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에서 네 번째 시즌을 보내는 펠리페 알톤 반데로(32·OK금융그룹)가 팀 분위기에 빠르게 녹아들면서 OK금융그룹의 시즌 초반 돌풍에 일조하고 있다. 석진욱 OK금융그룹 감독은 “외인이 네 시즌을 뛰는 데는 이유가 있다”면서 펠리페의 팀 공헌도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펠리페는 지난 28일 경기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V리그 남자부 현대캐피탈과의 홈 경기에서 28득점을 올리고 팀의 3-1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 승리로 OK금융그룹은 3연승을 거두고 4위에서 1위로 뛰어올랐다.
펠리페는 2017년 한국전력을 통해 국내 무대에 데뷔한 뒤 2018년 KB손해보험, 2019년 우리카드 유니폼을 입었고 올 시즌 다시 V리그로 소환됐다. 이 가운데 트라이아웃을 통해 뽑힌 것은 2017년이 유일했다. 2018년부터 세 시즌 연속 펠리페는 부상당하거나 부진한 기존 외인의 대체 선수로 한국에 돌아왔다.
OK금융그룹도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미하우 필립이 무릎 부상을 당하자 펠리페를 찾아 나섰다. 코로나19 여파로 외인 구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에서 펠리페는 괜찮은 대안이었다.
석진욱 감독은 지난 시즌까지 상대팀 선수로 봤던 펠리페에 대해 “사실 위압감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오늘은 막을 수 있겠다’ ‘오늘은 컨디션이 좋은 것 같다’ 그 정도 인상의 선수였다”고 떠올렸다. 펠리페가 대체 선수로 팀에 합류한 후에도 걱정이 많았다. 석 감독은 “처음엔 큰일났다고 생각했다. 공을 세게는 때리려고 하는데 공에 힘이 실리지 않았다”며 “외인 선수인데 점수가 안 날 수도 있겠구나 걱정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펠리페가 몸 상태를 끌어올리면서 이런 첫인상은 기우가 됐다. 실전에 들어가기 일주일 전부터 펠리페의 공에 힘이 실렸다. 펠리페는 자신만의 루틴이 확실히 정립돼 있고 그 루틴에 따라 착실하게 준비하는 선수였다. 그런 성실함이 코트에서 경기력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석 감독은 “펠리페는 경기가 언제 있다고 하면 그 전에 어떤 웨이트 트레이닝, 어떤 프로그램으로 운동하고 준비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기록을 해놓고 자기 몸 관리를 스스로 잘하는 선수”라면서 “가까이서 보니까 화려하진 않지만 꾸준하다”고 호평했다. 이어 “이 선수가 왜 한국에서 네 번째 시즌까지 할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되더라”고 덧붙였다.
성실한 외인 선수의 존재는 팀의 다른 선수들에게 보고 배울 수 있는 본보기가 된다. 레프트 심경섭은 “펠리페는 항상 진지하고, 우리에게 배구를 많이 가르쳐준다. 우리가 장난으로 펠리페를 헤드코치라고 부른다”며 “경험도 많고 V리그도 많이 뛰었기 때문에 믿고 따르는 형”이라고 말했다.
OK금융그룹 선수들은 ‘원 팀(One team)’이라는 구호 아래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하면서 연승 행진을 벌이고 있다. 펠리페도 ‘원 팀’의 일원으로 녹아들었다. 심경섭은 “펠리페는 범실이 적고 힘도 좋은 선수”라면서 “우리 팀에 온 뒤로 선수들과 함께하는 파이팅이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