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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연말정산]2020년 방송가, 한 마디로 ‘뒤집혔다’

2020년은 지난해에 이어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더욱 가속화된 한 해다. TV를 비롯한 레거시 미디어 종사자들은 유례없이 가혹한 상황에 처했고, 새로운 플랫폼과 콘텐츠에 도전하는 이들에게는 새 개척지를 꿈꾸게 했다. 시청자는 더 이상 러닝타임 한 시간이 넘는 드라마와 예능을 각잡고 정주행하지 않는다. 소비자의 패턴이 변하면서 웹예능, 웹드라마를 중심으로한 숏폼 콘텐츠가 대세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올해 드라마 부문에서는 tvN ‘사랑의 불시착’을 시작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2’ JTBC ‘이태원 클라쓰’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등 K드라마가 전세계 팬데믹 상황과 맞물려 글로벌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2020년 연말을 맞아 스포츠경향은 방송가 이모저모를 결산했다.

연말정산① 2020년은 미디어환경 변화로 인해 방송사도 다양한 웹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다. 사진 각 방송사

■방송, 플랫폼이 뒤집혔다

4차 산업혁명의 모든 분야는 플랫폼 주도권의 싸움으로 귀결된다. 방송 역시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시청자가 안방극장 보다 손 안에 모바일 플랫폼에 익숙해진 만큼 변화의 흐름을 타야하는 건 필수가 됐다. 그동안 저작권 보호를 이유로 유튜브 스트리밍 서비스에 보수적이던 방송사는 이제는 앞다투어 과거 인기 프로그램들을 유튜브 서비스 중이며 혹은 자체 웹콘텐츠 제작에 앞장서기 시작했다.

KBS는 지난 11일 부터 드라마 ‘전우’ ‘용의 눈물’ ‘쌈 마이웨이’ ‘제국의 아침’ 등 자사 옛 드라마를 유튜브 스트리밍을 시작했다. JTBC는 자사 크로스 미디어 ‘스튜디오 룰루랄라’를 통해 밀레니얼과 GenZ 세대(1995년 이후 태어난 세대)를 겨냥한 웹예능을 제작하고 있다. SBS는 보도본부 콘텐츠 브랜드 ‘스브스 뉴스’를 통해 웹예능 ‘문명특급’을 만들어 시류에 적절하게 편승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다수의 방송사, 제작사가 웹예능에 뛰어들면서 대중의 주목을 받은 작품도 생겼다. 코미디TV가 제작한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은 단연 올해 주목할 만한 웹예능이다. 특히 개그우먼 김민경이 헬스, 종합격투기, 필라테스, 축구 등에 도전하며 놀라운 운동신경을 보여 ‘금수저’를 패러디한 신조어 ‘근수저’라는 별명도 갖게 됐다.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의 공식 유튜브 채널 ‘나 혼자 산다 STUDIO’가 제작한 디지털 스핀오프 웹예능 ‘여은파(매운맛)’도 지난 9일 기준 누적 조회수가 1000만뷰를 돌파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여은파’는 ‘나혼산’ 여성 출연진인 개그우먼 박나래와 모델 한혜진, 마마무 화사 등이 각각 조지나와 사만다, 마리아라는 ‘부캐’로 참여해 다양한 도전을 펼친 일상 속 웹예능이다.

에이앤이 코리아 디지털 스튜디오가 제작한 ‘네고왕’도 매주 300만 이상의 조회수를 올리며 고공행진 중이다. 최근 불거진 ‘뒷광고’ 논란을 비웃듯 예능인 광희를 앞세워 찾아가는 광고, ‘앞광고’ 콘텐츠로 기존 관념을 뒤집었다.

큰 가능성을 선보인 웹예능은 물론 저예산에 기발한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웹드라마 제작도 활발한 한 해였다. 웹드라마는 아직 전세대가 즐기는 주류 콘텐츠로 자리잡지 못했으나 ‘좀 예민하지만 괜찮아’ ‘사랑인게 봉명해’ ‘에이틴’ 등 10대 시청자층을 겨냥한 시리즈물이 적지 않게 제작되고 있다.

연말정산② 안방극장은 유례없는 침체기를 맞았지만 다양한 주제의식으로 시청자의 눈을 끈 TV 드라마도 등장했다. 사진 각 방송사

■드라마, OTT 타고 세계 속으로

드라마 업계는 다소 침체된 안방극장 분위기 속에서도 연출, 극본, 연기 등 만듦새만 좋다면 충분히 돌파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한 해였다. JTBC ‘부부의 세계’는 최고 시청률 28.4%를 기록하며 ‘불륜’에 대한 사회적 화두를 던졌다. SBS ‘낭만닥터 김사부2’는 최고 시청률 27.1%로 그 뒤를 이었고 JTBC ‘이태원 클라쓰’도 ‘2049’세대를 잡으며 올해 흥행 드라마 반열에 올랐다. 하반기에는 현재 방송 중인 김순옥 작가의 SBS 월화극 ‘펜트하우스’가 단연 눈길을 끌고 있다. 매 회 거침없이 몰아치는 스토리와 극단으로 치닿는 캐릭터 설정으로 ‘마라맛 드라마’라고 불리며 시청률 20%대를 훌쩍 넘겼다. ‘펜트하우스’에서 열연을 보여준 주요 배우들은 연말 연기대상 수상자로도 거론되고 있다.

연말정산③ 올해는 K-드라마가 OTT 사이트로 소개되어 글로벌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사진 각 방송사

또한 올해는 K드라마가 해외에서 활약을 보인 해이기도 하다. 먼저 올초에 방송된 ‘사랑의 불시착’은 꽁꽁 얼어붙은 전세계 팬데믹 상황에 최고의 수혜작으로 꼽힌다. 일본에서는 ‘사랑의 불시착’의 큰 인기로 ‘제 4차 한류’라는 말이 탄생했고 그 인기는 아시아권을 넘어 북미, 유럽까지 아울렀다. 글로벌 플랫폼을 타고 ‘킹덤2’ ‘이태원 클래스’ ‘사이코지만 괜찮아’ ‘청춘기록’ 등 큰 인기를 모으면서 기존 대면 마케팅에 의한 나라별 판권 수출이 아닌, 손쉽게 국내 드라마를 해외에 알릴 수 있는 판로가 개척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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