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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섐보, 람, 스피스 위에 이경훈…마침내 이룬 PGA 투어 우승 꿈

이경훈이 17일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에서 열린 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에서 투어 데뷔 첫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AP|연합뉴스
이경훈이 18번홀 그린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내 유주연씨와 포옹을 하고 있다. 유주연씨는 7월 출산 예정이다.AFP|연합뉴스

괴물 장타자 브라이슨 디섐보, 부활한 천재 조던 스피스, 세계랭킹 3위 욘 람, 마스터스 우승자 마쓰야마 히데야키, 영원한 베테랑 맷 쿠처와 리 웨스트우드, 무서운 젊은 피 샘 번스와 윌 잘라토리스.

이들 위에 이경훈이 섰다.

2016년 콘 페리 투어부터 도전을 시작한 이후 5년여 만에, 2018~2019 시즌 PGA 투어에 데뷔한 이후 80번째 도전 만에 마침내 꿈에 그리던 미국남자프로골프(PGA) 투어 정상에 올라선 것이다.

이경훈은 17일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2·7468야드)에서 열린 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총상금 810만 달러) 4라운드에서 버디를 무려 8개 잡고 보기는 2개로 막아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 합계 25언더파 263타를 기록한 이경훈은 2위 번스를 3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145만8000달러(약 16억3000만원).

이로써 이경훈은 최경주와 양용은, 배상문, 노승열, 김시우, 강성훈, 임성재에 이어 PGA 투어 대회를 정복한 8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또 이 대회서 한국 선수가 우승한 것은 2013년 배상문, 2019년 강성훈에 이어 이경훈이 세 번째다. 이경훈의 우승으로 한국은 이 대회에서 2회 연속 챔피언을 배출하게 됐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대유행 때문에 대회가 열리지 않았다.

한국은 지난 1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서 김시우가 우승한 것을 포함해 올 시즌 2승째를 올리게 됐다.

3라운드까지 번스에 1타 뒤진 단독 2위였던 이경훈은 2∼4번 홀에서 3연속 버디를 몰아치며 단숨에 선두로 뛰쳐 나갔다. 6번홀과 8번홀에서도 버디를 추가하며 2위권 선수들과 간격을 3타 차까지 벌렸다. 파5 9번홀에서 러프를 전전한 끝에 1타를 잃었지만 파5 12번홀 버디로 다시 3타 차 리드를 찾아왔다. 파4 16번홀에선 4.5m 파 퍼트를 앞둔 상황에서 악천후로 경기가 중단되는 변수까지 생겼다. 2시간30분 뒤 재개된 경기에서 파 퍼트를 놓쳤지만 이경훈은 흔들리지 않았다. 파3 17번홀에서 티샷을 홀 1m에 붙이는 환상적인 샷으로 사실상 결정타를 날렸다. 이경훈은 파5 18번홀에서 2온에 성공한 뒤 2퍼트로 버디를 잡아내 자신의 투어 첫 우승을 자축했다. 엷은 미소로 동반자들과 인사를 나눈 이경훈은 그린 밖에서 기다리던 아내 유주연씨와도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7월 출산을 앞둔 아내에게 멋진 선물을 안긴 이경훈은 20일 개막하는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 출전권과 함께 2022~2023시즌까지 PGA 투어 시드도 확보했다.

이경훈은 “오늘 경기하기 힘든 조건이었지만 인내심을 갖고 긍정적인 생각을 유지하려고 했다”며 “오래 기다린 우승이라 더 기쁘고 믿기 어렵다.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경훈은 이어 “이번 우승으로 자신감도 생기고 정신력도 강해질 것 같다”며 “(나에게) 완벽한 우승”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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