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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분석] 스포츠콘텐츠 유료화…어떻게 봐야할까

티빙 홈페이지에 소개된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중계 공고

스포츠 경기 영상이 ‘본격적으로’ 유료화하고 있다. TV, 포털사이트를 통해 거의 무료로 시청한 과거와는 다르다. 손흥민, 류현진 경기 등 킬러 콘텐츠를 라이브로 시청하려면 별도로 돈을 지불해야 하는 때가 됐다.

■유료화 현황 :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메이저리그 중계권은 SPOTV가 갖고 있다. 토트넘 경기를 제외하고 다른 경기를 생중계로 보려면 별도 시청료(TV는 SPOTV ON·모바일은 SPOTV NOW)를 내야 한다. 코리안 메이저리거 경기는 SPOTV 프라임에서 중계한다. 역시 유료채널이다. 종합유선방송(SO) LG 헬로비전 기준으로 SPOTV ON, ON2, 프라임 등 세가지를 통합할 경우, 매월 1만3000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모바일 라이브 시청은 SPOTV NOW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한 뒤 매월 7900원 또는 1만4900원을 내야 가능하다.

스포츠 열혈팬인 김만석씨(53)는 “박찬호부터 메이저리그를 무료 시청해와 유료 정책이 불편하다”며 “케이블TV 시청료를 내고 있어 이중으로 지불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메이저리그 인기가 떨어졌는데 유료화 정책은 광고를 수주해야 하는 방송사에게도 손해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재형씨(20)는 “이미 해외에서도 유료로 하고 있어 유료정책도 괜찮다”며 “돈을 내는 만큼 얼마나 좋은 영상을 제공받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급변하는 중계권 시장 : 과거에는 리그 사무국이 중계권을 방송국에게만 팔았다. 방송국은 중계화면에 광고를 붙여 수익을 냈다. 지금은 미디어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중계 루트도 많아졌다. 케이블 TV, 포털사이트, 통신사, 뉴미디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도 중계권을 구입한다. 콘텐츠는 제한적인데 유통 루트가 증가했다. ‘킬러 콘텐츠’ 확보 전쟁이 심화했다. SPOTV가 본격적으로 유료화한 손흥민 경기, 코리안 메이저리거 경기가 그렇다.

지난 11일 시작한 유럽축구국가대항전인 유럽축구선수권대회는 CJ 계열 OTT ‘티빙’이 생중계한다. OTT 후발주자격인 ‘쿠팡플레이’는 지난 3월부터 토트넘 경기 등 라운드당 6개 내외 EPL 경기를 생중계하고 있다. 가을쯤 ‘디즈니플러스’가 한국에 상륙하리라 전망된다. OTT 스포츠 중계권 구입 경쟁도 가속할 가능성이 크다. 월트디즈니컴퍼니는 세계적인 스포츠채널 ESPN을 소유하고 있다.

SPOTV NOW 이용권 화면

■시행착오 : 최근 KBO는 프로야구 중계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개인에게 경고문을 보냈다. ‘게시한 영상이 KBO 저작권을 침해하니 삭제하라. 삭제하지 않으면 고소·고발을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네티즌은 자발적인 프로야구 전도사를 무시하는 행정이라고 비판한다.

프로야구는 TV 중계권, 인터넷·모바일 중계권 계약을 별도로 했다. 인터넷·모바일 중계권을 구입한 ‘통신 3사와 포털(네이버·다음) 컨소시엄’은 연간 220억원을 KBO에 낸다. 중계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요구가 강해진 이유다. 결국, 개인이 비상업적인 의도로 사용한 영상을 어느 정도까지 인정하느냐가 과제가 됐다.

■새로운 시도 : 프로축구연맹은 올해부터 K리그 경기 영상을 개인에게 팔고 있다. 600만원 정도를 내면 K리그 1년 영상을 쓸 수 있다. 영상 사용권을 구매한 곳은 베스트 일레븐, 포포투 코리아, GOAL TV, 핏투게더, 팀12 등 10여개다. 개인 크리에이터도 있다. 현재 이들은 K리그 영상을 활용해 제작한 영상을 게재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연맹은 장기적으로 크리에이터와 수익을 공유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K리그와 크리에이터가 영상 제작 및 유통을 함께 한 뒤 수익을 나누는 식이다. 크리에이터 활동을 장려하는 ‘NBA Playmakers’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NBA는 크리에이터가 만든 영상을 ‘NBA Playmakers’에 올리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을 서로 나눈다.

NBA PLAYMAKERS 홈페이지 화면

■향후 전망 :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수입이 급감하면서 국내프로스포츠는 재정난에 시달린다. 온라인 수익이라고는 중계권 판매가 유일하다. 그런데 최근에는 방송국도 여유가 없다. 중계권 가격은 상승하는데 경기침체로 기업 광고는 그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그 운영자는 방송국 부담을 줄이면서도 자체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 KBO는 체육기금을 투자해 경기장마다 중계시설을 보완했다. 영상 제작에 대한 방송국 부담을 줄여주려는 취지다. K리그는 2부리그 영상을 동아방송예술대학과 함께 제작하고 있다. 몇몇 프로종목은 방송국으로부터 받은 중계권료 중 적잖은 금액을 제작비, 광고비 명목으로 방송국에 돌려주고 있다.

스포츠콘텐츠 유료 판매는 주요 수익원이 되리라 점쳐진다. KBO와 K리그는 지난해 독자적인 미디어 센터를 구축했다. 프로야구 2군 리그·1군 연습경기, K리그2 경기 영상을 자체 제작 또는 외주 제작하고 있다. 프로농구·프로배구는 미국프로야구, 미국프로농구처럼 리그 홈페이지, 티켓 판매, MD 상품 제작 및 판매를 모든 구단이 함께 하는 통합 마케팅을 실행 중이다. 모든 게 콘텐츠 유료화를 위한 준비 과정이다. 궁극적으로는 리그 사무국이 경기 영상을 자체 제작한 뒤 방송국, 통신사, 포털사이트, 뉴미디어, OTT, 크리에이터 등 여러 곳에 직접 팔겠다는 뜻이다. 좋든 싫든, 프로 경기를 보기 위해 돈을 내야 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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