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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새집줄게, 헌집다오” 두꺼비는 어쩌라고…물어는 봤나 ‘재개발’

서울지방변호사회와 서울시는 2016년 ‘강제철거 현장에서의 인권지킴이단 활동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하고, 2017년 4월부터 ‘철거현장 인권지킴이단’을 운영 중이다. ‘철거현장 인권지킴이단’은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와 서울시 인권 담당관, 시·구의 정비사업 담당공무원이 함께 조를 이루어 강제 철거현장에서 이주 대상자들의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모니터링 활동을 하고 있다.

필자는 철거현장인권지킴이단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철거 현장의 상황을 보고 접한다. 보내려는 자와 떠나지 못하는 자가 한 공간에 있다보니, 현장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윤예림 변호사

민사집행법은 집행관이 집행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이주대상자의 주거 등을 수색하고, 개문을 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철거 현장에서는 포크레인과 같은 중장비가 아직 이주대상자가 있는 공간의 담장을 툭툭 치거나, 크게 시동을 걸어놓고 움직이며 위협감을 주는 일이 발생한다. 민사집행법이 허용한 범위를 넘는 것이다.

젊고 덩치 좋은 경비원 수십명이 이주대상자 집을 에워싸고 이주 대상자에게 심리적 위협을 주는 일도 매우 흔하다. 간혹 일수가방처럼 생긴 명품백을 들고 오는 경비원도 있는데, 현장을 정리하려는 목적으로 배치된 것인지, 위협을 주는 것이 주목적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집행관이 아닌 집행 보조자 또는 재개발 조합에서 고용한 경비원들이 이주대상자를 밀어내는 일도 발생한다. 현장에서 이를 말려보지만, 일단 이주대상자가 밀려나오면 철거는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급하게 철거가 이루어지다보니, 미처 필요한 짐을 챙기지 못한 이주 대상자들은 당장의 교통비와 거주 공간을 구할 돈도 없어 쫓겨나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한다. 법원 집행관의 집행완료 선언 이후 이주 대상자의 짐을 실은 트럭은 쏜살같이 현장을 떠나고, 남은 이주대상자는 흩어지는 경비원들과 집행보조자를 보며 허탈해한다.

이주대상자들의 목소리를 품은 재개발 계획이 절실하다. 오랜 시간 살아온 터전을 떠나야 하는 이주 대상자들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보상금을 들고 공동체를 떠나야 하는 문제를 마주한다. 재개발이 되지 않았다면 자신의 터전에서 직장을 옮기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데, 재개발이 되면서 추가분담금을 내지 못해 분양을 포기하고 현금청산자(주택 보유자이지만 분양 대신 보상을 선택한 경우)가 될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있어 이 보상금으로 비슷한 조건의 주거지를 구할 수 없는데 순순히 집을 내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법적 절차. 조합과의 부딪힘을 겪으며, 이주 대상자의 억울함과 분노는 더욱 단단해 진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도 있다. 사람이 사는 곳을 짓겠다는 재개발 사업을, 이주 대상자의 입장에서 보다보면 매우 불편한 일이 될 수 있다.

철거현장인권지킴이단은 떠나는 자가 억울함 없이 떠날 수 있고, 보내는 자 역시 그 마음으로 철거할 수 있는 현장을 기원한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및 철거 관련 법령의 개정이 절실하다. 재개발 사업의 추진력과 떠나는 이의 허탈함은 여전하다. 관련 법령의 개정 역시 그만큼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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