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자인메디병원의 위클리 건강체크] 일상 속 두통, 만만히 보다 큰 코 다친다.

한쪽 눈이 잘 안 떠진다며 40대 여성분이 필자를 찾았다. 1주 전 통화 중 머리에서 마치 폭탄이 터진 듯한 강렬한 통증이 있었다는 이 환자는 현재 두통은 참을 만하나, 우측 눈꺼풀이 좀 처지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신체 검진을 해보니 실제 우측 눈꺼풀의 처짐 현상이 있을 뿐 아니라 반대편보다 오른쪽 동공이 확대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뇌 MRI 검사 결과 우측 후교통 동맥에 약 1㎝ 크기의 동맥류가 관찰되었다. 뇌동맥류는 뇌동맥의 약한 쪽에 혈류가 부딪히면서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이 경우 동맥류 파열이 발생하면 뇌출혈로 이어지며 큰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다행히 환자는 파열 정도는 아니라, 동맥류에 대한 수술 혹은 시술이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시켰다. 진료의뢰서를 쓰는 손이 사뭇 떨렸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환자분은 뇌동맥류 클립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아 무사 퇴원했다고 한다.

위 사례처럼 내원한 환자 중 많은 수가 두통을 호소한다. 그중 통증이 있음에도 병원 진료를 보지 않은 채 약국에서 파는 약을 복용하거나 각종 민간요법 등으로 증상을 방치한 케이스가 많다. 아마 독자 중에도 두통을 일상생활 속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가벼운 증상 정도로 여겼던 이가 많을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이 글을 통해 두통이 뇌 질환의 진행을 알리는 시그널일 수 있다는 점을 독자에게 전하고 싶다. 두통을 방치하다 병을 키워 치명적인 후유장애를 안게 된 환자를 옆에서 볼 때면 매우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의료법인 자인메디병원 뇌신경센터 이채영 원장(신경과 전문의)

최근 고등학생이 내원한 적이 있다. 몇 주 전부터 펜을 쥘 때 힘이 없다는 딸을 어머니는 꾀병으로 보는 눈치다. 진찰해보니 학생은 우측 손뿐 아니라 다리 힘도 약했다. 병력 청취를 해보니 반년 전부터 두통과 메스꺼움이 있어 내시경 검사를 진행했지만, 별 이상이 없어 두통약과 위장약 등으로 지내왔다고 했다. 두통이 심하지 않아 특별히 걱정하지 않았다던 학생 이야기와 달리, 뇌 MRI 결과는 좌측 전두엽 쪽 뇌종양 소견을 보였다.

뇌종양의 경우 증상 초기에는 두통이 심하지 않을 수 있고 종양의 위치나 진행 속도에 따라 운동 마비, 힘 빠짐 등 신경학적 증상이 전혀 없거나 매우 약할 수 있어 방치되기 쉽다. 만약 위 학생이 두통 및 메스꺼움 증상에 대한 뇌 검사를 진행했다면 더 일찍 종양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도 두통이 있다면 다음과 같은 경우에 기질적 원인을 확인해봐야 한다. ①발열, 구토, 체중 감소를 동반하거나 암 환자, 면역억제 상태의 환자인 경우, ②신경학적 이상 소견이나 유두부종이 동반된 경우, ③벼락 두통(1분 이내에 최고조에 이르는 심한 두통), ④50세 이후에 새로 발생한 경우, ⑤시간의 경과에 따라 점차 심해지거나 기립 시, 발살바(Valsalva) 자세에서 나타난 두통인 경우다. 만약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근처 신경과를 방문해 정밀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겠다.

흔한 만큼 원인도 다양한 두통이다. 그만큼 원인 질환을 식별하기 위한 검사를 미리미리 진행하여 예방 가능한 병은 예방하고, 후유장애도 방지해야 할 것이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