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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ESG 경영’인데, 행동은 ‘E’뿐…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에 대한 투명성을 강조하는 경영철학 ‘ESG’.

업계를 불문하고 재계 최고의 화두로 떠오르며 너도나도 ESG를 외치지만, 정작 기업들의 발표 속엔 ‘E’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신 트렌드에 따르고 있다고 자랑이라도 하듯, 경쟁적으로 발표하는 기업들의 ESG관련 ‘선언’들이 대부분 ‘친환경’에만 국한되고 있어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지난 5일 롯데지주는 이사회 내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위원회 신설을 결의했다고 밝히며, 전 지주사를 포함해 이달 말까지 상장사 10곳에 위원회 설치를 마친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룹 상장사 전체 이사회 내에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지속가능경영보고서로 ESG 관련 정보를 공시하는 그룹은 롯데가 처음이다. 하지만 국내 유통업계를 대표하는 그룹인 롯데의 이날 발표에서도 ‘ESG위원회 신설과 함께 유통·화학 계열사와 국산 폐페트병 재활용을 체계화한 플라스틱 선순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친환경 관련 계획만 있을 뿐 사회적 책임경영(S)이나 지배구조의 개선(G)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포함돼 있지 않다.

다른 기업들의 ESG 관련 발표에서도 이 같은 ‘E’ 편향성은 도드라진다.

신세계 역시 6일 ‘ESG 경영에 앞장서고 있다’며 각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이마트의 물류 포장용 스트레치필름 재활용 시범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내용만이 담겼다.

기업들의 이 같은 발표가 사회적 트렌드에 맞춰 기업의 이미지를 재고하는 방식의 마케팅 전략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궁극적으로는 이를 통한 매출 증가 및 자금 확보에 목적이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지난 달 KB과 신한, 하나, 우리 등 주요 금융지주 및 카드사 등이 발행한 ESG 채권은 5조8300억원에 달한다. 지난 한 해 발행한 ESG 채권 규모를 뛰어넘는 규모지만, ESG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이들 채권 역시 주로 ‘E’분야에 집중돼 있다. 친환경에너지 등 녹색금융에 활용되는 그린본드가 절반이 넘는(60%) 규모, 이어 사회공헌 등 마케팅에 용이한 ‘ S’분야가 나머지를 차지하면서도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의지가 담긴 ‘G’분야는 1%가 채 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쏠림현상에 대해 ‘검증’을 이유로 들었다. 당장 ‘보여주기 식’ 활동이 쉬운 것이 친환경 분야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KB국민은행이 ESG 관련 계획으로 ‘매주 월요일에는 채식식단만 제공한다’고 밝힌 것이 좋은 예다.

익명의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떠밀리듯 ESG를 언급해야 하니 내놓을 수 있는 것이 친환경”이라며 “어떻게든 끼워넣기 손 쉬운 분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이정재 숭실사이버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회공헌 활동과 같은 ‘S’의 경우 많은 자금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 단기간 성과가 드러나기 어렵다”면서 “하물며 기업의 치부를 드러내야 할 수도 있는 ‘G’의 경우는 기업들이 더욱 꺼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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