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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라이브] “끝났다”…오진혁의 마지막 10점, 男 양궁도 단체전 2연패

연합뉴스

“끝났다.”

9점만 쏴도 금메달. 마지막 주자 오진혁(40)은 46-55에서 마지막 화살을 쏘자마자 조용히 내뱉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한국 양궁의 베테랑은 감각적으로 손을 떠나자마자 10점을 직감했다.

늘 신중하게, 오랫동안 겨냥하고 활을 쏘는 오진혁은 마지막 활을 최대한 느린 호흡으로 당겼다. 첫번째 주자 김우진(29)은 옆에서 “7, 6, 5” 하고 숫자를 셌다. 남은 시간을 카운트해주는 동생의 보조에 오진혁이 4초를 남겨놓고 쏜 화살은 정확하게 과녁의 가운데, 노란 원 안으로 들어갔다. ‘막내’ 김제덕(17)의 사자후가 어김없이 터졌다.

한국 양궁이 남자 단체전도 제패했다. 오진혁, 김우진, 김제덕이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양궁에 세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남자 양궁 대표팀은 26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단체전 결승전에서 대만을 세트포인트 6-0으로 제압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이자 통산 6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혼성단체전에서 안산과 함께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김제덕은 2관왕에 올랐고, 2016년 리우에서 구본찬·이승윤과 함께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던 김우진은 올림픽 2회 연속 금메달을 땄다. 2012 런던 올림픽 이후 9년 만에 다시 올림픽 무대에 선 오진혁은 역대 올림픽 양궁 최고령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24일 혼성단체전에서 막내들이 금메달을 따내고, 25일 여자단체전에서 올림픽 9연패 위업을 달성한 데 이어 이날 남자 단체전까지 2연패를 달성하면서 한국 양궁은 전종목 석권을 향해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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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국은 이미 4강전에서 실질적인 결승전을 치르고 올라갔다. 한·일전이 열렸고 연장 슛오프 접전을 치렀다.

1·3세트를 쉽게 따냈지만 2·4세트를 내주면서 세트포인트 4-4가 되자 연장전이 시작됐다. 양 팀이 번갈아 한 발씩 쏘는 슛오프, 3명이 다 쏜 뒤에도 동점일 경우에는 과녁 중앙에 가장 가깝게 화살을 꽂은 팀이 승리한다.

슛오프에서도 한국은 9-10-9점을 쐈고 일본은 10-9-9점을 쏴 동점이 됐다. 결국 거리를 쟀다. 10점을 쏜 한국의 두번째 주자 김제덕의 화살과 일본의 첫번째 주자 가와타 유키의 화살의 과녁 정중앙으로부터 거리를 비교한 결과 한국이 승리했다. 슛오프시 거리 측정결과는 공식 기록되지 않지만 이날 중계방송에서 측정한 결과는 김제덕의 화살이 일본 주자의 화살보다 과녁 중앙에 약 2.4㎝ 더 가까웠다.

막내의 이 극적인 마지막 화살로 결승에 진출한 한국은 결승전에서 완벽하게 기세를 올렸다. 첫 주자 김우진과 맏형 오진혁은 막내를 사이에 두고 앞뒤에서 확실하게 밸런스를 맞췄다.

첫 세트부터 10점이 쏟아졌다. 김제덕의 첫발만 9점, 나머지 5발은 모두 10점이었다. 59-55로 가볍게 첫 세트를 딴 한국은 2세트에서는 3명이 두발씩 전부 10점을 쐈다. 3세트에서도 4연속 9점 뒤 마지막 김제덕과 오진혁이 10점을 쏘면서 56-55를 만들어 그야말로 완벽하게 승리했다. 한국의 세 궁사는 결승전에서 쏜 18개의 화살 중 13개를 10점짜리 원 안으로 집어넣었다. 나머지 5개는 9점, 8점 이하로 꽂힌 화살은 한 개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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