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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모가디슈’ 허준호 “연기할 수 있는 지금, 감사해요”

배우 허준호,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허준호가 또 한 번 뜨거운 존재감을 입증했다. 영화 ‘모가디슈’(감독 류승완)에서 소말리아 주재 북한 대사관 림용수 대사로 분해 김윤석, 조인성과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보여준다. 데뷔 36년차 관록이 빛나지만 그는 여전히 조심스럽고 겸손했다.

“여름 개봉작에 오랜만에 출연했어요. 감사하고 영광이었죠. 깊은 메시지 있는 작품에 불러줘서 기쁘고요. 좋은 평가들이 나와서 기분이 좋아요. 전 강한 사람이 아닌데, 지금까지 연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허준호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모가디슈’로 만난 김윤석, 조인성, 구교환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고, ‘연기’에 대한 깊은 고민 등을 소탈하게 털어놨다.

■“좋은 배우 김윤석·그릇 커진 조인성”

그는 류승완 감독의 ‘원픽’이었다. 시나리오 한 번 보지도 않고 출연을 제안해 어안이 벙벙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처음 만나 식사 2시간 정도를 했는데요. 시나리오도 주지 않고 출연해줄 수 있느냐고 물어서 속으론 ‘대본 보고 결정할게’라고 했어요. 하하. 그런데 류 감독이 준비한 ‘모가디슈’ 이야기를 듣고 그의 눈빛에 믿음이 확 생기더라고요. 류 감독은 정말 작품에 미쳐있는 사람, 진심인 사람이었어요. 멋있었죠.”

이번 작품에서 모가디슈 내전 속 대한민국 대사관 한신성 대사(김윤석), 강대진 참사관(조인성)과 대립하다 손잡는 과정을 보여준다. 호흡을 물어보니 칭찬만 가득하게 내놨다.

“김윤석은 제가 접근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좋은 배우’였어요. 이미 리허설부터 준비해오니까 제가 연기하기 너무 편했어요. 촬영 들어가니 시너지 효과는 더 나왔고요. 엄청난 배우였어요. 계속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후속작 ‘명량’에서도 다시 만나게 됐네요. 김윤석 때문에 고른 작품이기도 하고요. 그만큼 촬영장을 잡아준 큰 형이었어요.”

조인성의 그릇은 더욱 커졌다고 했다. 또한 구교환은 ‘귀엽다’는 말 하나로 후배 사랑을 내비쳤다.

“조인성은 앞으로 더 무궁무진하게 그릇이 커질 것 같아요. 게다가 후배들을 아우르는 걸 보니 그 역량이 더 커질 것 같더라고요. 또 구교환은 어릴 적 절 보는 것 같아요. 열정이 대단했거든요. 촬영 4개월 내내 지치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게 대견했어요. 힘들었을텐데도 그가 해맑게 웃으면 저도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연기, 매번 더 어려워지는 숙제죠”

지난 1986년 영화 ‘청 블루 스케치’로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뚜벅뚜벅 배우로서 길을 걸어왔다. 여러 굴곡이 있었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을 꺾을 순 없었다.

“저만 힘들었을까요? 아마 다들 살아오면서 힘든 걸 겪고도 잘 이겨내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이렇게 좋은 작품이 들어오길 바라는 마음만 있습니다. 지금이 너무 행복하고 감사해요. 그저 연기를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만 들고요.”

오랫동안 꾸준히 연기해올 수 있는 비결을 물었다.

“앞으로 살날이 적어지고 할 수 있는 작품도 적어지니 한 편 한 편 더 소중해지더라고요. 진지하게 임할 수밖에 없고요. 대본 보는 시간이 예전보다 더 많아졌어요. 절 그렇게 만들어준 하늘에 감사할 따름이에요.”

작품을 만들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나이가 들면서 고개 숙이는 법을 연습하고 있다고도 했다.

“지금은 제게 주어진 것에만 매진하고 싶거든요. 이젠 좀 덜 나서려고 하고 있고요. 주변 사람들에게 방해는 되지 말자는 게 요즘 생각이라서요. 기회가 되면 작품을 만들고도 싶지만, 지금은 제 몫을 해내는 것만 열심히 할래요.”

작품의 장르나 규모도 가리지 않는다고 했다. 멜로물에 대한 갈증은 없냐고 묻자 해맑게 웃었다.

“안 해보긴 했어요. 앞으로도 절대 들어오진 않을 것 같지만, 다양한 장르를 해보고 싶긴 하죠.”

전도연, 김혜수 등 내로라하는 여배우들이 멜로 상대로 ‘허준호’를 지목했다고 믿질 못했다.

“에이! 진짜로요? 거짓말이겠죠. 저야 기회가 온다면 출연하죠. 하지만 그 친구들이 안 할 걸요. 에헤이~”

마지막으로 그의 인생에 있어 ‘연기’는 어떤 존재인지 질문을 던졌다.

“숙제예요. 매일 하는 숙제. 배우로서 끝까지 살고 싶은데, 매 작품 어렵기만 합니다. 안 쉬워져요. 한편으론 대중에게 휴식을 주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제 직업이 자랑스럽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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