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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술적으로 리그 50골 페이스…‘한반도프스키’ 손흥민

토트넘 손흥민이 27일 영국 번리의 터프 무어에서 열린 2020~202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경기에서 후반 31분 헤딩 결승골을 터뜨린 뒤 찰칵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연합·그래픽 이은진 기자

이제는 ‘월드 클래스’라는 표현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손흥민(28·토트넘)이 개막 이후 2개월 만에 두 자릿 수 득점을 기록하는 초고속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손흥민은 27일 영국 번리의 터프 무어에서 열린 2020~202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원정에서 후반 31분 헤딩 결승골을 터뜨려 1-0 승리를 이끌었다. 토트넘은 5경기 연속 무패(3승2무)의 상승세를 유지하며 5위로 올라섰다.

손흥민은 시즌 전체에서 10호 골을 올리며 리그 8번째 골을 터뜨렸다. 이 득점으로 도미닉 칼버트-르윈(에버턴·7골)을 따돌리며 리그 단독 득점 선두로 올라섰다. 다른 골잡이들과 달리 헤딩골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던 손흥민으로서는 9개월 만에 머리로 골을 넣으면서 기쁨을 두 배로 키웠다.

손흥민의 놀라운 득점 행진에 여러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경기당 평균 1.33골을 넣고 있다. 이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산술적으로는 프리미어리그에서만 50골도 바라볼 수 있는 광속 페이스다. 손흥민은 2016~2017시즌 리그에서 14골(전체 21골)을 넣은 것이 개인 최다 기록이다. 손흥민의 올시즌 골 모음 속도가 다시 보이는 배경이다.

프리미어리그 전문가들도 손흥민을 향해 극찬을 쏟아내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수비수 출신으로 스카이스포츠에서 해설을 맡고 있는 게리 네빌은 “조제 무리뉴 토트넘 감독이 지난주 손흥민이 월드 클래스에 올라있다고 말한 것에 완전히 동의한다”고 평했다. 리버풀 출신 해설자 제이미 캐러거도 “만약 라힘 스털링(맨체스터 시티)이나 사디오 마네(리버풀)가 팀을 떠난다면, 손흥민이 펩 과르디올라(맨체스터 시티 감독)와 위르겐 클롭(리버풀 감독)의 첫 타깃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 어떤 빅리그에서도 손흥민보다 나은 골잡이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2)가 5경기에서 10골을 쏟아내 가장 돋보이지만 프리미어리그와 수준차를 감안해야 하면 손흥민이 모자랄 게 없다. 더군다나 유럽축구대항전 기록까지 더하면 두 선수의 득점은 10골로 똑같다. 득점 생산 능력에서도 68분당 1골을 터뜨린 손흥민과 65분마다 1골을 생산한 레반도프스키는 거의 차이가 없다.

다만 손흥민과 레반도프스키는 포지션과 성향이 다르다는 점에서 직접 비교는 어렵다. 주로 수비 뒷 공간을 노리는 손흥민이 매끄러운 움직임으로 상대를 무너뜨리는 장기가 돋보인다면, 최전방 골잡이인 레반도프스키는 풍부한 활동량과 연계 플레이, 순도 높은 결정력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장지현 SBS 해설위원은 “손흥민과 레반도프스키는 포지션도 성향도 다르지만, 서로 자신들의 장점을 살리면서 유럽 최고 수준의 득점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체력 조절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코로나19로 A매치(축구국가대항전)이 제한되면서 손흥민이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강행군을 벌일 필요가 없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도 오는 11월 A매치를 한국이 아닌 오스트리아에서 추진하고 있다. 손흥민이 지난 9월 햄스트링 부상으로 주춤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시즌 기대가 더 커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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