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인터뷰] “모든 게 특별해”…한예리의 ‘미나리’(종합)

배우 한예리, 사진제공|판씨네마

“이 영화는 제게도 특별했어요. 정이삭 감독이 정말 좋은 사람이라서 그런지, 감독을 사랑하는 지인들이 현장에 있었는데요. 개인적인 이득이나 뭔가를 바라지 않고 이 작품을 위해 도와주러 왔더라고요. 그 안에서 가족처럼 오늘 있었던 일, 앞으로 해내야 하는 일, 뭔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을 공유하면서 제게도 큰 힘을 전해줬죠. 긍정적인 큰 사랑의 에너지를 촬영 내내 느낄 수 있었어요.”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가 전세계서 파란을 일으키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민 1세대 ‘모니카’(한예리) 가족과 전형적인 한국 할머니 ‘순자’(윤여정)의 고군분투가 많은 이의 가슴을 적시며 해외 유수 영화제서 수상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한예리는 그 특별한 시간 맨 앞에 서 있다. 그는 23일 오전 진행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이 작품으로 할리우드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소감, 제93회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수상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국내 관객들에게 받고 싶은 평가들을 가감없이 털어놨다.

■“‘모니카’ 연기 이후, 부모를 더욱 이해하게 돼”

그는 작품 안에서 이민 1세대 ‘모니카’를 연기한다. 남편 ‘제이콥’(스티븐 연)과 미국에서 척박한 일상을 일구면서도 ‘아메리칸 드림’을 놓지 못하는 여성이다.

“이게 비단 이민자만의 이야기라곤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어릴 때 알던 어머니, 할머니, 이모들처럼 많은 여성이 생각났죠. ‘모니카’도 극 중 어릴 때 결혼해서 자신과 아이들의 성장이 같이 이뤄져 더 크게 성장통을 겪는데요. 우리 부모들도 아이를 기르기 쉽지 않았겠구나 싶더라고요. 이 작품을 찍으면서 부모 세대의 선택과 과정에 대해 훨씬 더 넓게 이해하게 됐어요.”

그는 ‘모니카’와 견주었을 때 한참 모자르다고 몸을 낮췄다.

“전 그렇게 단단하진 못해요. 아이 둘을 타지에서 기르고 가족의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모니카는 긴장하면서도 단단하게 견디잖아요. 초라한 트레일러 집에 도착했을 때 저라면 ‘여기서 어떻게 살아!’라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그대로 도망갔을 거에요. 그 상황에서도 꾹 참고 안으로 들어가는 모니카가 대단했고, 그런 부분에서 많은 사람이 공감했나봐요.”

함께 호흡한 스티븐 연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연기하면서 늘 서슴없이 물어봐줬어요. 연기가 편한지, 지금 어떤 감정인지를요. 작품과 연기만 생각하는 건강한 사람이더라고요. 또 자존심을 떠나 작품을 위해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하는 지도 아는 배우였고요. 아마도 자신이 이민자라서 이 작품 자체를 ‘내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에요. 스티브 연의 진솔한 태도를 보면서 저 역시 더 잘해내고 싶었고요.”

■윤여정에게 배운 것…용기와 솔직함

윤여정은 이 작품의 보석이다. 전세계를 돌며 연기상으로만 26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정말 매력있고 재치있는 사람이잖아요. 선배의 유머가 현장에서 굉장히 좋은 에너지였고 필요한 거였어요. 전 그렇게 웃길 수 있는 사람은 아니라 다시 태어나야겠더라고요. 하하. 선배의 연기력을 우린 이미 다 알고 있는데, 미국 사람들이 이제야 알게 된 게 아쉬우면서도 정말 기쁘기도 해요.”

모녀지간으로 합을 맞추면서 그에게 용기와 솔직함을 배웠단다.

“그 연세에 모르는 사람들과 외지에서 촬영을 해도 전혀 걱정 없이 임하더라고요. 정말 대단한 분이죠. 전 사실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비행기를 타고 이륙하면서 ‘이걸 어떻게 연기한다고 했지?’라고 겁이 덜컥 나더라고요. 그런데 윤여정 선배를 보면서 느꼈어요. ‘사람 다 하는 일이고, 내가 잘 하는 것인데 왜 겁을 먹었을까’ 반성도 했고요. 또 솔직함도 배웠어요. ‘솔직하자, 남의 눈치 볼 것 없이 힘들면 힘들다고 하고 좋으면 좋다고 하면서 살아야겠다’고 되뇌었어요.”

할리우드에 성공적으로 발을 디뎠다고 하니 웃음부터 터뜨린다.

“윤여정 선배가 할리우드의 ‘H’도 못 봤다고 하던데요. 저도 진짜 할리우드 진출이란 거창한 생각은 안 하고 있어요. 이게 내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렇게 안 되길 바라지만, 만약 그렇더라도 너무 좋은 작품을 해서 만족스러워요. 이 작품으로 인해서 외국 감독들이 한국 배우와 작업에 대해 마음을 여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오스카 수상에 대한 기대감도 물었다.

“마음은 굴뚝 같죠. 그럼 주려나. 하하.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어요. 특히 감독과 윤여정 선배에겐 정말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하고요. 윤여정은 ‘아휴, 그만 좀 얘기해라’ 그러겠지만, 전 내심 기대해봅니다.”

‘미나리’는 다음 달 3일 개봉한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