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BIFF2020 리뷰] ‘감독’ 안재홍의 가능성

영화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 한 장면. 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안재홍은 연기도 잘하지만, 연출하는 걸 보고 놀랐어요. 너무 잘해서요. 함께 ‘소공녀’를 작업하면서 배우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좋아했는데, 이번에 감독, 연출, 주연까지 한다고 해서 시나리오도 안 보고 ‘나도 출연하겠다’고 했죠.”

배우 이솜이 안재홍의 연출작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에 출연한 이유다. 연기력을 인정받은 안재홍에겐 걸출한 연출력까지 있다고 자신했다.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배우 안재홍.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는 장거리 연애를 하던 울릉도 남자 ‘철수’(안재홍)와 육지 여자 ‘영희’(이솜)의 이별 이야기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한국단편경쟁 부문에 초청받아 주목을 받았다.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는 30분짜리 단편영화다. 이별을 고하러 남자친구 ‘철수’가 사는 울릉도까지 내려온 ‘영희’는 풍랑주의보 때문에 의도치않게 섬에 발이 묶인다. 하룻밤을 보내기로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이제는 ‘전 남자친구’가 되어버린 철수와 불편한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왜 헤어지자고 하는지, 무엇때문에 이별을 고하는지 아무것도 묻지 않았던 철수와 미안한 마음조차 표현하지 않는 영희 사이에 ‘이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에 대한 물음표가 커져버린다.

이솜이 확신한 이유가 있었다. 베일을 벗은 작품은 담백하면서도 곳곳에 위트까지 담아내고 있다. ‘감독’ 안재홍은 일상적인 이야기 속에 아이러니한 상황 연출로 웃음까지 선물하며 연출적 재능을 마음껏 표출한다. 게다가 각본, 주연까지 맡으며 영화의 개성을 확실히 다진다. ‘소공녀’에서 만난 이솜과 연기적으로 또 한 번 ‘찰떡 호흡’을 보여주며 보는 이를 빨아들인다.

이시스터즈가 부른 ‘울릉도 트위스트’도 듣는 재미를 준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면서 두 남녀의 이별이야기를 조금 더 특별하게 한다.

안재홍이 감독으로 재량을 인정받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6년에도 본인이 직접 연출하고 출연했던 영화 ‘검은 돼지’로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아시네마스케이프 섹션에 초청되면서 연출가로서 이름을 공고히 했다. 또 한 번 부산국제영화제란 큰 무대에서 자신의 연출 작품으로 관객을 만나는 그가, ‘배우’ 아닌 ‘감독’으로서 가능성을 어디까지 펼쳐낼지 관심이 쏠린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