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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훈의 스포츠IN] 40살 된 KISS, 성장을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

대한민국 스포츠과학을 이끌어 온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KISS·Korea Institute of Sport Science)이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과학원은 스포츠과학·정책·산업을 연구·지원하는 국내 유일한 스포츠 싱크탱크 역할을 넉넉하게 해왔다. 과학원 연구위원들은 이론과 현장을 모두 잘 알고 있어 정책을 마련하고 평가하는 데 제격이다.

과학원은 1980년 스포츠 과학 연구와 지원을 통해 국가대표 경기력 향상을 이끈다는 취지로 설립된 대한체육회 산하 스포츠과학연구소가 모태다. 1989년부터 10년 동안 독립연구기관이었다. IMF 외환 위기를 겪은 뒤 2000년 국민체육진흥공단 부설 연구기관이 됐고 지금은 공단 내 단위 사업부서다. 사실상 위상이 약화된 셈이다. 공단은 문체부 산하 기관이다. 경륜, 경정, 체육복권사업을 운영하며 매년 1조원이 넘는 체육기금을 조성하는 곳이다. 공단 산하에 과학원이 있게 되면서 재정적으로는 안정됐다. 반면 진취적인 연구의지가 다소 떨어진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과학원은 문체부 정책 연구를 주로 한다. 순수한 연구, 냉정한 평가보다는 정부 정책의 이론적 타당성을 마련하는 심부름꾼에 가깝다. 과학원 독립은 오래 전부터 계속 거론된 핫 이슈다. 과학원은 독립된 국책 연구기관으로 거듭나기를 원하고 있다. 국책 연구기관이 되면 민간 연구과제를 지금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수주해야 한다는 걸 과학원도 알고 이를 위한 준비도 미리 해야한다.

최근 과학원을 놓고 공단과 대한체육회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공단은 지금 이대로를 원하지만, 대한체육회는 과학원 4개실 중 스포츠과학연구실이 아예 진천선수촌으로 옮기길 바란다. 스포츠과학연구실은 엘리트 선수 기량 향상법을 주로 연구한다. 대한체육회 주장도 일리가 있다. 과학원은 지금 태릉에 있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명칭과 위상 변화

과학원은 초기에는 스포츠과학연구실 소속 연구위원 3명과 신규 채용한 석·박사급 분석 연구원 20명이 대표팀을 지원해왔다. 2017년에는 ‘국가대표 현장밀착형 스포츠과학 지원사업’으로 지원 정도를 높였고 2018년에는 진천 선수촌에 스포츠과학밀착지원팀(TF)를 신설해 전공별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전임 연구위원은 5명에 불과하고 지원 업무도 전임 연구위원보다는 그 아래 분석 연구원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종목 지도자와 마찰이 생기고 있다. 원천적으로 연구위원 한 명이 3,4개 종목을 맡는 것부터 개선돼야 한다. 만일 과학실이 진천선수촌으로 옮겨간다면 과학실장 위치가 선수촌장과 동급은 돼야 자율적인 연구와 동등한 협업이 가능하다.

과학원에는 현재 상근 연구위원이 40명 정도가 있다. 연봉은 대학교수보다는 적지만 국책연구기관 연구원보다는 높은 편이다. 인정받는 경력에 따라 연봉이 다르지만 첫해는 4000~5000만원, 10년 차는 7000~8000만원 정도다. 20년이 지나도 1억원 이상은 못 받는다. 인센티브도 미비하다. 최고 평가를 받은 연구위원이 받을 수 있는 최고 인센티브는 1년에 400만원 정도다. 정년 퇴직 연령은 만 60세로 65세인 대학교수보다 이르다. 최근 5년 동안 유능한 연구위원 5,6명이 대학으로 이동했다. 이를 무턱대고 비난할 수는 없다. 연구 자율성이 보장되고 연봉, 정년 등 처우가 좋은 자리로 가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과학원은 연구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연구는 전임 연구위원 중심으로 이뤄진다. 연구팀도 전임 연구위원을 보좌할 석박사급 연구원을 한시적으로 모집해 꾸린다. 전임 연구위원 한 명의 역량에 따라 연구 결과가 달라진다. 능력 있는 외부 전문가를 정식으로 초빙해 굵직한 과제를 공동으로 연구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독일처럼 대학교, 전문 연구기관, 기업 등 3자가 함께 연구하는 모델도 적용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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