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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하의 러브월드] 기억에 남는 AV 배우를 말하다② 오구라 유나

AV 배우 오구라 유나는 혜성처럼 한국 대중에 다가왔다. 사실 한국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성공을 거두기 전부터 그는 한국 활동을 위해 노력했다. 다만 출연하는 방송의 기획력이 대중적이지 않았고, 어색했다.

모 기업 광고 기획을 맡던 기획자가 오구라의 매력을 알아봤다. 유튜브라는 대중적 플랫폼과 프로 기획자의 손길이 닿는 순간, 그의 매력이 본격적으로 터졌다. 구독자 35만 명, AV 여배우 중 가장 많은 구독자를 가진 인기 유튜버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우리도 오구라를 주목했다. ‘친한파’라 분류되는 배우는 꽤 있다. 다만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배우는 거의 없다. 그는 친한파를 자처할 뿐 아니라 한국어도 유창했다. 출중한 외모는 말할 것도 없었고.

그렇게 협업을 위한 소통을 시작했다. 내한 팬미팅 진행과 유튜브 영상 촬영을 위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소통했다. 유튜브는 성공했다. 이후에 열린 팬미팅도 대성공이었다. 회사에서 두둑한 현금 봉투를 보너스로 지급할 정도였다.

유례 없는 성공을 가져다 준 배우라는 점 외에도 기억에 남는 게 많다. 일단 한국을 진심으로 좋아했고, 잘 알았다. 정서적으로 한국 문화에 익숙했다. 단순히 KPOP을 좋아한다는 개념과는 달랐다.

한 번은 한국식 중국집에서 식사를 했다. 오구라는 자장면, 나는 짬뽕이었다. 전날부터 짬뽕이 당겼다. 무엇보다 술 먹은 다음 날은 짬뽕이 ‘국룰’이라고 봤다. 자장면이 조금 일찍 나왔다. 그가 흡입을 시작했다.

이윽고 짬뽕이 나왔다. 화려한 해물짬뽕의 자태, 커다란 새우와 게 등이 면 위에 올려져 있었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문득 이상한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오구라가 입가에 춘장을 묻힌 채 나를 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이러더라. “저랑 바꿔먹을래요?”

인간은 삶을 살면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이날도 그랬다. 그가 베어 물었던 자장면과 내가 정말 먹고 싶었던 화려한 외형의 짬뽕. 나는 전자를 골랐다.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화려한 짬뽕 따위, 그 순간엔 오구라의 행복한 미소가 더 당겼다.

내가 먹고 싶었던 해물짬뽕을 시원하게 완식하는 그의 앞에서 단무지 하나를 들어 자장면 위에 올렸다. 오구라가 몇 입 먹는 사이에 물이 약간 서려 버린 자장면. 뭐, 결론만 말하자면 내 생에 먹었던 자장면 중 가장 으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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