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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인터뷰] ‘한화 투수조 최고참’ 정우람 “1000경기 출장 기록, 좋은 모습으로 달성하겠다”

한화 마무리 투수 정우람. 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의 마무리 정우람(35)의 입지는 비시즌 거의 한 달 만에 빠르게 변했다. 올시즌에도 투수조에서 실질적인 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었지만 최고령이었던 안영명(36)이 KT로 둥지를 옮기고 윤규진(36)도 팀을 떠나면서 공식적으로 투수조 최고참이 됐다. 야수조를 합쳐도 이성열(36) 다음으로 나이가 많다. 김태균(38)의 은퇴와 주장 이용규(35)를 비롯한 고참선수들이 연이은 방출로 인한 팀의 빠른 구조조정은 정우람의 입장에서도 적응이 쉽지 않은 변화였다.

하지만 정우람과 한화의 야구는 내년에도 계속돼야 한다. 지난해 FA협상으로 마무리 캠프 훈련을 제대로 못 했던 정우람은 지난 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팀의 마무리 훈련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올시즌도 50경기에 출장하면서 누구보다 부상관리의 중요성을 절감했던 정우람은 관절의 유연성을 키우기 위한 웨이트 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

23일 훈련을 마치고 만난 정우람은 “투수조 최고참이 된지 얼마 안 돼서 아직 실감을 잘 못하고 있다”며 “가장 큰 형이라고 생각하고, 후배들과 편하게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4년에 데뷔해 벌써 15시즌을 소화한 정우람에게도 2020년은 쉽지 않은 한 해였다. 코로나19로 무관중 경기를 비롯해 KBO 리그의 근간이 흔들리는 환경이 있었고, 팀 성적은 곤두박질쳐 30경기 만에 한용덕 감독이 사임하고 최원호 감독대행 체제가 됐다. 팀이 어려우니 정우람도 스스로가 생각한 야구를 할 겨를이 없었다. 멀티이닝이든 뒤지는 상황이든, 전통적인 마무리가 하지 않아야 할 상황에도 등판을 자청했다. 올시즌 50경기에 나온 정우람은 10경기에 1이닝 이상 던졌다. 지난 9월25일 롯데전에서는 2.1이닝까지 소화했다.

한화 마무리 투수 정우람. 한화 이글스 제공

정우람은 “야구를 15년 이상 하면서 흐름을 보며 정립됐던 생각이 있었는데 올해는 팀이 힘들어 내 야구에 대해 갈피를 못 잡았었다. 내 야구가 이게 맞는지 스트레스가 있던 시간도 많았다. 하지만 경력이 있는 것이 사람을 강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동안 해온 세월이 있으니 올시즌도 잘 견뎠다”고 말했다.

시즌 중반에는 가을야구 진입을 노리는 팀들이 정우람을 마무리로 노린다는 풍문으로 ‘트레이드’관련 설에도 휘말렸다. 정우람은 “프로는 비즈니스고 트레이드, 이적 같은 건 비일비재하므로 감수해야 한다. 그 상황에서도 내 야구를 하기 위해 집중했다”며 “앞으로도 내가 있는 한 한화가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어려운 과정 속에서 11년 연속 50경기 출장 기록을 세운 것은 뿌듯한 결실이다. 올시즌까지 통산 879경기에 나선 정우람은 이변이 없다면 내년 류택현(은퇴)의 투수 통산 최다출장기록인 901경기를 넘어선다. 현역에서 이 기록을 따라잡을 후보는 656경기의 진해수 정도다. 정우람은 전인미답의 통산 1000경기 출장도 노리고 있다.

정우람은 “기록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아직 해야 할 시간도 많다. 지나가는 과정이라고 보고 잘 넘기고 싶다. 1000경기 출장은 부상이 없다면 내후년 아니면 3년 후가 될지 모르겠다. 출장수를 채우기 위해 어거지로 나서는 것 보다는 좋은 모습으로 나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레전드’ 김태균의 은퇴는 정우람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언젠가 그런 시간을 준비해야 한다는 체감이 피부로 다가왔다. 정우람은 “후배들이 안타까움에 동요하기도 했다. 그런 만큼 마지막을 멋지게 보내드리려고 했다”면서 “나도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이 기분이 묘했지만 늘 똑같이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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