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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8개국 K-통신원이 전하다…“요즘 ‘핫한’ K콘텐츠는 OO”

“BTS, 빌보드 1위” “블랙핑크, 레이디 가가와 콜라보” “몬스타엑스, ‘엘렌쇼’ 출연”…

믿을 수 없는 ‘K팝’ 글로벌 승전보가 연일 우리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직접 가보고 소통하며 한껏 ‘국뽕’에 취해보고 싶지만 아쉽게도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이를 체감할 길은 막혀버렸다. 한류가 글로벌 대중문화 판도를 움직이고 있다는데 사실일까? 과장은 없을까?

미국,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인도네시아, 대만, 아랍에미리트 8개국서 현지 거주하고 있는 ‘스경’ 통신원들에게 K-콘텐츠의 위상을 직접 들어봤다. 통신원들은 저마다 느끼고 있는 생활 속 한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한다.

방탄소년단의 팬덤 미국 ‘아미’들이 K-콘서트를 기다리며 기대에 찬 포즈를 전하고 있다. 미국| 박지나

■“코로나 비웃듯, 여전히 BTS 열풍”(미국 필라델피아·박지나)

미국은 코로나와 상관없이 BTS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그들의 곡 ‘다이너마이트’는 TV광고에도 넷플릭스 프로그램 OST로도 많이 쓰인다. K팝을 터부했던 라디오에도 자주 나온다. 특히 K팝 그룹이 미국 유명 팝스타와 콜라보하는 점은 BTS 아미들을 넘어 현지 대중들에게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BTS의 ‘마이크 드롭’(MIC Drop) 리믹스 버전을 제작했던 DJ 스티브 아오키가 정국, RM이 함께 협업해 2018년 발매한 싱글 ‘Waste It On Me’(웨이스트 잇 온 미)를 발표한 것이나 곧 BTS가 저스틴 비버와 콜라보한다는 소식으로 현지는 들썩이고 있다. 몬스타엑스의 첫 공식 영어 싱글곡 ‘WHO DO U LOVE?’(후 두 유 러브?)도 힙합 뮤지션 프렌치 몬터나가 피처링으로 참여해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나의 미국인 남편은 매일 친구들과 게임을 하며 한국 노래를 듣는다. 있지, 트와이스, 태민, BTS, 레드벨벳, 마마무, 샤이니 등 정말 다양하게 K팝을 즐긴다. 미국은 지금 한국을 포함한 아시안 컬처가 대세다.

■“‘K뷰티’, ‘치킨’이 대세!”(영국 런던·김아람)

영국은 ‘코비드 록다운’ 상태가 지속되다보니 공공장소에서 K팝 플래시몹을 하는 젊은이들이 줄어 실생활 K팝 체감은 좀 힘들다. 대신 한국 음식과 화장품은 유행이다. 화장품 편집샵에 ‘K뷰티’라고 따로 국가 섹션을 마련할 정도. K푸드는 단연 ‘치킨’이 인기다. 영국인들이 술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런던에는 P브랜드 치킨이 들어왔을 정도다. 과거 아들 지민과 유럽여행 중 길에서 한국어 대화를 하다보면 젊은 여학생들이 “한국 사람이에요? 한국어 조금 알아요”하면서 말을 걸어오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들은 BTS나 엑소 팬이었다. 아! 재밌는 점은 아마존 ‘알렉사’(인공지능 스피커)가 전에는 ‘Fake Love’ 들려달라고 하면 “BY 빗츠(BTS), Fake Love”라고 BTS를 자기네 마음대로 발음했는데 이제는 B.T.S라고 정확하게 발음해준다.

요시자키 에이지 통신원이 직접 방문했던 일본 ‘사랑의 불시착’ 전시회. 일본|요시자키 에이지

■“‘사랑의 불시착’展 성황, 여운 즐긴다”(일본 도쿄 저널리스트·요시자키 에이지)

일본 한류 팬들은 세 부류로 나뉜다. 첫 번째는 10대~20대 보이그룹팬, 참고로 그룹 BTS와 세븐틴의 인기가 높다고 느껴진다. 두 번째는 30~40대 드라마팬, 드라마 속 캐릭터의 마초성과 강인함 그리고 부드러움에 열광한다. 일본 남성에게 없는 지점에 대한 욕구인 것 같다. 세 번째는 30대에서 50대까지 아우르는 K팝 걸그룹팬이다. 참고로 나는 3번에 속하는 한류팬이다. 코로나 전에는 러블리즈, 라붐, 모모랜드, 오마이걸 등 직접 악수나 사진촬영이 가능한 소규모 팬미팅이나 이벤트가 거의 매주 있었을 정도로 일본 방문이 활발했다. 팬들은 유튜브를 보며 그리움을 달래지만 코로나 종식 후 걸그룹의 ‘일본 방문 부활’을 격하게 기다린다. 올해 대중적으로 유행한 K콘텐츠는 단연 ‘사랑의 불시착’이다. 드라마 스틸컷부터 세트장까지 옮겨온 ‘사랑의 불시착’展은 매우 성황을 이뤘다. 도쿄, 오사카 인기에 힘입어 후쿠오카까지 개최됐다. 일본인들은 ‘사랑의 불시착’ 여운을 더욱 오래 즐기고 있다.

영화 ‘서복’ 대만 포스터, 대만은 ‘도깨비’ 이후 꾸준히 ‘공유앓이’ 중이다. 대만| 송미진
‘한국 아동복’의 인기를 등에 업고 대만에 아동복 브랜드를 론칭한 송미진 대만 현지 기사. 대만| 송미진

■“K푸드 이어 K아동복까지 인기”(대만 타이페이·방송인 에밀리 송(송미진))

대만은 대표적인 K드라마, K팝 소비국이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이어지다보니 ‘한국 앓이’가 생활 전반으로 널리 퍼지고 있는 느낌이다. 여행을 가지 못하다보니 꽤 많은 한국 식품들이 대만 마트를 장악하고 있다. 전에 보이지 않던 한국 소주나 과자 종류가 많아졌고 아이 간식 같은 뽀로로 캐릭터가 그려진 음료, 쌀뻥 도 유행이다. 한국산 아동복도 정말 인기가 많다. 품질이 좋고 독특한 디자인으로 고급스럽다는 이미지가 높아 대만 엄마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패션 사업을 하고 있는 나 역시 ‘젤리멜로’라는 한국 제조 아동복을 현지에서 론칭했는데 반응이 좋다. K드라마는 아직 정식 수출된 것 같지 않은데 중국 웹을 통해 ‘펜트하우스’를 많이들 보고 있다. 넷플릭스로 ‘빈센조’ 인기가 있는데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다. K스타는 방탄소년단과 공유가 독보적이다. 공유는 ‘도깨비’ 이후로 얻은 대만 인기가 식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공유, 박보검 주연 영화 ‘서복’은 4월12일 한국과 동시 개봉했는데 첫날 매출액 300억(대만 달러)를 돌파했다. 개봉주 기준으로 영화 ‘기생충’보다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고 한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한 마트에 진열된 한국 라면 사진|독일
K팝 콘서트 광고판. 사진|독일

■“‘승리호’ 독일 넥플릭스 톱10 들었다”(독일 프랑크푸르트·한아름)

코비드 상황이 이어지다보니 K팝 공연이나 행사가 없어 인기 체감이 좀 어렵긴 하다. 대신 넷플릭스에 K콘텐츠 노출 빈도가 높아졌다. 최근에는 영화 ‘승리호’가 독일 ‘오늘의 톱10’ 순위에 오르기도 했는데 대중적인 평은 좋지 않았다. 독일인 남편이 한국어학원을 다니는데 10대 학생들 대부분은 BTS 때문에 한국어를 배운다고 답했다. 독일은 현지에는 ‘핑거 하트 페스티벌’이라고 자체 K팝 콘서트를 한다. K푸드도 팔고 한국 문화체험 이벤트도 한다. 또한 독일 내 K뷰티의 활약은 눈여겨볼 만 하다. 대형 드럭스토어 ‘더글라스’나 대형 쇼핑몰에는 K뷰티 단독 코너도 신설됐고 K뷰티를 소개하는 라이브 방송도 늘었다. 슈퍼마켓 누들코너에는 한국 라면이 당연한 듯 진열되어 있다.

음반 매장 UAE 버진 메가스토어 두바이점 전면에 배치된 K팝 앨범들. 사진|아랍에미리트
방탄소년단은 관련 앨범과 굿즈 등이 따로 전시돼 있기도. 사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대형 쇼핑몰의 화장품샵에서 영국(맨 왼쪽부터), 프랑스, 일본 코너보다 훨씬 넓게 자리 잡고 있는 K뷰티 코너. 사진|아랍에미리트
아랍에미리트 넷플릭스 톱10 콘텐츠 중 4위에 오른 ‘빈센조’. 사진|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상품에 진열된 중국산 한국 짝퉁 상품. 사진|아랍에미리트

■“한국 제품 인기, 중국 ‘짝퉁’마저 등장”(아랍에미리트 라스 알 카이마·김다예)

아랍에미리트는 K팝, K드라마는 물론 생활 전반에 한국 제품이 큰 인기다. 넷플릭스 Top10 콘텐츠 순위만 봐도 K드라마가 빈번히 끼어있다. 현재 ‘빈센조’가 4위다. 과거에는 ‘기황후’ ‘꽃보다 남자’ 같은 것이 대중적으로 인기가 컸다. 스케일이 남다른 두바이 부자들이 ‘꽃보다 남자’를 봤다고 생각하면 좀 우습다. UAE 버진 메가스토어(세계 체인 음반매장)에서는 아주 쉽게 블랙핑크, 워너원, 수퍼주니어, BTS CD 및 LP, 포스터 구매할 수 있다. 한국 상품이 인기다보니 중국산 짝퉁마저 등장했다. 한 중국 기업이 ‘Korean lifestyle store’라는 이름으로 ‘다이소’ 같은 가게를 운영하는 황당한 일도 있다. 제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번역기를 돌린 엉터리 한국어 설명을 써붙여놓고 한국 제품인 척 판매되고 있다. ‘치맥’ 열풍도 불어 두바이의 한 호텔에는 ‘김포, 두바이’라는 맥주집이 등장했다. 아랍에미리트는 호텔을 제외한 일반 음식점에서 술을 팔 수 없기에 호텔에 생긴 것이다. 인터넷 별점을 보니 5.0으로 인기가 꽤 있는 듯 하다.

프랑스 파리 동남부에 위치한 음반숍 ‘타이요우(TAI YOU)’에서 케이팝 팬들이 한국에서 공수돼온 케이팝 음반과 상품 등을 구경하고 있다. 이곳은 프랑스에서 한류팬이라면 꼭 들려야하는 명소로 알려져 있다. 사진|프랑스

■“프랑스 글로벌 기업, K트렌드 참고할 것”(프랑스 파리·정지원)

최근 프랑스 보그 웹에는 ‘당신이 당장 들어야 할 새로운 K-pop 아이돌 스타 7팀’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신인 K팝 그룹 스테이씨, 엔하이픈, 에스파, 위클리 등을 소개하는 기사였다. 한국 못지 않게 프랑스에서도 차세대 한류 아이돌들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게 새삼 느껴졌다. 파리의 길거리에서 K팝 아이돌의 얼굴을 쉽게 마주할 수 있다. BTS, 블랙핑크 멤버들이 프랑스 명품 브랜드의 앰버서더로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지금의 한류가 반짝 유행이 아닌 프랑스 MZ세대가 향유하는 새로운 문화로 느껴진다. 비즈니스 스쿨에 처음 입학할 때 면접이 생각난다. 내가 “패션이나 화장품 프랑스 본사에서 일하는 것이 목표”라고 하자 교수님은 “왜? 프랑스에는 요즘 K뷰티가 트렌드인걸?”이라고 반문했다. 향후 프랑스 글로벌 기업은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전략을 세우는데 한국의 수용적이고 빠른 트렌드 전략을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에 비지니스를 공부하는 내가 보는 새로운 세대의 한류다.

인도네시아는 ‘K팝 시장(Market) 순위’ 글로벌 4위에 오를 정도로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성황리에 진행된 한류 관련 이벤트. 사진 코트라

■“한류, 메인컬처 자리잡아”(인도네시아 자카르타·아디 수까르노)

인도네시아 한류는 열풍을 넘어 메인 컬처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2005년 현지 시청률 40%에 육박했던 한국 드라마 ‘풀하우스’ 인기 이후 한국 콘텐츠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외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2019-2020년 소셜미디어 트위터가 조사한 ‘글로벌 K팝 소비 시장 규모’를 보면 미국, 일본, 한국에 이어 인도네시아가 4위일 정도. 코로나 이후 인도네시아 내 K드라마의 인기는 더욱 커졌다. 최근 인도네시아 과학연구소(LIPI)에서 조사한 한국 드라마 선호도 설문 조사에서 무려 응답자의 91%가 “한국 드라마를 정기적으로 시청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루 평균 한국 드라마 시청 시간도 4.6시간으로 코로나 이전에 비해 2시간이 증가했다. 또 응답자의 41%가 “1주일에 6회 이상 한국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스카이캐슬’ ‘부부의 세계’ ‘사랑의 불시착’ 그리고 ‘빈센조’까지 한국 현지와 거의 실시간으로 드라마를 소비 중이다. 한류 배우 중에는 이민호, 공유 등이 큰 인기다. 인도네시아의 한류는 K팝, 드라마, 영화, 패션, 뷰티, 먹거리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삶 속에 녹아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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