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인터뷰]‘스위트홈’ 이진욱 “연기 인생, 두 번째 페이지 열렸다”

배우 이진욱은 넷플릭스 ‘스위트홈’ 살인청부업자 ‘상욱’을 연기하며 기존 이미지를 깨고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사진 넷플릭스 제공

화상으로 얼룩진 피부, 난해한 헤어스타일과 의상 그리고 스타일리시와는 거리가 먼 투박하고 거친 액션까지… 로맨스물은 물론 장르물에서 마져도 댄디한 이미지가 강조됐던 배우 이진욱에게 넷플릭스 오리지널작 ‘스위트홈’의 살인청부업자 ‘상욱’ 역은 매우 의외의 캐릭터였다.

그 역시도 배역을 처음 제의 받았을 때 ‘저요? 제가 잘 할 수 있을까요?’라고 답이 절로 나왔다. 17년 만에 제대로 이뤄낸 연기 변신, 이진욱 자신도 그저 감회가 새롭다.

※기사 내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배우 이진욱은 넷플릭스 ‘스위트홈’ 살인청부업자 ‘상욱’을 연기하며 기존 이미지를 깨고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사진 넷플릭스 제공

■이진욱이 보여준 반전의 힘

대중들에게 오랜 기간 사랑을 받아온 배우일수록 캐릭터 변신은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를 거둬내는 모험에 가까운 일이다. 어느 덧 데뷔 17년째인 그는 그 도전을 반갑게 받아들였다.

“배우는 늘 연기 변신에 목말라있지만 본인이 가진 기본 캐릭터가 있고 스스로 결심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거든요. 이번 캐릭터는 (이응복) 감독님에게도, 저에게도 큰 도전이었어요. 감독님은 ‘전혀 그럴 거라고 상상되지 않는 배우가 다른 모습을 보인다면 그 효과는 더 클 것’이라는 생각으로 저에게 배역을 제안했고 저야 무조건 하고 싶었죠. 남자 배우라면 ‘상욱’ 같은 캐릭터에 대부분 욕심이 있을 거예요. 기괴한 헤어, 화상 자국, 의상 등은 분장팀과 상의해 만들었고 저는 ‘상욱’의 살아온 인생을 상상하며 그의 투박한 움직임이나 자극에 대한 무딘 반응 등 ‘상욱다운 것’을 입히려 노력했죠.”

분장에 가까운 그의 스타일링은 스태프마저도 그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단다. 액션마저도 상대방과 맞서 싸우는 통상적인 액션과는 달리 상대를 제압하는 과격함에 무게를 실었다.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 신은 악인 ‘윤재’를 처단하는 장면이다.

“‘윤재’의 죄를 심판하듯 망치로 내려찍는 장면이 있었어요. 극 중 흐름에서 통쾌함을 주는 장면이다보니 연기를 하는 저도 좀 시원하고 자유로운 느낌을 받아 기억에 남아요. 그 장면을 촬영하면서 고건한 배우와 상의하고 합을 맞췄는데, 극 흐름상 에너지가 폭발하는 신이라 가짜 망치로 실제로 때려보기로 했어요. 나중에 건한씨가 아팠다고 해서 사과도 하고 그랬어요(웃음).”

가장 까다로웠던 장면은 흡연자가 아닌 그가 연기해야 하는 흡연신이었다. ‘상욱’의 거친 캐릭터를 보여주는 장치로 작품 내 흡연신이 잦은 빈도로 등장한다.

“실제로 담배 피우면서 했는데 익숙하지 않더라구요. 첫 담배를 물고 머리가 핑 돌았어요. 끝까지 참고 연기를 했죠. 아! 지금은 딱 끊었습니다.”

초반은 물론 극의 마지막까지도 그는 존재감을 놓치지 않았다. 흉터가 사라진 모습으로 시즌1이 마무리되는 장면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저도 궁금해요. 마지막 장면은 많은 정보 없이 촬영을 했거든요. 제가 괴물이 된 건지 어떤 건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시즌2가 너무나 궁금합니다. 분명 상욱의 외모를 하고 있지만 다른 존재로 등장할 것 같은데… 꼭 제작됐으면 좋겠어요.”

배우 이진욱은 넷플릭스 ‘스위트홈’ 살인청부업자 ‘상욱’을 연기하며 기존 이미지를 깨고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사진 넷플릭스 제공

■연기 인생, 두 번째 페이지 열렸다

국내 첫 크리처물 ‘스위트홈’은 공개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아시아 넷플릭스는 물론 미국에서도 TOP 10위 안에 안착했다.

“보통 작품할 때는 기대감을 잘 갖지 않는 편이에요. 이번 해외 반응도 상상하지 못했어요. 아니 상상할 수 없는 영역이어서 신기할 따름이에요. 100% 한국 감독과 배우들이 만든 작품이 미국에서 7위로 선전하고 있다니 너무 새로워요.”

이진욱은 해외에서 큰 반응을 얻고 있는 만큼 해외 진출에 대한 질문에 ‘말 나온 김에 한 번 꿈꿔볼까요?’라며 미소를 띄웠다. 인간의 강한 내적 욕망으로 비롯된 괴물화된다는 ‘스위트홈’. 이진욱은 개인적으로 어떤 욕망으로 비롯된 괴물이 될까?

“저는 어릴 때부터 하늘을 날고 싶다는 욕망이 강했어요. 지금도 비행기 타는 거 되게 좋아하거든요(웃음). 욕망이 밖으로 표현된다면 저는 괴물도 괴물이지만 새가 될 것 같아요.”

배우로서의 욕망은 ‘진심으로 연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진심이 느껴지는 배우라는 신뢰를 쌓는 것이 목표예요. 이제 현장을 가면 ‘선배’ 소리를 더 듣는 나이가 됐는데 그만큼 더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극중 한 가지 상황에 처해있어도 여러 감정으로 받아들일 수가 있더라구요. 감정이 풍부해졌다고 할까요?”

‘스위트홈’은 드라마 ‘나인’ ‘로맨스가 필요해’ 이후 이진욱의 연기 인생에 두 번째 페이지를 열게 한 작품이다.

“저는 인생에서 배우라는 직업을 택했고 만족도도 굉장히 높아요. 내가 사랑하는 일을 꾸준히 하려면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걸 많이 느껴요. 더구나 ‘스위트홈’은 동료 배우들의 관계 그리고 연기하는 자세를 다시금 되새긴 작품이에요.”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