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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와 ‘승엽’의 평행이론…롯데의 미래가 바뀔까

(부산=연합뉴스) 강덕철 기자 = 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 롯데 자이언츠 경기를 야구팬들이 관람하고 있다. 2020.10.14

미국행을 원했던 나승엽(18)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영혼이 담긴 300㎜ 왕발 한정판 운동화’였다. 한정판인데다, 발 크기 300㎜는 좀처럼 구하기 힘든 ‘희귀템’이다.

덕수고 졸업 예정인 내야수 나승엽은 메이저리그 도전의지가 강했다. 이 때문에 1차지명이 가능했던 롯데가 1차지명에서 포수 손성빈(장안고)를 지명했고, 2차 1라운드에서는 좌완 투수 김진욱(강릉고)를 택했다. 나승엽을 지명할 수도 있지만, 메이저리그를 택하면 지명권이 날아갈 수도 있었다. 롯데는 2라운드에서 지명권 손실을 감수하고 나승엽을 택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마이너리그 상황이 좋지 않아, 국내 입단으로 마음을 돌릴 수도 있다는 ‘도박’이었다.

롯데의 도박은 성공했다. 스카우트가 서울에 상주하며 설득에 나섰고, 5억원이라는 적지않은 계약금에 합의에 성공했다. 고졸 야수 계약금 5억원은 강백호(KT·4억5000만원)를 뛰어넘는 역대 최고 금액이다.

돈도 돈이지만, 롯데 성민규 단장은 ‘영혼이 담긴 선물’을 더해 나승엽의 마음을 돌렸다. 추첨을 통해 당첨돼야만 구매가 가능한 ‘나이키 에어 조던 콩코드 11’이었다. 성 단장은 지난해 추첨에 당첨 돼 이 농구화를 살 수 있었다. 자신에게도 너무 귀한 ‘행운의 상징’이어서 한 번도 밖에서 안 신고 고이 모셔둔 ‘희귀템’이었다.

그 운동화를 나승엽에게 선물했다. 성단장은 “본격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믿음을 얻을까 집에서 고민하는데 신발이 보였다. 인스타그램 DM으로 발 크기 물어봤더니, 마침 나랑 같은 300㎜라고 하더라”며 “그 길로 비행기 타고 서울로 올라갔다. ‘협상하자’고 하면서 만나면 서로 어색하고, 경계할 게 뻔하니, ‘신발 선물 주겠다’는 핑계로 얼굴을 텄다. 첫 만남에서는 얘기도 그리 많이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성단장은 “내 영혼이 담긴 운동화였지만 (야구에서) 이기려면 영혼도 팔 수 있다”며 웃었다.

롯데는 손성빈(계약금 1억5000만원), 김진욱(계약금 3억7000만원)에 나승엽까지 계약하며 단숨에 1차지명급 선수 3명을 모두 품에 안았다. 롯데팬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부터 롯데 팬이었던 김진욱은 계약 뒤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더 많이 받았으면 좋겠지만, 내게 롯데 유니폼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다. 제가 더 버텨야 할 곳은 계약 협상장이 아니라 롯데를 위해 던질 마운드라고 생각했다”고 남겨 팬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있다. 성단장에 따르면 1차지명 손성빈 역시 “입단 뒤 1차지명 이유를 증명해 보이겠다”며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나승엽과 ‘나이키’는 ‘평행이론’을 떠올리게 한다. 이승엽은 1994년 겨울 한양대 대신 수능시험을 일부러 망치는 길을 골라 프로야구 삼성을 택했다. 그때 삼성도 이승엽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적극적이었는데, ‘프로선수가 되면 좋아하는 나이키를 마음껏 신을 수 있다’는 게 중요한 설득 논리 중 하나였다. 대학 대신 삼성을 택한 이승엽은 입단 3년차 리그 홈런왕에 올랐고 ‘국민타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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