 했던 “소휘 축하한다”는 말에 더 큰 울림을 받았다고 말했다.

강소휘는 “언니의 모든 것을 배우고 싶은데, 랠리 순간에 확실하게 마무리를 하는 모습을 닮고 싶다”며 “해결능력이 예전보다 좋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배워야 한다. 언니 이후 국가대표 레프트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거다. 확률은 반반이지만”이라고 말했다.

20대 초반의 또래들처럼 그도 맘껏 꾸미고 나서는 외출이 좋고, K팝 춤을 추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최근 걸그룹 블랙핑크의 영상통화 이벤트에 당첨됐다며 그들의 CD 14장을 산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배우 김우빈과 정일우를 좋아하는 그에게선 소녀의 느낌이 남아있었지만 또 한 편으로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다”며 현실적이면서도 당당한 포부를 보여주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강소휘는 “배구를 잘 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 그래서 시즌이 끝나고 FA가 되는 올해 두 배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웃어보였다. 라운드 MVP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챔프전 MVP 그리고 트리플 크라운 달성이 목표다. 하지만 더욱 근본적인 목표는 하나 더 있다.

강소휘는 “언젠가 정규시즌을 꼭 우승해 연경 언니로부터 제대로 한 번 칭찬받고 싶다. 그리고 언니랑 함께 도쿄올림픽에도 나가야 한다”고 눈을 빛냈다. 동료 러츠도 뜻을 아는 ‘돌아이’가 별명인 강소휘, 그 ‘미친개’의 근성은 올시즌 코트를 정면으로 노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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