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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훈의 스포츠IN] 황재균 코뼈 골절 부상, 불운으로 보면 안되는 이유

황재균 부상 장면. 황재균은 타구가 낮게 오리라 예상하고 글러브를 아래로 대고 있다. 타구는 바로 앞에서 불규칙하게 튀면서 황재균 얼굴을 강타했다. TV 화면 캡처

지난 24일 프로야구 kt wiz 3루수 황재균이 크게 다쳤다. 수원 KT 위즈 파크에서 수비하다가 땅볼 타구에 얼굴을 맞은 것이다. 타구가 3루 인근에서 불규칙하게 튄 게 원인이다. 피를 많이 흘린 황재균은 코뼈가 골절됐다. 수술을 받고 회복하는 데 두 달 정도가 걸린다.

불규칙 바운드는 3루 베이스 인근 흙바닥에서 발생했다. 선수들이 밟아서 패였을 수도 있다. 아니면 원래 움푹 들어간 걸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국내야구장은 바닥재, 바닥 상태에 대한 정확한 규정이 없다. 야구장 크기와 규격은 따지지만, 바닥 상태는 무시되고 있다. 야구장 인조잔디 규정도 없다. 축구장에 까는 인조잔디를 그냥 야구장에 깔고 있을 뿐이다. 바닥 상태를 인증하고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시스템과 설비만 있었어도 황재균 부상은 막을 수 있었다. 부상을 불운이라고 보고 넘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스포츠시설 바닥 평탄도를 측정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3m 직선자를 이용해 바닥 평탄성을 측정하고 있다.

기초적인 방법은 3m짜리 직선 자를 바닥에 놓고 평탄성을 측정하는 것이다. 축구장은 10㎜ 이하, 테니스장은 6㎜ 이하여야 한다. 즉, 3m 직선 자를 놓았을 때 솟은 곳과 꺼진 곳이 해당 수치 이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야구장에는 이런 기준이 아예 없다. 한국에서는 대한테니스협회가 2017년부터 코트를 신규로 건설하거나 기존 코트를 재공인을 받을 때 이런 방식으로 바닥 상태를 점검받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2018년 인조잔디 K리그 인증제를 시행하면서 평탄성을 반영하고 있다.

3D 스캐너로 경기장 바닥 상태를 측정하고 있는 방법.

최근에는 3D 스캐너로 경기장 바닥 평탄성을 측정하는 첨단방법도 있다. 3D 스캐너로 경기장 바닥을 여러 각도에서 측정한다. 그렇게 나온 많은 결과치를 근거로 가상의 바닥 면을 3D로 그린다. 아래 사진은 국내 유명 야구장을 스캐너로 측정한 뒤 바닥 면을 구현한 것이다(구장 이름을 밝히지 못하는 걸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바닥 면을 보면 높낮이 차이가 크고 그마저 불규칙하다는 걸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이런 자료는 바닥을 개보수할 때 정확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야구장 바닥이 이렇게 관리됐다면 황재균은 다치지 않았을 것이다. 앞서 불규칙 바운드로 다친 수많은 선수들도 부상을 피했을 것이다. 향후 비슷한 사고도 예방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국내 스포츠시설 바닥에 대한 규정은 테니스를 제외하고 대부분 정성적이다. “바닥은 평탄해야 하고 너무 미끄럽지 않아야 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눈으로 보고 직접 공을 쳐보고 “괜찮네”하면 끝이었다. 얼마나 평탄해야 하는지, 미끄러짐이 얼만큼 인정되는지에 대한 수치가 없다. 스포츠시설 바닥재 사용자 안전에 대한 국제적인 3대 평가지표는 회전 저항, 충격 흡수성, 평탄성이다. 회전 저항은 발목 보호를 위해 미끄러짐을 얼마나 용인할지에 대한 것이다. 충격 흡수성은 바닥재가 콘크리트에 비해 충격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다. 애매모호하고 정성적인 국내 스포츠시설 바닥재에 대한 규정은 정량적으로 수치화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기자는 4개월 전 전국 다수 인조잔디 축구장 바닥 충격흡수율이 지속적인 관리 부족으로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딱딱한 바닥에서 공을 차는 경우, 부상 가능성도 커지고 선수 생명은 짧아질 수밖에 없다. 기사를 접한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축구협회는 심각성을 인지했고 조만간 전국 주요 인조잔디 구장 바닥 상태를 조사한다. 축구장뿐만 아니라 야구장 바닥도 점검해야 한다. 더이상 제2의 황재균이 나와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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