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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소년궁사’ 김제덕은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다

김제덕이 지난달 광주에서 열린 아시아컵 1차대회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딴 후 경북일고 황효진 코치(왼쪽)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황효진 코치 제공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울려 퍼지던 김제덕(17·경북일고)의 “빠이팅”은 단순히 긴장을 털어내기 위한 기합이 아니었다. 이번 도쿄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의 기를 살리는 하나의 구호가 되고 있다.

‘천재 소년궁사’라 불리는 김제덕의 오늘도 그냥 이뤄진 것이 아니다. ‘궁사 김제덕’은 끊임없는 연습과 승부욕, 철저한 자기관리와 전략의 결과물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소년 김제덕’은 활기 있으면서도 예의바르고 승부에는 집중하는 단단한 자아를 가졌다. 이 두 가지 요소가 절묘하게 결합해 ‘천재 소년궁사’를 만든 셈이다.

김제덕의 오늘을 있게 한 원동력은 그를 옆에서 지켜본 사람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경북일고 스승 황효진 코치는 김제덕을 지근거리에서 살피며 오늘의 영광을 만들었다. 그가 본 ‘궁사 김제덕’의 진면목은 노력과 연구에 있었다.

하루 700~1000발의 화살을 꼭 쐈던 루틴은 결국 2019년 어깨충돌증후군이라는 부상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황 코치는 “그 여파 때문인지 제덕이는 다른 선수들보다는 다소 가벼운 활과 긴 화살을 쓴다”고 말했다. 가벼운 활은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조금 더 긴 화살로 변수를 상쇄한다. 보통 남자선수들이 47~50파운드(21.3~22.7㎏)의 활을 드는데 김제덕은 47파운드를 조금 넘긴 활을 든다. 화살 역시 28~30인치(71.1~76.2㎝) 길이가 일반적인데 김제덕은 29인치 후반대의 화살을 쓴다.

양궁 국가대표 김제덕이 지난 24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혼성 결승전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람의 변수를 제어하는 또 한 가지는 한 박자 빠른 ‘슈팅’이다. 황 코치는 “경기에서는 한 박자 빠른 슈팅으로 바람에 대비한다. 성격 역시 워낙 고민이 없고 과감해 이러한 전략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깨부상 이후 김제덕에게는 하나의 루틴이 더 생겼다. 어깨에 무리가 가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황 코치는 “배드민턴이나 볼링 등을 선수들이 쉬는 시간이 가끔 하는데 반대편 근육을 쓰는 ‘반대운동’이다. 제덕이는 이러한 운동을 절대 하지 않는다. 그 나이에 양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을 참는 것이 쉽지 않은데 제덕이는 이를 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년 김제덕’의 멘털은 이미 방송을 통해 크게 알려졌다. 김제덕은 2016년 7월 SBS 시사교양본부에서 제작한 프로그램 ‘영재발굴단’을 통해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당시 리우올림픽 특집으로 한국과 중국의 영재들이 만나 탁구와 양궁, 바둑과 암산 등 네 개 부문에서 대결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김제덕(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2016년 7월 광명 스피돔에서 진행된 SBS ‘영재발굴단’ 촬영 중 제작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SBS 황성준PD 제공

당시 프로그램을 연출했던 SBS 황성준PD도 김제덕의 모습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황PD는 “보통 영재 선수들을 찾을 때는 유소년 전국대회의 성적을 파악하는데 이미 김제덕 선수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전국대회를 싹쓸이하고 있었다”면서 “감독 선생님께 허락을 얻고, 이후에 아버지와 조부모님을 만나 기획을 설명드렸다.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을 거라며 선수도 가족 분들도 좋아하셨다”고 말했다.

경기도 광명 경륜장인 스피돔에 특설세트를 설치해 촬영한 양궁 대결은 김제덕과 중국 고교궁사들의 대결로 이뤄졌다. 황PD는 “당시 김제덕 선수의 감독님은 ‘성인대표와도 대결할 실력이 된다’고 하셨다. 마침 한국인 감독님이 중국 고교선수들을 이끌고 한국에서 훈련을 하고 있었다”면서 “총 36발을 쏴서 합산해 겨루는 방식이었는데 동점이 돼 슛오프(연장전) 끝에 10-9로 김제덕 선수가 이겼다”고 말했다.

황PD는 김제덕에 대해 “평소에는 그냥 장난기 많고 해맑은 또래 소년이었다. 그런데 인상적인 것은 아버지와 조부모님이 사는 집에 가면 예의바른 소년으로 변한다는 것이었다”면서 “그리고 사대에 서면 옆에서 말을 붙이기가 두려울 정도로 무섭게 집중하는 모습이 있었다”고 기억했다.

황PD는 “당시 ‘영재발굴단’ 제작진이 이번 올림픽 때 모두 모여 김제덕 선수를 응원했다. 금메달을 따자 눈물을 보이는 작가도 있었다”고 말하면서 “하고 싶은 일도 많은 어린나이인데 그렇게 목표를 향해 가는 노력이 정말 감동적이었다”고 돌아봤다.

‘천재 소년궁사’는 ‘하늘에 내린 재주’라는 뜻이 있다. 하지만 김제덕을 아는 사람들은 그가 단단한 소년의 모습 위에 영리하고 끊임없는 궁사로서의 노력을 더했다는 사실을 증언해주고 있었다. 김제덕의 금빛 “빠이팅”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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