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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출, 다시 필승조 부활…FA도 포기한 KT 유원상 “한 번 더 치고 나갑니다”

KT 위즈 제공

유원상(35·KT)은 지난해 KT의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에 함께 하지 못했다. 2019년 시즌 뒤 NC에서 방출된 직후 10월 KT의 대만 마무리 훈련에 합류해 테스트를 받았고 입단이 확정됐지만 스프링캠프에서는 제외됐다. 익산에 남아 2군 캠프에서 시즌을 준비했다.

정작 개막 이후 유원상은 KT 마운드 중심이 됐다. 불펜이 무너지고 부상자가 생겨 시즌 구상이 크게 흔들릴 때 1군 호출받았다. 5월26일 KIA전에서 KT 입단 이후 첫 등판한 유원상은 시즌 끝까지 1군 마운드를 지켰다. 62경기에서 64이닝을 던져 2승1패 2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 3.80을 기록했다. 개막 직후 불펜 붕괴를 걱정할 때 유원상이 등장해 자리잡으며 비상사태를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KT를 지난해 역대 최고 성적으로 이끈 결정적 힘이 되었다.

2006년 한화 1차 지명 출신으로 선발 유망주였던 유원상은 2011년 LG로 트레이드 된 이후 대표적인 불펜 투수로 변신했다. 2010년대 초반 LG를 암흑기에서 탈출시킨 필승계투조로 활약했지만 30대가 되자 2차 드래프트에 나가게 돼 2018년 NC로 옮겼고 2년 만에 방출됐다. 야구를 그만둘 수도 있었던 그때 KT의 손을 잡은 것은 유원상의 야구인생 길을 다시 돌려놓았다. 유원상은 다시 필승계투조 투수가 되었다.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가 됐지만 신청하지 않았다. 유원상은 “방출된 상태에서 불러준 구단이 고마웠고, 또 그 덕분에 FA도 채웠으니 여기 남아 은퇴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KT 와서 2~3년 뛴 것도 아닌데 1년 뛰고 바로 FA 됐다고 신청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KT 입단하며 연봉 4000만원에 계약했던 유원상은 올해 8000만원에 재계약했다. 팀내 주권의 연봉조정신청 이후 유원상의 연봉마저 논란이다. 지난 시즌 활약에 100% 인상됐지만 원래 저연봉이었기에 인상액이 적다는 것이 논점이다. 유원상은 오랜 선수 생활 동안 연봉 재계약 때마다 순순히 사인하는 법이 없는 선수였다. 이번에는 시원하게 사인했더니 정작 다른 이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지난 시즌 활약을 인정받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유원상은 “연봉 계약 때문에 문제라도 있는 줄 알고 아버지도 놀라서 전화 오셨더라”고 웃으며 “구단안에 계약했지만 사인은 내가 한 거다. 했으면 끝, FA 신청 안 한 것처럼 연봉 계약도 내가 결정한 거라 후회 하나도 없다. 연봉은 올해 잘 해서 또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계약과 관련한 숫자로 뜨거운 1월, 유원상은 다른 숫자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는 홀드를 10개는 하고 싶다”고 웃었다. 경기가 팽팽할 때 주로 등판했고 롱릴리프로도 많이 나갔던 유원상은 지난해 9홀드에서 시즌을 마쳤다.

올해 한국 나이 ‘36’ 역시 계속 생각하게 되는 숫자다. 패기 있었던 20대 때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자신은 있다. 유원상은 “지난해 막판에 힘이 조금 떨어져 올해는 체력 면에서 준비를 더 잘 하려 한다”면서도 “지금 신인들이 날 보면 또 어떻게 느낄지 모르지만, 내가 어릴 때 힘들어하는 모습을 봤던 36살 형들 만큼은 힘들지 않다. 나는 그냥 서른 여섯이 아닌 것 같다”고 웃었다.

올해 유원상의 가장 큰 목표는 다시 야구하고 자신을 되찾은 지난해의 그 자리, 필승계투조 속 한 자리를 계속 지키는 것이다. 올해는 자연스럽게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됐다. 유원상은 “국내 캠프는 지난해 처음으로 해봤는데 생각보다 할만했다. 추울 때 요령도 터득했다”며 “나이 상관 없다. 준비만 잘 하면 충분히 더 할만 하고 경쟁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반드시 한 번 더 치고 나갈 것”이라고 올시즌 더 뜨거워질 ‘서른여섯 유원상’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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