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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한 “수면 음악 앨범, 아내 불면증 위해 만들었죠”

피아니스트 윤한. 사진제공|그릿뮤직인터네셔널

피아니스트 윤한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수면음악 앨범 프로젝트 첫번째 시리즈인 ‘슬리핑 사이언스 : 더 슬립(Sleeping Science : THE SLEEP)’(이하 ‘더 슬립’)을 전세계 동시 발매했다. 수면 진입에서 숙면까지 신체에 일어나는 변화를 모두 반영한 앨범이다.

“3년 전 임신 7개월이었던 아내가 원인 모를 이유로 첫째 아이를 유산했어요. 충격과 후유증으로 아내가 몇달째 불면증에 시달렸죠. 가벼운 운동이나 스트레칭, 따뜻한 물로 샤워나 족욕도 해봤지만 크게 효과가 없었어요. 매일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아내를 위해 뭐라도 해주고 싶었죠. 그날부터 전 인간의 수면과학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난 윤한은 수면 관련 의학 서적들과 연구 논문을 공부한 끝에 완성한 ‘더 슬립’에 관한 이야기와 지난해 품에 안게 된 딸에 대한 애정 등을 털어놨다.

■조성·박자·템포까지 모두 ‘수면’에 맞춘 이유

이번 앨범은 독특하다. 조성, 박자, 템포, 곡의 구성, 형식, 길이, 볼륨, 그리고 헤르츠(Hrz) 진동수까지 모두 ‘수면’에 맞췄다.

“아내만을 위해 완벽하게 설계된 음악을 만들었어요. 평소와 다르지 않은 수면 환경 조건에서 음악만 들려줬는데요. 효과가 아주 컸어요. 제 음악을 들은지 10분도 안 되어서 아내가 코를 곯고 있더라고요. 정말 신기했어요. 이후론 잘 때마다 아주 작은 볼륨으로 이 수면 음악을 틀어놓는데요. 아내는 얼마 되지 않아 불면증을 극복하고 컨디션을 회복했죠.”

앨범을 발매하기까지 쉽진 않았다. 피아니스트가 어려운 전공 서적과 논문을 붙들고 낑낑거리는 건 우주에서 먼지 찾는 것과 비슷한 경험이었다고.

“평생 음악만 해왔는데 갑자기 의학 용어와 영어 원문의 책들을 보는 건 참으로 갑갑하고 어려운 작업이더라고요. 하지만 아내를 위해 뭐라도 해주고 싶은 의지 하나로 3년을 연구했고, 저만의 작곡 기법을 설계할 수 있었죠.”

여러 실험군을 비교해보기 위해 지인들에게 부탁, 개개인의 수면패턴과 시간, 잠자기전 습관, 직업, 성향 등 모든 정보를 취합해 분석했다. 그 땀과 노력은 한장의 앨범으로 탄생됐다.

“이전엔 음악이라는 건 감상용으로만 생각해왔어요. 영감을 받아 작곡하고 음악에 인생 이야기를 담는, 아티스트의 또 다른 언어라고요. 하지만 이번 작업을 통해 음악의 위대한 스펙트럼을 느꼈고, 과연 음악의 범주는 어디까지인가에 압도 당하는 기분이었어요.”

■“사랑하는 딸, 슈퍼맨 같은 아빠 되고파요”

한 번의 유산을 겪은 뒤 소중한 생명이 찾아왔다. 지난해 5월 아주 예쁜 딸을 얻으며 드디어 ‘아빠’가 됐다. 결혼한 지 3년 만의 일이다.

“요즘 막 걸어다니기 시작했는데 정말 사랑스러워요. 예전엔 작업할 때 예민하고 신경이 날카로워서 소음이 들리거나 뭔가 방해요소가 나타나면 짜증이 나기도 하고 화가 났는데, 요즘은 피아노 연습이나 작업 중에 딸이 오면 하던 일 모두 멈추고 딸과 대화하며 소통해요. 정말 사랑스러워서 작업이고 뭐고 안아주고만 싶더라고요.”

딸은 피아니스트로서 그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딸에게 어떤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싶냐고 묻자 현명한 대답이 돌아왔다.

“아티스트로 기억하기 보단 친구 같고 슈퍼맨 같은 아빠로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제 장인어른이 그렇거든요. 아내에겐 장인어른이 언제든 기댈 수 있고 달려와주는 슈퍼맨 같은 존재라고 하더라고요. 존경스러우면서도 부러워요. 저도 딸에게 그런 아빠가 되어야지 하고 다짐합니다.”

오랫동안 몸 담았던 스톰프뮤직을 떠나 홀로서기에 나섰다. 경희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여러 활동을 모색하고 있단다.

“교수 임용 올해로 6년차예요. 생각보다 적응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아티스트로서 새로운 환경과 대학 생활에 적응하는 게 생각보다 녹록지 않더라고요. 이젠 좀 안정됐고요. 다시 아티스트로서 활발하게 활동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다양한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과 전국 투어 공연, 새로운 앨범도 준비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이번 앨범의 의미를 물었다.

“인간이 살면서 필요한 필수품들이 있잖아요. 이번 수면 음악 프로젝트 앨범도 그렇게 되길 바라요. 이 음악을 듣고 감동 받거나 공감하기 이전에, 그냥 삶 자체에 무의식적으로 스며들었으면 해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건, 효과가 분명히 있으며 편안하게 잠드는 마법을 경험하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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