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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덕의 ‘빠이팅’…애드립 아니라 양궁 비밀 전략이었다

장안의 화제 된 김제덕의 빠이팅

한국 견제하는 상대팀 대비 전략으로 구성

구성ㆍ김제덕, 대표팀 합류하자마자 "빠이팅"

김우진이 "얘 뭐냐"고 고개 절레절레 할 정도

양궁 국가대표 김제덕이 24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혼성 결승전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금메달 획득 후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부리부리한 눈에 담긴 의지, 활시위가 걸린 입매의 단단함, 시위를 당긴 뒤 거침없이 놓는 손가락.

안산(20)과 함께 양궁 혼성단체 금메달을 일군 김제덕(17)은 단숨에 올림픽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시원시원하게 날리는 화살도 매력이지만, 쏘기 전 거침없이 내지르는 ‘포효’가 이를 지켜보던 팬들의 마음에 닿았다. 답답함을 뻥 뚫어주는 사이다 같은 외침이었다.

김제덕은 금메달 소감을 묻는 질문에도 “저는 항상 파이팅입니다”라며 웃었다. ‘오늘 파이팅 몇 번 외쳤냐’는 질문에 “쉴 새 없이 했던 것 같다”며 “분위기따라 다른데, 기분 좋을 때는 ‘으악’ 같은 기합을 하고, 쏘기 전에는 ‘파이팅’을 외치는 편”이라고 말했다. 24일 결승까지 가는 길목에 ‘코리아 파이팅’과 ‘으악’와 ‘얍’ 등이 무관중이어 적막했던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을 가득 메웠다.

김제덕의 ‘빠이팅’에 가까운 기합은 우연한 애드립이 아니라 전략이었다. 양궁 대표팀 박채순 총감독은 “김제덕이 뽑힌 김에 우리도 소리 한 번 질러보자고 준비했다”고 말했다.

박 총감독에 따르면 2010년대 들어 한국 양궁을 향한 견제가 심해졌다. 실력이 아니라 기세로 누르려다보니 한국과의 경기 때 시끄러운 팀들이 많아졌다. 중국 선수들 뿐만 아니라 영국 선수들도 소리를 크게 지른다. 선수 뿐만 아니라 코치들도 기합을 넣는 경우가 많다.

양궁 국가대표 김제덕이 24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혼성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취재진에게 메달을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박 총감독은 “그런데, 막상 소리 지른다는 게 쉽지 않더라”고 말했다. 김제덕을 빼면 한국 양궁 대표는 오진혁(40)과 김우진(29)인데 둘 모두 과묵하기가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다. 김제덕이 대표팀에 선발되자 ‘빠이팅’의 기회가 생겼다. 박 총감독은 “고등학생이라 형들 앞에서 샌님처럼 ‘화~이~팅’할 줄 알았더니 이 녀석이 우렁차게 ‘빠이팅’을 하더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김우진이 그 ‘빠이팅’을 듣고 “얘 도대체 어떤 애예요?”라고 물었다.

우렁찬 ‘빠이팅’이 금메달의 길을 열었다. 안산은 16강 시작 전 김제덕이 외친 ‘코리아 파이팅’ 덕분에 덩달아 긴장이 조금 풀렸다고 했다. 공식 기자회견에서 외신 기자가 ‘유망주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물었다. 김제덕이 주저없이 답했다.

“얘들아, 무조건 빠이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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