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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신미리 샌드아트 작가, 모래로 감싼 세월호·미얀마의 아픔

신미리샌드아트아카데미 제공

치유받지 못한 아픔을 따뜻한 모래알로 감싼다.

신미리 샌드 애니메이션 작가의 선한 영향력이 7년째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학생들부터 자유를 위해 희생하는 미얀마 국민들까지, 모두 신미리 작가의 손길 아래서 위로받았다. 최근에는 故(고) 박종철 열사의 일대기를 통해 지난 역사의 슬픔을 조명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2009년 데뷔한 신미리 작가는 국내에선 불모지였던 샌드아트의 존재를 널리 알린 장본인이다. 그런 그에게 샌드아트란 희망을 그리는 것과도 같다. 앞으로도 위로가 필요한 곳이 있다면 언제든 달려가 재능기부에 참여할 생각이다. 전화 인터뷰를 통해 신미리 작가가 그린 ‘희망의 모래’를 조명해 봤다.

[아래는 신미리 작가와의 일문일답]

신미리샌드아트아카데미 제공

- 2014년 ‘세월호 추모’를 주제로 한 샌드아트 영상이 재능기부의 시작이었다. 조회 수가 250만 회를 넘길 만큼 현재까지도 화제가 되고 있다. 소감이 어떤가.

“세월호 사건이 보도된 후 저 또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슬픔에 잠겼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내 주변에서 일어났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지더라. 아이들에게, 또 부모님들에게 어떻게든 위로를 건네고 싶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미술뿐이었다. 사실 유튜브에 게재하기까지 두려움이 있기도 했다. 아픔을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려 한다는 오해를 사지 않을지, 내 순수한 마음이 유족들에겐 실례가 되진 않을지 걱정했다. 다행히 유족들도 이해해주셨고 샌드아트 영상을 보고 감사하다는 답례도 해주셨다. 그때 마음이 뭉클했다.”

- 선한 마음씨가 최근에는 미얀마 국민들에게로 향했다. 미얀마 헌정 프로젝트 ‘다 잘될 거야’ 뮤직비디오를 샌드아트로 기획했다.

“우리나라의 민주화 운동을 주제로 작품을 준비하던 중 미얀마 헌정 프로젝트 참여를 제안받았다. 이미 진행 중인 작품이 있어 고심했지만, 돌이켜 보니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이 현재 미얀마 사태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더라. 미얀마 국민을 통해 과거 우리의 모습을 발견했다. 우리나라 국민들 또한 자유를 외친 대가로 무시무시한 상처를 받았던 시절이 있다. 그때의 아픔을 똑같이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건넬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풀피리프로젝트 제공

-뮤직비디오 영상 중 세 손가락과 촛불을 나란히 그린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세 손가락은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에 저항하는 상징적인 경례이고 촛불은 우리 국민의 평화 시위를 의미한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세 손가락을 들자마자 여러 개의 촛불이 함께 나타난다. 지금은 폭력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는다면 언젠가 평화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뜻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경우, 목소리를 내면 억압당하기만 했던 시절을 지나 이젠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하는 축북을 얻었다. 미얀마 국민 또한 훗날 목소리에 자유를 얻을 날이 오길 염원했다. 색깔 모래를 삽입하고 웃는 표정의 아이들을 그린 것도 그런 의미에서였다. 현실은 어둡지만 미래엔 영상 속 밝은 색감과 웃음처럼 희망을 노래하길 바랐다.”

-오는 30일부터 7월 말까지 진행되는 전시회 ‘박종철과의 하루’에서 샌드아트 영상을 선보일 예정이다. 어떤 내용의 작품인가.

“고 박종철 열사가 겪은 당시의 아픔을 보여주는 취지로 시작했다. 보기만 해도 쓰라린 고문 장면을 샌드아트에 넣기엔 조심스러워 고 박종철 열사의 표정을 통해 아픔을 표현하려 한다. 이와 동시에 고 박종철 열사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날 행복한 우리가 있다는 것, 그러니 고인의 숭고한 정신을 잊지 말자는 내용을 담았다. 총 2부로 구성된다. 1부는 가수 고 김광석의 ‘부치지 않은 편지’로, 2부는 그룹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그날이 오면’을 배경음악으로 작업을 펼칠 예정이다. 국민 모두 배울 점이 많은 전시가 될 테니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

- 앞으로는 어떤 주제로 작업할 계획인가.

“여태 그래왔듯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싶다. 한 사람이 태어나서 청년으로 성장해 점점 늙어가는 모습을 그리고자 한다. 어렸을 땐 부모가 자식을 키우지만 세월이 흘렀을 땐 자식이 부모를 돌보지 않나. 이처럼 인간이 거치는 일련의 과정들을 쭉 펼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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