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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후일담] 맹활약 롯데 오윤석, 6년전 이대호의 Pick이었던 사연

롯데 오윤석.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오윤석(28)은 시즌 막판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선수 중 하나다.

9월 말 주전 2루수 안치홍이 부상으로 빠진 후 그의 빈 자리를 채우면서 무명의 설움을 씻어내고 단숨에 주전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9월24일부터 11경기에서 타율 0.476 3홈런 16타점 등을 기록 중이다. 지난 4일 사직 한화전에서는 데뷔 첫 만루홈런과 사이클링히트를 동시에 달성했다. 지난 6일 KT전에서도 2안타를 뽑아내며 3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기록 중이다.

오윤석은 야구 인생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던 선수다. 경기고 재학 후 2010년 신인 지명에서 2차 8라운드로 롯데 지명을 받았다가 지명을 포기하고 연세대 진학을 택했다. 그러나 대학 졸업 뒤 지명을 받지 못했고 2014년 육성 선수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이 때 오윤석의 진가를 알아본 사람이 이대호다.

2011시즌 후 일본 프로야구로 진출했던 이대호는 비시즌이면 친정팀 선수들과 함께 몸을 만들곤 했다. 2014년에도 소프트뱅크 소속이었던 이대호는 롯데의 2군 구장인 김해 상동구장에서 옛 동료들과 훈련을 함께 했다. 그러던 중 이대호의 눈에 한 선수가 띄었다. 당시 이대호는 “폼이 좋다”며 오윤석의 이름을 거론하며 칭찬했다.

오윤석이 데뷔 후 처음으로 주목을 받았던 순간이었다. 당시 오윤석은 “폼이 좋은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다만 열심히 하라는 격려라고 생각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다음해 오윤석은 롯데의 정식 선수로 계약을 했다. 그리고 오랜 백업 생활을 거쳐 올시즌 드디어 빛을 보고 있다. 이대호도 달성하지 못했던 사이클링히트도 기록했다.

6년 전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오윤석은 “프로에 온 후 내 이름으로 기사가 처음으로 났다. 그 때 이대호 선배님이 국내에 없고 해외에 있어서 티비 속으로만 봐 오던 ‘대스타’였다. 그때 운동하는걸 봤는데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다르다는 생각이 들고 공부도 많이 됐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이대호의 한 마디는 무명의 육성 선수에게 큰 힘이 됐다. 오윤석은 “직접 들은건 아니지만 기사로 그 말을 접해서 정말 영광이었다. 워낙 대 선배님이 말씀해주신거라서 나 나름대로는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하고 더그아웃에 들어갔을 때에도 아낌없이 축하를 해 준 선수도 이대호였다. 오윤석은 “이대호 선배가 정말 축하한다고 해주셨다”고 돌이켜봤다.

이제 오윤석은 ‘대선배’라고만 생각하던 이대호와 함께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같이 올린다. 오윤석이 1번에서 출루하면 4번 이대호가 불러들이는 역할을 한다. 지금은 너나할 것 없이 팀의 가을야구 진출이라는 목표를 향해 함께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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