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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구간 마라톤] 한전 첫 우승 이끈 김재훈 “롤모델 김재룡 감독 따라가고 싶다”

한국전력공사 김재훈이 제 50회 대통령기 전국 통일 구간 마라톤 소속팀 대항전 최우수 선수상 트로피를 받고 활짝 웃고 있다. 이준헌 기자

“우리 감독님을 따라가고 싶은데, 아직 그러지를 못하는 것 같아요.”

한국전력공사의 사상 첫 우승을 이끈 김재훈(31)의 얼굴에는 수줍음이 가득했다. 김재훈은 15일 열린 제50회 대통령기 전국통일구간마라톤대회 팀 대항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이 대회에서 팀 대항전이 생긴 2013년 이후 한국전력공사 소속 선수가 MVP에 뽑힌 것은 2017년 이헌강 이후 3년 만이다.

한국전력공사는 이날 경향신문사에서 벽제교까지의 1구간(14.4㎞)을 꽤 큰 격차로 1위로 통과한 뒤 나머지 구간에서도 여유있게 선두를 지키며 사상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 1구간을 책임진 것이 바로 김재훈이었다. 1구간은 극심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교차해 ‘마의 구간’으로 불리는 이 대회 최대 난코스다. 하지만 김재훈은 44분29초의 기록으로 1구간을 통과, 2013년 같은 팀의 심종섭이 세운 44분52초의 구간 기록을 23초 앞당긴 새기록을 세웠다.

김재훈은 “우리 팀이 이 대회가 시작된 이래 우승이 없었다. 그래서 첫 우승이 기쁘다”며 “MVP는 예상치 못했다. 릴레이 경기다보니 다음 주자들이 편하게 뛸 수 있게 최선을 다했던게 좋은 결과로 다가왔다. 같이 달린 선수들이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이었는데, 처음부터 공격적으로 레이스에 임했던게 좋은 결과로 다가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중학교 2학년 때 운명처럼 다가온 육상은 그에게 인생의 동반자가 됐다. 김재훈은 “처음부터 육상에 큰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다. 당시 축구를 하고 있었는데 체육 선생님이 내가 뛰는 것을 보고 육상을 해보면 어떻겠냐는 권유에 시작하게 됐다. 예전부터 운동회나 체육대회 같은 것을 하면 항상 반 대표로 나가곤 했었는데, 어찌보면 운명이었던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김재훈을 지도한 김재룡 한국전력공사 감독은 1993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2시간9분43초의 기록으로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 마라톤의 산증인이다. 김재훈도 다른 곳을 찾을 필요 없이 김 감독을 롤모델로 삼았다. 그는 “배울점이 많은데 내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아쉽다”며 “내년 도쿄올림픽 기준기록(2시간11분30초)이 조금 높은데, 감독님 기록에 근접하면 충분히 출전할 수 있다. 앞으로 감독님 기록을 뛰어넘어 올림픽 메달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 감독은 “팀의 주장으로서 오늘도 가장 힘들고 부담스러운 1구간을 먼저 나서 뛰겠다고 했다. 자기 실력대로하면 올림픽 기준기록은 충분히 넘을 것 같은데, 코로나19로 실력을 점검해볼 기회가 없어 본인이 답답해했다. 그래도 이번 대회에서 MVP를 받아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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