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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라이브]우리에겐 너무 멋진 4위들이 있습니다

금은동 못지 않은 감동 안겨 준 올림픽 4등들

우하람, 우상혁은 수영, 육상 역대 최고 순위

류성현, 이선미 "더 배워서 다음 대회 도전"

여자 복식 "마음껏 좋아하지 못하게 해서 미안해" 감동

올림픽 시상대에는 3명까지 오른다.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 시상대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지만 오르지 못한 4위는 가장 아쉬움이 큰 순위다. 차라리 꼴찌라면 주목이라도 받지만 4등은 누구도 기억해주지 않는다.

2020 도쿄 올림픽은 조금 다르다. 이전 같았으면 스쳐 지나갔을 4등이, 또렷하게 이미지를 남겼다. 메달리스트 만큼이나 멋진 4위들이 있다.

3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남자 다이빙 3m 스프링보드 결승 경기. 한국 우하람이 다이빙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3일 우하람은 다이빙 남자 3m 스프링보드 결승에서 과감하고도 멋진 연기를 펼쳤다. 3위 잭 로거(영국)와의 점수 차이가 컸지만 5위 예브게니 쿠즈네초프와도 20점 차이가 나는 넉넉한 4위였다. 메달에 오르지 못했어도 한국 다이빙 사상 최고의 순위였다. 우하람은 “올림픽 4등 자체가 영광이다. 리우 때 비해 순위와 실력이 많이 올라 기쁘다”고 했다.

1일에도 멋진 4위가 나왔다. 육상 남자 높이뛰기의 우상혁이 2m35의 한국신기록을 세웠다. 도약하기 전 ‘할 수 있다’를 되뇌이며 날아올랐고, 한국신기록과 함께 한국 올림픽 육상 역대 최고 순위인 4위에 올랐다. 우상혁은 “행복한 밤이다. 아쉽지만 후회는 없다”고 했고, “파리 올림픽에서는 우승하겠다”고 자신있게 외쳤다.

우상혁이 날아오르기 직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도 의미있는 4위가 나왔다.

1일 도쿄올림픽 남자 높이뛰기에서 2m35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4위를 차지한 우상혁이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경기 종료 후 태극기를 펼치며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류성현은 체조 남자 마루운동 결승에서 몇 차례의 착지 실수가 나오면서 합계 14.233을 기록 4위에 올랐다. 예선 성적 3위로 결승에 오른 류성현은 난도 7.000으로 결승 선수 중 가장 어려운 기술을 구사했지만 4번째 기술 비행동작 때 발이 선 밖으로 나가면서 감점이 컸고, 이때 실수가 어른거리며 나머지 착지에서도 실수가 나왔다. 4위는 아쉬운 결과지만 거꾸로 다음 대회를 향한 의지가 된다. 류성현은 “큰 대회 한 번 나가보고 올림픽 나왔다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올림픽에서 여러가지 배웠다. 비틀기 동작 때 발이 꼬이면서 감점이 됐는데, 더 다듬어서 다음 대회 좋은 결과 내겠다”고 했다.

역도 여자 이선미는 2일 87㎏급 경기에서 합계 277㎏을 들어 4위에 올랐다. 주니어 역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제2의 장미란’으로 주목받는 이선미는 “처음이라 긴장했는데, 좋은 선수들과 붙어봤으니 이제 긴장도 덜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 대회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진다.

이대훈이 25일 일본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태권도 68㎏급 동메달결정전 중국 자오슈아이와의 대결에서 패배한 뒤 엄지를 치켜세우며 축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4일 태권도 대표팀의 에이스 이대훈은 68㎏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의 자오솨이에 15-17로 졌다. 1회전에서 패한 뒤 패자부활전을 통해 어렵게 올라온 경기였다. 선수생활 은퇴를 이미 결정한 뒤 참가한 올림픽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자오솨이에게 엄지를 들어보이며 패자의 품격까지 갖췄다. 이대훈은 “선수생활 마지막 무대에서 메달 하나 가졌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괜찮다”며 웃었다.

가장 멋진 4위는 2일 배드민턴 여자 복식이었다. 이소희-신승찬은 김소영-공희용과의 동메달결정전에서 0-2로 졌다. 코트에서 서로를 안아줬다. 이소희는 “동메달 따서 누구보다 좋았을텐데 저희랑 하는 바람에 좋아하지 못하는 거 보면서 너무 미안했다. 진심으로 축하한다. 마음껏 좋아해도 된다”고 말했다. 꽃메달이라도 만들어 걸어주고 싶은 ‘4등’들이 이번 올림픽에 흐드러지게 피었다. ‘고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을 외치던 한국 스포츠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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