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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하의 러브월드] 기억에 남는 AV 배우를 말하다⑤ 아이자와 미나미

우리나라도 그렇고, 해외도 그렇고 모든 시상식에서는 ‘이변’이 생기곤 한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수상, “응원은 하지만 어렵지 않을까?” 했다가 상을 받았을 때 느껴지는 쾌감이랄까, 언더도그가 톺도그에게 승리를 챙겼을 때 느껴지는 짜릿함을 가끔 이런 곳에서도 받을 때가 있다.

돌이켜보면 그도 그랬다. 2019년에 있었던 일본 최대 규모의 AV 시상식 ‘판자 어덜트 어워드 2019’의 대상 수상자, 아이자와 미나미 얘기다. 수상 직후 그가 흘렸던 눈물 속에는 대형 사무소를 이겼다는 중소 매니지먼트의 감동도 포함돼 있었으리라.

기억에 남는 AV 배우를 말하다⑤ 아이자와 미나미. 바나나몰 제공

그를 처음 접하게 된 건 2018년 즈음이다. 평소 알고 지내던 일본 AV 사무소 사장이 그를 관리하고 있었다. 그는 직접 매니저 역할까지 소화할 정도로 그를 아꼈다. ‘아이자와 미나미’라는 이름도 그가 직접 작명했다고 했다.

당시 아이자와 미나미 외에도 스즈모리 레무, 다카스기 마리 등을 관리하고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아이자와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아이자와의 착한 심성과 프로페셔널한 자세 등을 존중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코스튬 제품 패키지 촬영이란 고된 법이다. 몇 시간 동안이나 촬영이 진행되고, 특히 같은 자세를 반복해야 한다는 게 배우를 지치게 한다. 의상을 지속적으로 바꿔 입어야 한다는 것도 배우에겐 곤혹스러운 일이다.

실제로 촬영이 진행되면 될수록 말투와 얼굴에서 짜증이 묻어나는 배우가 많다. 아이자와는 조금 달랐다. 끝까지 밝은 표정으로 촬영에 임했고, 지루할 법도 한데 그런 티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이 옷 정말 예쁘네요!” 하는 자세를 유지했다.

성인용품 촬영 때도 그랬다. 일본에는 ‘명기의 증명’이라는 오랜 역사를 가진 남성용 성인용품 시리즈가 있다. 후카다 에이미, 다카하시 쇼코 등 당대 최고의 배우가 모델이 되는 히트 제품인데, 새로운 모델로 아이자와가 발탁됐다.

숱한 AV 스타의 촬영 현장을 봐왔지만, 아이자와처럼 처음과 끝이 똑같았던 적은 없다. 타고난 체력인지 특유의 정신력인지는 몰라도. 나도 모르게 “괜히 일본 ‘딸롱도르’ 대상 수상자가 아니구나…” 했으니까.

아, 그게 기억난다. 촬영 중 바나나몰이라는 한국 업체에서 온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아이자와가 쉬는 시간에 휴대폰을 보며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한국어를 검색해 연습하고 있었던 거다. “안녕하세요”. 한국어를 내뱉더니 환하게 웃던 모습, 아직도 못 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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