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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석의 건강한 삶·즐거운 인생] 유상철을 추모하며… 침묵의 살인자 췌장암

2002년 서울월드컵의 축구 영웅 유상철이 췌장암을 앓고 있다는 보도는 이미 언론을 통해서 많이 알려져 있었던 사실이다. 오랜 투병 생활 끝에 최근에 사망했다는 부고는 많이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였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많은 암들은 생존율이 유의미하게 개선되었으나 췌장암은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건강검진이 발달하고 국가 장려사업이 되어서 많은 암들이 조기 진단되고, 그러다 보니 이른 병기에 암세포를 제거할 기회가 높아지면서 생존율, 치료율이 높아지게 되었다. 하지만 췌장암은 암 사망률 5위임에도 조기 발견의 기회가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췌장암을 조기 진단하거나 건강검진에서 진단하여 다른 장기로의 전이 이전에 치료가 가능한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을 것이다. 우선 건강검진에서 췌장암의 스크리닝을 위한 검사로 CA19-9라는 암표지자 검사가 있다. 하지만 여러 연구에 따르면 CA19-9 > 37U/ml 이상 시 양성 예측도는 0.0008명으로 보고되었다. 즉 건강한 사람 중 이 표지자의 수치가 증가한 사람에서 실제 췌장암의 진단에 이른 사람은 십만명당 8명으로 무증상 건강인을 대상으로 췌장암 조기 발견의 선별검사는 큰 의미가 없고 증상을 동반한 환자에서의 선별 검사만이 유의미하다.

장진석 소중한메디케어 대표원장

췌장암은 특별한 조기 증상이 없기 때문에 복부 통증, 황달, 갑작스러운 당뇨병 등이 있을 때 췌장암을 의심해서 검사를 시행하지만 위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이 다양하기 때문에 경험이 많은 의사라 할지라도 검사 대상을 선별하기는 쉽지 않다. 건강검진 시 시행하는 복부초음파로는 볼 수 있는 것이 매우 제한적이서 췌장암의 조기 진단으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복부 CT를 찍으면 비교적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지만 건강검진의 췌장암 스크리닝을 위한 복부 CT 촬영은 방사선 노출 등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일부 검진프로그램에서 췌장 MRI를 시행하고 있지만 비용 효과 대비 과도한 검사라고 볼 수 있다.

간암은 간염 환자에서 뚜렸이 증가하고 자궁경부암은 HPV 바이러스 감염과의 인과 관계가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췌장암은 만성췌장염 환자에서 일부 증가할 수 있다는 것 외에는 뚜렸한 의심 질환이 없다. 췌장암을 예방하려면 금연, 금주,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사 외에는 이렇다 할 예방 수칙도 없다. 최근 여러 면역세포 치료에서 췌장암에 대한 면역세포 치료가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아직 임상 단계의 치료법이고 CAR-NK나 NK세포 치료가 임상적으로 활성화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연구가 필요하다. 췌장암은 일단 발병하면 조기에 수술을 하여 제거하였다 하더라도 재발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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