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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사실상 전북천하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25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경기에서 전북 바로우가 골을 넣고 팀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2020.10.25

올해도 프로축구는 사실상 ‘전북 천하’다.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가 ‘현대가 더비’에서 웃으며 K리그 초유의 4연패와 함께 최다 우승의 영광을 예약했다.

각본 없는 드라마로 불리는 스포츠에서 백미는 역전극, 그것도 역전 우승이다. 한해 농사의 결과가 한 경기에 뒤집히는 일은 드물지만 종종 나온다. 2020년 전북이 그랬다. 21세기 들어 최강으로 군림했던 전북이지만 올해는 지난 시즌 준우승팀인 울산이 더 기세를 올렸다. 전북은 지난 7월 12일부터 확고한 선두인 울산에 끌려가는 2위에 머물렀다.

한때 전북과 울산의 승점차는 5점까지 벌어졌던 터. 울산 팬들 사이에선 ‘어우울’(어차피 우승은 울산)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전북은 9월 들어 반격의 시동을 걸었다. 울산과의 두 번째 맞대결에서 2-1로 승리한 것을 발판으로 파이널라운드에서 차곡차곡 승점을 쌓았다. 거꾸로 울산은 치고 나갈 타이밍에 흔들렸다. 전북은 한 달 만인 10월 18일 마침내 울산과 승점이 같은 2위로 올라섰고, 세 번째 맞대결 승리로 거짓말 같은 대역전 우승의 9부 능선을 넘었다.

전북은 25일 울산문수구장에서 열린 2020 하나원큐 K리그1 26라운드 울산과의 원정 경기에서 바로우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후반 8분 교체 투입된 바로우가 10분 만에 상대 수비수의 백패스 실수를 놓치지 않고 골망을 가른 게 우승의 향방을 바꾸는 득점이 됐다.

18승3무5패로 승점 57점을 쌓은 전북은 2위 울산을 승점 3점차로 따돌리면서 사실상 우승을 확정했다. 전북은 오는 11월 1일 대구FC와의 최종전에서 승점 1점만 추가하면 자력 우승이 가능하다. 전북이 2020년도 정상을 지킨다면 통산 8회 우승으로 성남 일화(현 성남FC·7회)를 넘어 최다 우승팀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특히 전북의 모든 우승은 최근 12년 사이에 집중돼 21세기 최강팀이라는 평가가 아깝지 않다.

전북이 21세기 최강으로 군림하는 비결은 역시 확고한 투자에 있다. 라이벌인 울산의 거침없는 투자에 경쟁력에서 열세에 처한다는 판단이 나오자마자 올 여름 지갑을 열었다. 브라질 명문 코린치안스 출신의 골잡이 구스타보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출신 바로우가 한꺼번에 전북 유니폼을 입은 것이다. 전북은 구스타보와 바로우의 몸값으로 약 40억원을 썼다. 그리고 구스타보와 바로우는 K리그1에서만 각각 5골(2도움)과 2골(4도움)으로 제 몫을 했다. 특히 바로우는 역전 우승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해결사로 떠오르면서 투자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전북은 이제 트레블(3관왕)을 향해 나아간다. 전북은 2020년 FA컵 결승에 올랐다. 유독 FA컵에선 2005년 이후 우승과 인연이 없었지만, 결승 상대가 올해 3전 전승으로 강세인 울산이라는 점에서 자신감이 넘친다. 전북이 FA컵도 우승한다면 통산 4번째 우승이다. 또 전북은 11월로 연기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 가능성도 남아있다. 이미 이란의 페르세폴리스가 서아시아 결승에 오른 가운데 동아시아 최강자의 자존심을 걸고 부딪칠 차례다. 전북이 FA컵과 ACL에서 하나라도 우승한다면 창단 첫 다관왕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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