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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인메디병원의 위클리 건강체크] 기억력 저하, 인지기능 저하…설마 나도 치매?

최근 올림픽대로(자동차전용) 위를 걷던 어르신을 시민이 무사 구조한 일화가 매스컴을 탔다. 치매를 앓던 어르신이 한강 산책 중 올림픽대로 위까지 오게 된 상황이었다. 당시 경찰관은 어르신에게 이름과 사는 곳을 여쭈었지만 답이 없었고, 다행히 어르신 품속에 있던 가족 연락처가 인계 조치를 가능하게 했다고 한다.

위 사례는 치매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기억력 저하가 주 증상인 치매는 시공간 기능 저하, 판단력 저하 등도 동반되기 때문에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능력이 총체적으로 떨어지는 만성질환이다.

현재까지도 치매의 진행을 억제하거나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이 상용화되지 않았다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결국 증상을 조기에 발견해 병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것이 최선이다. 평소 생활 속에서 치매증상의 징후를 포착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기억력 저하’나 ‘인지기능 저하’ 등이 나타난다면 무조건 치매 징후로 볼 수 있을까?

정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기억력 저하’ 등과 같은 치매 증상이 나타난다고 해서 모두 치매는 아니다. 우울증, 정신 활동에 영향을 주는 약물의 복용, 갑상선 기능 저하, 뇌졸중, 정상압 수두증, 비타민결핍증 등은 치매가 아님에도 이와 유사한 증상을 발생시킨다.

의료법인 자인메디병원 뇌신경센터 이채영 원장(신경과 전문의)

먼저 여러 약물을 복용하는 노인은 이로 인한 인지기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흔히 처방되는 수면제나 안정제, 항정신병약, 진통제 등은 과다 복용할 경우 어르신에게 치매와 유사한 증상을 발생시킬 수 있는 데다 기존 치매환자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와 같은 ‘약물로 인한 인지저하’는 보통 증상의 발생 정도가 심하지 않고 발생 기간이 짧다.

정상압 수두증의 경우도 인지 기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는데 보행장애와 요실금이 동반되는 특징이 있다. 이 경우 션트 수술(Shunt surgery·정상압 수두증 환자의 두개골 안에 과다한 뇌척수액이 나갈 수 있는 우회로를 만드는 치료법)을 하기도 한다.

비타민 B12 및 엽산의 부족으로도 인지 기능 장애가 발현될 수 있다. 보통 알코올 중독이나 다른 내과적 질병으로 인해 영양 섭취가 심하게 부족할 경우 잘 나타난다. 이때는 필요한 비타민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만으로도 증상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노인 환자 우울증이 기존 치매 증상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젊은 환자에 비해 정서와 관련된 증상을 덜 호소하는 노년기 우울증은 주변인뿐 아니라 당사자 자신조차도 알아차리기 어려워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우울 정서에 대한 면밀한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치매처럼 인지기능 장애가 있지만 아직 사회적, 직업적 기능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받게 된다.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받았다면 철저한 혈관위험인자(고혈압, 당뇨, 고지혈, 흡연 유무) 조절 및 유산소운동, 인지중재치료를 통해 치매 증상의 진행을 늦춰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원인이 없음에도 기억력 저하 등 인지 기능의 저하가 왔을 때는 ‘치매’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선 인지 기능을 떨어뜨릴 만한 다른 질병이나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닌지에 관한 충분한 검사가 필요하다.

만약 독자 중에서 본인 또는 가족에게 기억력, 시공간 능력, 판단력, 언어 기능 등 인지능력의 감소 현상이 지속적으로 목격된다면,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 및 검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 실제 치매가 아닌 치료 가능한 타 질환이 원인일 경우에는 적절한 치료를 통해 인지기능의 회복을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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