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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하의 러브월드] 기억에 남는 AV 배우를 말하다② 츠보미

‘살아있는 전설….’

이보다 그를 자세히 설명하는 문구는 없어 보인다. 지금까지 약 2000개 이상의 AV 작품이 출시됐고, 곧 데뷔 15주년을 맞이하는 현역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일 양국 AV 배우 인기 랭킹에서 빠지질 않는다.

츠보미(つぼみ). 일본에서 ‘꽃봉오리(?)’를 뜻하는 이름을 가진 배우다. 한때 한국의 모 커뮤니티에서는 그를 ‘국민 여동생’이라 불렀다. 현재는 ‘누나’, ‘장인’, ‘선생님’ 등의 존중 섞인 호칭으로 불리고 있다.

츠보미

그를 처음 본 건 8년 전이었다. 일본 서점 사인회 행사건과 관련해 처음 만났다. 워낙 전설적인 이름이었으니, 좀 긴장했던 기억이 있다. 게다가 당시 츠보미는 지금보다 훨씬 인기가 좋았다. AV 랭킹이란 랭킹은 전부 휩쓸고 다닐 때다.

당시 그의 첫인상은 ‘조용하고 친절했다’ 정도로 요약 가능하다. 시종일관 묵묵하게 자신의 일을 했다. 나긋나긋한 말투로 스태프를 대하고, 미소를 띠며 팬들을 맞이했다. 무슨 말을 해도 웃으면서 받아줬다.

이런 광경을 종일 보고 있노라면, “가식적인 모습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나도 그랬다. 조용히 휴대용 게임기를 두들기다가도 말 한마디 걸면, 미소와 함께 “좋아요”, “기뻐요” 같은 말을 하는데,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친절이거든, 이게.

시간은 흘러 2019년, 바나나몰이 주최한 ‘츠보미 팬미팅’ 준비를 위해 그를 다시 만났다. 8년 전보다 성숙한 모습이었다. 상큼하고 귀여운 인상은 사라진 듯 보였으나 성격은 여전했다. 스태프와 팬들을 대하는 자세에 ‘친절’이 묻어있었다.

팬미팅과 더불어 ‘츠보미TV’의 기획을 돕게 되면서 그를 자주 봤다. ‘츠보미TV’는 츠보미가 일본 소속사와 함께 진행하는 한국 유튜브 채널이다. 한국 팬미팅 이후 지속적인 소통을 위해 사비를 들여 개설했다.

배우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츠보미를 자주 만나게 되면서 느낀 점이라면, 그의 친절이 절대 가식이 아니라는 거다. ‘친절’은 츠보미 그 자체다. 행동, 말투 하나하나에 예의 범절이 있다. 그러면서도 자기 주장은 똑 부러진다. 부드러움 속에 프로페셔널이 있다.

촬영이 길어져서 스태프가 밥을 먹지 못한 적이 있다. 촬영 후 츠보미가 직접 고급 도시락을 사와 스태프에게 나눠줬다. “저를 위해 노력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명, 한 명에게 말하면서. 이쪽 업계에 이런 사람, 정말 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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