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목숨 걸고 뉴스현장 누비는 특파원들의 모험담 ‘AP, 역사의 목격자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서울에 있던 한 외신 특파원은 계엄군에게 “폭도 3명이 죽었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그는 사실을 취재하기 위해 광주로 향했다. 그는 첫 날 한 장소에서 179구의 시신을 목격했다.

‘목숨을 걸고 뉴스현장을 누비는 특파원들의 흥미진진한 모험담’이라는 부제가 붙은 ‘AP, 역사의 목격자들’(지은이 지오바나 델오토· 번역 신우열·펴낸곳 크레센도)는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전 세계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특파원들의 취재와 보도 과정을 추적한다.

저자 지오바나 델오토가 파키스탄 오지에서 워싱턴DC에 이르기까지 AP 특파원 61명을 인터뷰 해 엮은 책이다.

1945년 일본의 항복선언부터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천안문 항쟁, 시리아 내전 등 역사적 사건들을 현장에서 목격하고 취재한 특파원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들에 관한 기사들을 수집하고 분석해 그중 가치 있는 기사들을 선별한 다음 이를 쓴 특파원들을 추적해 어떤 과정을 통해 그런 기사를 작성했는지 밝혀내는 방식으로 쓰여졌다.

AP 특파원들은 레바논, 아프가니스탄, 멕시코 등에서 폭격 세례를 받고, 납치당하고, 총구 앞에 서야 했다. 폭격이 쏟아지는 미군 군함 위에서, 강한 지진 속에서 휘청거리는 자판을 두드려 기사를 작성했으며 그렇게 작성한 기사가 적힌 종이와 필름을 국제공항 탑승대기실에서 누군지도 모르는 승객 주머니에 찔러주고는 본사에 무사히 전달되기만을 빌기도 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9일 동안 현장을 취재했던 테리 앤더슨 특파원 인터뷰도 들어있다. 계엄군이 폭도 3명이 죽었다고 말했지만, 기자는 사실을 기록하기 위해 광주 시내를 헤집고 다니며 눈에 띄는 시체는 모조리 셌다. 그는 광주에 들어간 첫날 한 장소서 시체 179구를 셌다.

이라크전쟁 당시 AP 특파원은 미군 폭격이 끝나면 바로 바그다드 내 병원을 돌아다니며 사상자를 파악했다며 ‘시체안치소 관리인’업무를 하는 것과 비슷했다고 회고했다.

이런 임무를 AP 특파원들이 중시하는 이유는 미군이 피해 상황을 거짓으로 공표하지 못하도록 하는 목적과 함께 세계 미디어가 ‘AP 집계’를 표준으로 삼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자는 AP통신 특파원 출신으로 현재 미국 미네소타대학 교수로 교편을잡고 있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