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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의 우승 건너편…‘5강 탈락’ KIA가 떠올려야 할 2017년

NC 외야수 이명기(왼쪽)와 투수 문경찬.

NC는 지난해 7월 KIA와 트레이드를 했다. 30대 중반을 향하는 주전 외야수 이명기를 받고 20대의 백업 외야수 이우성을 내줬다. 이명기는 KIA가 통합우승을 차지한 2017년 주전 외야수였다. NC로 옮긴 이명기는 8월 이후 3할대 타율로 활약했고 KT와 5강을 다투던 NC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올시즌에는 타율 0.311를 쳤다.

NC와 KIA의 트레이드는 1년 뒤 다시 등장했다. 지난 8월 불펜 투수 문경찬과 박정수가 NC로 이동하고 투수 장현식과 내야수 김태진이 KIA로 가는 2대2 트레이드가 이뤄졌다. 선두지만 불펜 불안으로 위기에 놓여있던 NC가 바로 전년도 KIA 마무리였던 문경찬을 받은 것이 트레이드 핵심이었다. 올시즌 중반 부진해 KIA에서 마무리를 내놓고 있던 문경찬은 트레이드 뒤 11홀드를 기록하며 불안하던 NC 불펜을 지탱했다.

올해 NC가 창단후 첫 우승을 차지한 과정은 3년 전 우승 당시 KIA의 모습과 매우 닮아있다.

2017년 KIA 우승의 중심에도 두 건의 트레이드가 있었다. 시즌 초반 SK와 트레이드를 통해 외야수 이명기와 포수 김민식을 영입해 톱타자와 주전포수로 활용한 KIA는 시즌 중반 불펜이 불안하자 넥센과 트레이드로 김세현을 영입해 뒷문 강화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유망한 신인 투수 이승호를 내주는 출혈까지 감수한 것은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우승 기회를 잡기 위한 승부수였다. 2017년 KIA의 트레이드는 올해 NC의 트레이드처럼 성공을 거뒀다.

125억원을 투자해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한 양의지가 주전포수이자 최강 중심타자로 NC의 우승을 이끈 것도 2017년의 KIA 최형우와 매우 비슷하다. KIA 역시 2017년 시즌 전 FA 역사상 최초로 100억원을 투자해 최형우를 영입했고 그해 결정적 고비마다 최형우의 폭발적인 화력을 앞세운 끝에 우승할 수 있었다.

대담하게 투자해 시즌을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트레이드를 활용해 부족한 곳을 채우는 과감성이 우승의 한 조건이라는 사실은 2017년 KIA에 이어 올해 NC가 다시 한 번 증명했다.

그리고 NC의 창단 첫 우승 건너편에 불과 3년 전과 완전히 다른 KIA가 있다. NC가 우승을 확정하기 하루 전 KIA는 2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됐다.

과감한 트레이드는 타이밍과 계획에 따라 한 끗 차로 정반대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전력이 약해졌다는 시즌 전 평가 속에서도 꾸준히 5강 경쟁력을 유지하던 KIA는 가장 중요한 10월 이후에 10개 팀 중 최저 승률(7승14패·0.333)로 처져 올해도 가을야구에 나가지 못했다. KIA는 5강 경쟁의 한가운데 서 있을 때 상위권 팀과 연속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KIA가 내준 선수들은 모두 상위 팀에 가 주전으로 뛰며 가을야구 진출을 이끌었다. 반면 최다 트레이드 구단으로 활발하게 움직인 KIA는 실속을 차리지 못하고 줄부상에 미끄러졌다. 결과적으로 NC의 우승 도우미가 됐다.

KIA는 내년이 가장 큰 위기다. 트레이드로 큰 ‘득’을 누리지 못한 KIA는 주력 선수들이 FA 시장에 나가야 하고 외국인 선수 재계약도 불투명한 데다 올시즌 젊은 선수들 위주로 기용했던 일부 포지션에서는 한계도 확인했다. 당장 이번 겨울 계획을 과감하기보다는 신중하게 세워야 한다. NC의 우승을 바라보며 비슷한 모습으로 우승했던 3년 전을 추억하게 된 KIA의 가을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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