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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DReplay 정홍수 대표 "한국이 만든 360도 스포츠 영상 제작 기술, 세계가 인정합니다"

4DReplay 정홍수 대표.

사방을 둘러싼 수십대 카메라에 찍힌 영상들이 단 5초 만에 360도 영상으로 재편집된다. 이 영상은 각도를 바꿔가며 파노라마식으로 펼쳐진다. 멋진 플레이를 더 멋있게 리플레이하는 영상이다. TV 시청자들은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한국 정보통신기술(IT)기업 ‘4DReplay’가 개발한 순수 한국 기술이다.

4DReplay 정홍수 대표(45)는 최근 경기 성남에 있는 한국 법인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프로농구, 프로야구, 프로골프, 아이스하키, 종합격투기 중계에서 우리 기술이 인정받았다”며 “한국의 뛰어난 IT 기술력을 앞세워 세계 최정상급 IT 회사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4DReplay는 3~5초 이내에 3차원 영상을 만드는 기술을 갖고 있다. 시간까지 초월한다는 의미가 더해져 회사 이름에 4D가 붙었다. 4DReplay는 2016년 국내프로야구 중계시장에 뛰어들었다. 2017년부터 미국프로스포츠에 진출했고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도 선보였다. 코로나 19로 인해 무관중 경기가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4DReplay 기술은 빛을 더 발했다. 미국프로농구·야구·골프, 호주오픈(테니스) 영상 제작에도 기여했다. 국내 프로골프대회, 지금 진행 중인 국내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영상 제작에도 4DReplay 기술이 쓰이고 있다. 정 대표는 2017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ICT 혁신,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ICT 융합 표창을 받았다.

2019~2020시즌 미국프로농구 포스트시즌 영상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4DReplay 직원들.

-실제영상을 3D영상으로 바꾸는 기술을 어떻게 구현하게 됐나.

“2012년까지 삼성 SDS에서 디지털 TV 및 카메라 개발, 영상 업무를 봤다. 360도 앵글을 돌리는 PC야구게임 장면을 실제로 구현한다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2012년 퇴사했다.”

-회사를 언제 설립했나.

“2016년이다. 나는 소프트웨어 공학도다. 단국대 전산통계학과 재학시절인 1998년 네트워크 시스템을 만드는 벤처도 공동 운영했다. 카메라,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을 모두 배웠다. 4DReplay는 이런 기술의 집합체다.”

-스포츠 중계에 뛰어든 이유는.

“스포츠는 꾸준하게 이어진다. 멋진 플레이를 다시 보고 싶어한다. 우리 기술과 잘 맞는다. 외판원처럼 노트북 하나 들고 방송국 사람들을 만났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높이뛰기, 장대높이뛰기 영상 제작에 참여했다.”

-제일 먼저 해본 프로종목은.

“2015년 SBS와 프로야구 중계를 했다. 2016년에는 KBS와도 했다. 방송국 사람들 쓴소리가 고맙다. 방송을 잘 배운 시간이었다. 덕분에 내가 미국에서도 잘하리라는 자신감을 가졌다.”

-미국시장 공략이 어려웠을 텐데.

“2016년 혼자 미국으로 갔다. 경기장에 가서 카메라맨, 기자에게 우리 기술을 보여주며 서툰 영어로 열심히 설명했다. 정말 맨땅에 헤딩했다. 보는 사람마다 ‘정말 이게 되냐’고 말하면서 신기해하며 관심을 보였다.”

4DReplay 직원들이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올스타전 영상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처음 중계를 시작한 팀은.

“미국프로야구(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다. 우연히 승강기를 함께 탄 주민에게 우리 기술을 소개했다. 그 사람이 샌프란시스코 구단 고위층이었다. 덕분에 홈경기 영상을 찍었다. 이후 NBC, ESPN, CBS 등 미국방송국으로부터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올스타전, NCAA 농구, 미국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MLB 보스턴 레스삭스, MLB 월드시리즈 영상 제작에 참여했다.”

한 메이저리그 야구장에 설치된 4DReplay 카메라들.

-올림픽 영상 제작도 했나.

“평창올림픽에서 우리 기술이 적용됐다. 도쿄올림픽에서도 10개 안팎 종목 영상 제작 계약도 돼있다. 올해 미국에서 종합격투기(UFC), NBA 포스트시즌 전경기 영상 제작에도 관여했다. 지금까지 MLB 포스트시즌,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십. 호주·US 오픈 중계에도 참여했다. 내년 2월 미국프로풋볼(NFL) 슈퍼볼 중계 협상도 하고 있다. 미국에 집중하느라고 유럽에서 인기 있는 축구는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과 VAR 시스템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하고 있다.”

-회사 규모는.

“글로벌 본사는 미국에 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했다. 미국 직원은 20명 정도다. 한국에는 R&D 인력 80명이 있다. 일본 법인에도 10명 정도가 일한다. 중국 법인 설립도 준비 중이다. 매출은 전년 대비 200%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신규 계약도 늘고 있어 내년이 더 기대된다.”

4DReplay 카메라들이 PGA 챔피언십 티잉 그라운드에 설치돼 있다.

-한국 기술이라 자부심이 크겠다.

“한국은 싸이월드를 오래 전에 만들었다. MP3 기술도 한국이 가장 먼저 개발했다. 한국 인력들은 정말 뛰어나다. 그런데 비스니스로 연결하는 게 약하다. 이걸 미국이 잘 한다. 나도 스탠포드 경영전문대학원 최고경영자 교육과정을 밟고 있다.”

-코로나 반사이득도 봤을 것 같다.

“무관중 경기가 이어지면서 TV 중계화면을 더 잘 만들어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지금 미국에서는 OTT가 방송국을 사고 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생길 것이다. 통신사는 스포츠 컨텐츠 제작에 관심이 많다.”

-이 기술이 다른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

“영상은 공연, 교육, 의료 등 무궁무진하게 사용된다. 보는 것과 참여하는 것 사이 간극을 좁이는 것, 실생활과 4Dreplay 가상 공간 사이 구분을 없애는 것 정도가 목표라면 목표다. 우리 회사 슬로건처럼 ‘경험을 창조’하고 있다.”

미국메이저리그(MLB) 4DReplay 영상 구현 장면

-비즈니스 측면에서 목표가 있다면.

“100개가 넘는 미국프로구단 중 우리 기술이 들어가는 곳은 4곳이다. 많은 미국 구단이 우리 기술을 쓰게 하고 싶다. 1,2년 안에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원)가 넘는 유니콘이 되고 싶다. 꿈꾸는 만큼 갈 수 있고, 꿈을 꾸지 못하면 근처도 못간다. 애플, 구글도 꿈의 크기가 달랐기 때문에 살아남았다. 우리도 세계 10대 IT 기업이 되는 걸 꿈꾼다.”

-매일 되뇌는 말이 있다면.

“‘그곳에 가봐야 보인다’는 말이다. 가봐야 어디로 가야할지, 되돌아가야 할지 알 수 있다. 상상만 하고 가보지 않으면 알 방법이 없다. 그래서 나는 약간 파괴적이라고 해도 일단 해본다. 기업가들이 ‘만날 위기’라고 하는 말은 정말 맞다. 위기라고 생각하고 계속 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미지의 곳에 가야 경쟁자와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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