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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훈의 스포츠IN] 우리 브랜드가 강해져야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긴다

우리나라는 1900년대 말 섬유, 봉제 강국이었다. 나이키 등 글로벌 브랜드 옷과 신발을 부산, 대구 등에서 만들었다. 그게 세계로 나갔다. 이후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글로벌 브랜드 공장은 동남아, 중국으로 옮겨갔다. 최고 기술은 우리에게 남아 있지만 그걸로 만든 제품을 세계에 어필할 코리아 브랜드가 부족했다.

토종 스포츠어패럴 브랜드 애플라인드 김윤수 대표는 “섬유산업은 단순히 옷을 만드는 게 아니라 섬유공학으로 불리는 최첨단 산업”이라고 표현했다. 스포츠 브랜드 산업을 옷, 신발을 만드는 게 아니라 히스토리, 문화를 만드는 산업이라고 정의했다. 나이키, 아디다스, 미즈노, 리복 등이 오랫동안 건재한 것도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에 오래 묵은 이야기와 독창적 문화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은 브랜드 세상이다. 브랜드 파워가 없으면 제품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제값을 받기 힘들다. 특히 우리나라는 글로벌 브랜드를 너무 좋아하는 성향이 있다. 핸드백, 자동차, 의류와 신발, 악세서리, 화장품도 세계 최고를 주로 소비한다. 스포츠도 세계 최고이거나 최고 수준에 가까운 걸 주로 소비한다. 골프, 야구, 프리미어리그가 그렇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나라 경제 화두는 일자리 창출이다. 공공근로, 알바는 좋은 일자리가 아니다. 오랫동안 넉넉한 대우를 받으면서 일할 수 있는 게 좋은 일자리다. 국내 스포츠계에는 양질의 일자리가 적다. 그렇다 보니 스포츠 관련 학과로 대학에 입학해도 다른 과로 옮기는 경우가 적잖다. 스포츠를 공부해도 다른 분야로 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스포츠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려면 구조가 산업화해야한다. 국가가 복지로 스포츠를 다루면 좋은 일자리는 생기기 힘들다. 국가가 세금, 기금을 뿌리는데 어떻게 구조가 산업화하겠나. 스포츠는 공짜로 한다, 스포츠는 국가돈으로 한다는 등 미숙한 인식이 자리잡으면 스포츠 가치가 떨어지고 민간이 생존할 여지도 사라진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수많은 국제대회가 열렸다. 그때마다 글로벌 브랜드가 등장했다. 수조원을 들여 잔치는 우리가 벌렸지만, 덕을 본 건 글로벌 브랜드였다. 최근에는 글로벌 브랜드 힘이 더욱 막강해졌다. 최근 국내에서 열린 메이저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도배한 것은 국내 기업이 제시한 후원액에 뒤에 ‘0’를 하나 또는 심지어 두 개까지 더 붙인 글로벌 브랜드였다. 돈을 더 준다는 글로벌 브랜드를 선택하는 걸 비난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가 기억할 게 있다. 우리가 글로벌 브랜드를 꼭 입어야 할 정도로 못 사나. 글로벌 브랜드가 낸 후원금도 우리가 제품을 살 때 낸 돈이 아닌가. 일자리는 우리가 만드는 것이지, 누가 대신 만들어주거나 저절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중국은 올림픽, 아시안게임을 개최할 때마다 리닝, 361° 등 자국 브랜드를 세계에 알렸다. 그게 중국 브랜드가 성장하는 모멘텀이 됐다. 자국 이기주의라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중국 브랜드가 성장한 덕은 중국과 중국인들이 봤다. 우리도 이같이 했다면 지금 많은 게 달라졌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많이 들어와 있다. 글로벌 브랜드가 지사를 차린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국내 유통업체가 제품을 수입해 판다. 일자리가 많이 생길 수 없다. 우리가 제품을 구입하면서 낸 돈 중 상당 부분이 글로벌 본사로 간다. 반면, 국내 브랜드라면 많은 게 다르다. 공장까지 국내에 있다면 고용효과는 더 높다. 그게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다면 효과는 엄청나게 커진다.

제조업에서 매출 1억원이면 1명을 고용할 수 있다고 한다. 1조원이면 1만명이다. 나이키 매출은 40조원이다. 산술적으로 40만명 일자리가 있다. 경북 구미 인구가 41만명이다. 강원 원주, 충남 아산, 경남 진주 인구는 30만명대다. 제조업 하나 잘 키우면 작은 시가 생기는 꼴이다. 우리가 잘살고 자녀에게 좋은 일자리를 주고 싶다면, 방법은 코리아 브랜드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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