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인터뷰] 전승빈 “작품 속 이름으로 불리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MBC 수목미니시리즈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 전승빈이 스포츠 경향을 찾았다. 전승빈은 드라마에서 ’순정님 피터‘라는 애칭을 얻으며 시청자의 시선을 끌고 있다./박민규 선임기자

최근 MBC 수목미니시리즈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서 시청자의 시선을 끈 배우가 있다. 자신이 싫다고 몇 번이나 철벽을 쳤던 짝사랑녀를 범인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몸을 날려 ‘순정남 피터’라는 애칭을 얻은 그는 최고의 주가를 올리며 쉴 틈 없이 내달리고 있는 오늘이 그저 감사하다고 말한다. 연기가 그렇게 좋냐는 질문에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인 전승빈, 그의 시작은 어땠을까.

“고등학교 때까지 태권도 선수를 꿈꿨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한 사건으로 운동을 갑자기 그만두게 되면서 1~2년 정도 방황을 했어요. 인생의 목적이 하루 아침에 사라졌으니 이제 뭘 하고 살아야 할까 엄청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 전승빈의 눈에 들어온 건 대학로 연극이었다. 이전까지는 영화나 드라마를 봤을 때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그 였지만 왠지 모르게 이날 연극을 보면 무언가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고 말했다.

“아주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나요. 관객들과 아주 가까이에서 호흡하며 연기하는 배우들을 보니 나도 이 사람들과 같은 직업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 때가 아주 추운 2005년 겨울이었는데 무작정 연극을 올린 극단에 찾아가 연기가 하고 싶으니 저를 받아달라고 말했어요”

MBC 수목미니시리즈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 전승빈이 스포츠 경향을 찾았다. 전승빈은 드라마에서 ’순정님 피터‘라는 애칭을 얻으며 시청자의 시선을 끌고 있다./박민규 선임기자

흔히 연극배우라면 배고픔을 경험한다고 말한다. 전승빈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연극 무대에 올라 주어진 캐릭터를 표현할 때 오는 즐거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희열과 짜릿함이었다. 차근차근 기회를 만들어 나간 그는 지난 2007년 KBS2TV ‘못말리는 결혼’을 통해 안방극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후 전승빈은 믿고 기회를 준 주변 사람들 덕분에 한해도 쉬지 않고 달려왔지만 2012년 예상치도 못한 슬럼프를 겪게 됐다.

“지인의 장례식장을 방문했을 때였어요. 너무나 가슴 아픈 그곳에서 저는 방문객들의 표정을 관찰하고 있더라구요. 그동안 작품 속 다양한 캐릭터로 현실과 다른 삶을 살다 보니 어느새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할 만큼 무뎌진 저를 발견하게 된 거죠. 그날로 방문을 걸어 잠그고 일주일 동안 나오지 않았어요”

전승빈은 배우라는 직업이 너무 좋았지만 현실의 진짜 나를 잃어가고 있다는 두려움에 깊은 고민에 빠져야 했다고 털어놨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아등바등 발버둥 치던 그는 순간 언제가 제일 행복한가 생각해봤다고 했다. 다름 아닌 누군가 자신의 연기를 봐줄 때 가장 큰 행복을 느꼈고 다른 어떤 직업을 선택한다고 하더라도 이만큼 행복하지 못할 것이란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고 말했다.

MBC 수목미니시리즈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 전승빈이 스포츠 경향을 찾았다. 전승빈은 드라마에서 ’순정님 피터‘라는 애칭을 얻으며 시청자의 시선을 끌고 있다./박민규 선임기자

“이 일을 겪은 뒤로 나를 잃지 않으면서 좋아하는 연기생활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조율하는 습관을 들였어요. 신기하게도 작품을 하면서 육체적으로 힘들었을지 몰라도 다른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열심히 활동에 임할 수 있었죠. 무엇보다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는 선배님들에게 배울점이 많더라구요. 캐릭터를 어떻게 구축하는 것이 좋은지, 연기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등 알게 모르게 전해주시는 장점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나를 지키면서도 기회가 왔을 때 주저없이 나설 수 있는 배우가 되어가고 있어요”

다양해진 방송 플랫폼 속 시청자들에게 좋은 ‘선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작품이란 거대한 이야기를 동료 배우들과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럴 때 오래도록 회자되는 작품을 남길 수 있지 않겠냐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언젠가 외국 영화를 보다가 ‘이 배우가 이 배우였어?’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만큼 많은 준비와 고민을 했다는 뜻이겠죠? 저도 대중들에게 ‘전승빈’이란 이름 세글자를 정확히 남기고 싶은 소망이 있지만 다양한 작품 속 배역으로 불리고 싶어요. 어떤 역할이 주어져도 그 캐릭터만의 색채가 완전히 녹아들어 멋진 연기를 선보일 수 있도록 다채로운 장르에 도전을 망설이지 않는 배우가 되어야죠”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