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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혼혈 럭비 전도사 김진의 진심…“럭비 매력을 모두가 알았으면”

김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한국 소년들, 럭비 매력에 빠졌으면…”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럭비는 희망의 불씨를 띄웠다. 국내에서 비인기를 넘어 소외 종목인 럭비는 첫 출전인 이번 대회를 5전 전패로 마쳤다. 순위는 12개팀에서 꼴찌. 그래도 상무 포함 실업팀 4개와 대학팀 4개, 등록 선수 1000명 남짓이라는 럭비 불모지에서 ‘올림피언’을 배출한 것만으로도 놀랍다.

푸른 눈의 럭비 국가대표 김진(30·안드레 진 코퀴야드)은 지난 29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해 기자에게 “원래 첫 승리나 메달은 목표가 아니었다”며 “우리의 도전으로 소년 100명만 럭비의 매력에 빠지기를 바랐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진은 1세대 모델로 활동한 김동수 동덕여대 모델과 교수와 미국인 아버지(노엘 코퀴야드) 사이에 태어난 혼혈선수다. 고교 시절 캐나다에서 럭비를 배운 그는 2008년 17세 이하 미국 대표팀에서 활약할 만큼 뛰어난 기량을 자랑했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홍콩 귀화 제의도 받았던 김진은 테스트까지 감수하며 어머니의 나라를 선택했다. 김진의 진심은 마지막 한·일전에서도 잘 드러났다. 경기 시작 46초 만에 일본의 수비를 뚫고 트라이를 성공해 대회 첫 선제득점을 올렸던 그는 12점 차이로 석패하자 통곡해 화제를 모았다.

(도쿄=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28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7인제 럭비 대한민국 대 일본 11-12위 결정전. 대한민국 안드레진 코퀴야드와 이진규가 일본 세루 호세 선수를 막고 있다. 2021.7.28

당시를 떠올린 김진은 “동료들은 럭비의 상남자 이미지가 깨졌다며 ‘그렇게 울면 안 되지’라고 놀린다. 그래도 2년 가까이 쏟아냈던 대회를 마친 터라 눈물이 나더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한·일전을 이겼다면 국내에서 럭비에 대한 관심이 달라질 수 있었다”고 아쉬움을 덧붙였다.

김진은 럭비협회 관계자도, 감독도 아닌 일개 선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럭비 전도사를 자처한다. 김진은 “난 원래 한국 국적을 받을 수 없었던 사람”이라며 “그런데 럭비로 국적을 받았다. 부모님 다음으로 럭비가 고마운데, 그걸 되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김진이 한국 럭비에 책임감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럭비 불모지로 아직 갈 길이 먼 게 사실이지만, 언젠가 금메달을 노릴 만한 가능성도 확인했다. 2016 리우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럭비 7인제에서 금메달을 따낸 피지를 언급한 그는 “피지 사람들은 크고 빨라 럭비에 유리하다. 내가 한국에 계속 남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우리 나라 사람들의 타고난 피지컬”이라며 “축구의 손흥민처럼 운동신경이 좋고 발이 빠른 선수들이 많다. 프랑스가 과거 월드컵에서 우승할 때 10년간 유소년에 투자했다. 우리 럭비도 10년을 준비하면서 우리 만의 색깔을 만들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진은 럭비 저변 확대를 위해 럭비의 매력을 꾸준히 알리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는 “럭비의 매력은 축구와 농구의 특징을 갖고 있으면서 남자다운 충돌까지 있는 것”이라며 “어린 선수들이 경쟁이 심한 다른 종목보다 럭비를 하면 좋은 대학도 갈 수 있고, 올림픽도 갈 수 있다. 일단 등록 선수를 두 배로 늘려보겠다. 앞으로 한국 럭비도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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