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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이슈] ‘며느라기’들아, 주목!

카카오TV ‘며느라기’ 중 몇 장면. 사진제공|카카오TV

“며늘아기가 아니라 며느라기(期). 사춘기, 갱년기처럼 며느리가 되면 겪게 되는 시기가 있대. 시댁 식구한테 예쁨 받고 싶고 칭찬 받고 싶은 그런 시기.”

예비 며느리, 혹은 ‘며느라기’를 지난 이들이라면 박수치고 공감할 드라마가 등장했다. 아니, 결혼이란 제도에 한번이라도 관심을 가졌던 이라면 웃으며 즐길 만한 콘텐츠다. 카카오TV 웹드라마 ‘며느라기’다.

‘며느라기’의 매력은 유별나지 않다는 점이다. 고부갈등을 다루는 기존 작품들이 상식 밖의 시어머니, 며느리처럼 설정한 데에 반해 ‘며느라기’는 보편적인 사람들의 일상에서 아이러니한 문제점들을 꼬집는다.

첫 에피소드에서 엄마와 외롭게 살아온 ‘사린’(박하선)은 북적북적한 가정을 화목하다고 생각하며 ‘구영’(권율)과 신혼 생활에 들떠있다. 그러나 시어머니 기동(문희경)의 생일이 오자 그 환상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시누 미영(최윤라)의 제안으로 출근길에 앞서 바쁘게 기동의 생일 아침상을 준비한 사린은 ‘착한 며느리’가 됐다는 마음에 흐뭇했지만 어딘가 가슴 한 구석은 허전하다. 그 이유는 이후에 하나씩 공개된다. 아침을 차리고도 설거지까지 도맡아하려는 ‘며느라기’ 근성 탓일까. 그는 제 발목을 잡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여기에 조각만 남은 키위를 들이밀며 “너랑 나랑 먹어서 해치우자”라는 시어머니의 사심없는 한마디가 뒷골을 띵하게 한다. 보는 이들까지도 ‘진짜 가족이 될 수 있을까’란 물음표를 품게 된다.

이처럼 어마어마한 사건이나 갈등이 없어도 아주 정교하게 잘라낸 일상의 단면을 보여주며 공감대를 넓히고 있다. 인물 하나하나 납득할 만한 처지와 이유로 존재하니 고개를 갸웃거릴 시간도 없다.

캐스팅도 잘 맞는다. 박하선은 설렘과 두려움 속에서 무조건 잘 해내려는 며느리 ‘사린’을 그럴 듯하게 그려내고, 상식적으로 행동하려고 노력하는 시어머니 ‘기동’도 문희경을 통해 생생하게 재현된다. 점점 얄미워지는 남편 무구영 역의 권율, 가부장적 시아버지 남천 역의 김종구, 미운털 시누이 미영 역의 최윤라 등도 누구 하나 넘치지 않는다.

특히 ‘며느라기’서 겨우 헤어나와 자신만의 길을 가는 큰 며느리 혜린 역의 백은혜는 이 작품의 발견이다. ‘사이다’와 ‘웃음’ 모두 선물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다.

단 2회만이 공개됐지만 ‘며느라기’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2일 오전 11시 기준 에피소드1(11월21일 공개)은 조회수 123만1585회를 기록했고, 2회(11월28일)는 102만8511회 조회됐다. 또한 영상마다 100~300여개 이상의 댓글들이 달리면서 작품 뿐만 아니라 결혼 제도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효도는 자식들에게 받아라, 시부모들아” “언제부터 착한 며느리가 ‘시댁 일꾼’이란 뜻이 됐냐” “TV 드라마로도 해줘요. 며느리와 시댁 사람들 같이 봐야해”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아이돌, 트렌디한 소재 하나 없어도 눈과 귀를 단단히 사로잡은 ‘며느라기’는 트렌드를 선도하는 웰메이드 웹드라마로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12부작까지 달려갈 앞길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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