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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퍼트도 제쳤다…‘괴물’로 진화하는 미란다

두산 아리엘 미란다가 7일 잠실 NC전에서 8회 투구를 마친 뒤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두산 외국인 선발투수 아리엘 미란다(32)가 구단 역대 최고의 자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연속 경기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기록 타이까지 한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미란다는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홈 NC전에 선발 등판해 4사구 없이 8이닝 7안타 10삼진 2실점 호투를 하고 시즌 8승(3패)을 확보했다. 시즌 첫 무4사구 경기이자 시즌 네 번째 두 자릿수 탈삼진, 2경기 연속 8이닝 투구였다. 탈삼진 1위 미란다(123개)는 2위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KT·99개)를 또 한 번 멀찍이 떨어트렸다.

이날 미란다는 뜻깊은 기록을 세웠다. 지난 5월26일 한화전부터 8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6월1일 NC전부터 7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다.

이로써 그는 연속 경기 퀄리티스타트 플러스 부문에서 2007년 다니엘 리오스(8경기)에 이어 구단 외국인 선수 역대 2위를 차지했다. 6경기 연속 기록을 보유한 게리 레스(2002·2004년), 더스틴 니퍼트(2011·2012년)도 제쳤다. 미란다는 KBO리그 최다 퀄리티스타트 플러스 부문에서도 삼성 원태인과 공동 1위에 올랐다.

미란다는 경기가 끝난 후 “그런 기록을 세웠다는 것을 몰랐다”며 “팀이 이길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지면서 내 역할을 다하는 게 목표다. 기록은 의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중순까지만 해도 미란다의 투구는 들쑥날쑥했다. 5월까지 9경기에서 5이닝을 채우지 못한 적이 3차례 있었고, 6이닝을 던진 경기에서도 투구 수가 100구를 넘겨 그에게 7회를 맡길 수 없었다. 6월 들어 미란다는 투구 수를 줄이기 시작했고 어느새 7이닝 이상을 편안하게 던지는 투수로 변신했다.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기보다 코칭스태프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문제점을 보완한 덕분이다.

미란다는 “다른 리그에서 헛스윙을 유도할 때 사용했던 공들이 한국 타자들에겐 먹히지 않았다”며 “이런 부분을 수정하면서 한국 타자들에 맞게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도 고쳐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구 스타일을 바꿨다는 것은 KBO리그 적응을 완료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란다는 “아픈 곳 없이 건강하기 때문에 페이스가 좋은 것 같다”며 “시즌 초반이 KBO에 적응하는 기간이었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이 끝나 가는 것 같다.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7위에 머물고 있는 두산은 선발 워커 로켓이 1군에 없고 토종 에이스 최원준도 지난 6일 승리 사냥에 실패해 3연패에 빠진 상태였다. 두산은 미란다의 호투 덕분에 연패를 끊고 한숨 돌렸다. 미란다는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지 않으려고 했다. 그저 공을 원하는 곳에 던지려고 집중했다”고 말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미란다가 공격적인 투구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해 승리할 수 있었다. 미란다가 긴 이닝을 책임지면서 개인성적뿐 아니라 팀 전체 투수진 운영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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